"2027년 계약시장 전환...주민참여 우대가격·비용 등 예측 가능해야"
"이익 공유화, 주민 투자·지역사회 기여·공공 수익·도민 편익 구분 필요"

제주도의 풍력발전 개발이익 공유화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주도가 조례 개정안에서 제시한 ‘주민참여’ 방안의 타당성 여부와 별개로 개발이익 공유 방식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간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계약 조건을 비롯한 시장 여건의 변화에 맞춰 공유 방식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에너지공사가 공동 주최·주관한 '2026 제주 에너지전환 정책토론회'가 21일 제주시 썬호텔 더포럼홀에서 열린 가운데, 윤형석 제주대학교 산학협력교수(전기에너지공학과)는 '제주 에너지대전환 실행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제시했다.
현재 제주도의 풍력발전 개발이익 공유 방식은 풍력개발 이익의 일부를 기부금 형태로 출연하는 방식이다. 개발사업자는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에 따라 당기순이익의 17.5% 또는 이에 상당하는 매출액의 7% 수준을 출연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제주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에서 사업자가 기존 기부금 출연 방식뿐만 아니라 '주민참여 계획'을 통해서도 개발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는 주민의 사업자금 투자를 사업자의 개발이익 공유화 기금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해당 조항을 수정해 가결했다. 당초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에 포함됐던 주민참여 조항을 분리해 별도로 신설하면서 풍력발전사업의 주민참여 방식과 개발이익 환원 체계에 대한 제도적 기준을 구분했다.
기존 제35조에서 '주민참여' 문구를 삭제하고, 제36조에 '풍력발전사업의 주민참여' 조항을 신설했다. 제36조는 사업예정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해 제출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개발이익 공유화와 주민참여 조항을 구분하면서 주민참여를 개발이익 공유화 방식에서는 제외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 교수는 현행 풍력자원 개발이익 공유화 제도의 재설계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제주도정이 ‘주민참여’를 이익공유화의 한 방안으로 제시하면서 내세운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부담’이라는 이유와는 별개로, 달라진 시장 여건을 반영해 제도 전반을 면밀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에 따르면 현재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시대에는 SMP(System Marginal Price·계통한계가격)와 REC, 주민참여 가중치 등을 통해 사업 수익이 발생하고, 이 가운데 당기순이익의 일부가 풍력자원 공유화기금과 마을지원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SMP는 전력시장에서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전력거래소에 판매할 때 적용되는 전력의 시장가격을 말한다.
그러나 2027년부터 계약시장으로 전환되면 계약가, 즉 낙찰가가 20년간 고정되는 구조가 되고 주민참여에 따른 우대가격이 적용된다.
윤 교수는 "계약시장에서는 주민참여 우대가격의 산정 기준을 비롯해 관련 비용과 평가방식이 입찰 전에 문서로 예측 가능해야 금융조달이 가능하다""이에 따라 이익공유의 재원도 재설계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주민참여를 또 하나의 '이익공유율'로 처리하기에는 재원의 성격과 위험이 서로 다른 만큼 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윤 교수가 제시한 구분은 △주민 투자 배당 △입지 지역사회 기여 △공공 투자 수익 △도민 전체 편익 배분 등 네 가지다.
주민 투자 배당은 주민이 투자자로 참여해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도민펀드 방식이며, 입지 지역사회 기여는 마을 협약 등을 통한 예측 가능한 조건을 의미한다.
공공 투자 수익은 공공 자산과 자본 투입에 따른 수익으로 에너지공사 등의 참여가 거론된다. 도민 전체 편익 배분은 기금을 통한 에너지복지와 유연성 투자 연계 방식이다.
윤 교수는 이와 함께 소규모 태양광 사업에서도 주민참여와 지역기여의 방식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주민참여와 지역기여 조건은 입찰 전에 비용과 평가방식을 문서로 예측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 국가 정책 변화에 따른 제주도의 대응 과제는?
이와함께 국가 정책 환경 변화에 맞춰 제주도의 대응 전략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함께 전력 거래 제도와 수요 구조까지 변화하면서 기존 사업의 성립 조건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정부의 정책과 제도 변화가 지역 사업에 자동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 만큼, 제주 차원의 정책 대응과 사업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에 따르면, 앞으로 예상되는 주요 변화로는 국가 차원의 재생에너지 및 전력망 투자 확대와 RPS 제도 일몰 이후 CfD(차액정산계약) 기반 경쟁입찰·계약시장으로의 전환이 꼽힌다. 2027년 1월 1일부터 신규 설비에 대한 정부 입찰과 한전 장기 고정가격 계약이 본격화되면서 사업 물량과 가격, 계약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장기계약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환경에 대비해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의 계약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업 선정 조건과 계약상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고 분담하느냐가 향후 사업의 투자 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이를 위해 ‘지역 사업이 국가 차원의 선정 및 정산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가’를 핵심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별로 제도 변화에 따른 계약 조건과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대응 방안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 수단이 다양해지는 만큼 이를 개별적으로 접근하기보다 하나의 사업과 운영체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역량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사업 과정에서 누가 전력량을 계량하고, 누가 수익과 비용을 정산하며, 제도 변화에 따른 부담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 에너지 대전환 실행, 세 가지 원칙은?
윤 교수는 “제주는 에너지 대전환의 방향을 먼저 정했고, 이제는 실행을 위한 조건을 먼저 맞춰야 한다”며 이를 위한 세 가지 실행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제주의 에너지 전환 속도는 공급·송배전·유연성·수요의 조건을 얼마나 잘 맞추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행계획에는 목표량뿐만 아니라 투자자·구매자·운영자와 비용·위험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국가 제도 변화에 맞춰 사업을 준비하고, 실제 온실가스 감축과 도민 편익을 통해 성과를 확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 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토론에서는 강성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오경섭 제주특별자치도 분산에너지과장, 윤철수 헤드라인제주 대표기자 등이 패널로 나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2035 탄소중립 비전 및 제7차 지역에너지게획과 민선 9기 제주도정의 에너지 관련 정책을 연계한 문제제기와 함께 가파도 탄소없는 섬 정책의 실패 원인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2026 제주 에너지 전환 인사이트 아카데미’에서 세 차례에 걸쳐 다뤄진 주요 논의를 종합하고, 향후 제주 에너지 전환의 과제를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