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담은 집’에서 배운 한 아이의 내일을 지키는 일
아동일시보호시설 ‘해담은 집’에서 매일 봉사활동을 이어온 지 어느덧 한 달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보태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의 시간을 돌아보니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주기보다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마음에 담아온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상처와 불안한 마음을 마주하며 따뜻한 관심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리고 누군가의 손을 쉽게 놓지 않는 일이 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다르게 만들 수 있는지를 배웠습니다.
해담은 집에서 만난 아이들은 가정의 해체와 방임, 가족 간 갈등 등 저마다의 어려움을 안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거친 말과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곁에서 시간을 보내며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아이의 행동만 보고 그 내면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반항적인 행동은 불안의 표현일 수 있고, 무관심해 보이는 모습은 외로움과 두려움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왜 저렇게 행동할까”보다 “무슨 일을 겪었기에 저렇게 되었을까”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머물 곳이 아닙니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안전한 어른이 필요합니다.
해담은 집의 원장님과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은 등굣길을 챙기고 병원에 동행하며 식사와 의복을 살피는 것은 물론, 학습과 학교생활, 또래관계와 정서적 변화까지 세심하게 살피고 있었습니다. 필요한 경우 상담·의료·교육 자원을 연결하며 아이들의 회복을 돕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일상의 반복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세심한 관찰과 전문적인 사례관리, 아이를 기다려주는 책임감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생활지도를 넘어 한 아이가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전문적인 사회복지 실천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지켜보며 아이들의 회복과 성장을 개인의 헌신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회복과 성장, 자립까지 지원이 이어지는 통합적인 아동보호체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행정과 아동보호기관, 학교, 의료·상담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며,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선생님들에게도 충분한 인력과 적절한 처우, 교육과 소진 예방을 위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이를 보호하는 정책이라면, 아이를 보호하는 사람 또한 함께 지켜내야 합니다.
해담은 집에서 저는 사회복지의 본질이 거창한 구호에 있지 않다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아침에 아이를 깨워 학교에 보내고, 아픈 아이의 손을 잡고 병원에 가며, 평소와 다른 눈빛을 알아봐 주고, 잘못했을 때 다시 기회를 주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입니다.
우리가 아이의 과거 상처를 없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상처가 아이의 미래까지 결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오늘도 아이들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해담은 집 원장님과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분들의 헌신이 개인의 희생으로 끝나지 않도록 이제는 제주사회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합니다. 저 역시 자원봉사자로서 아이들의 곁에 작은 힘이나마 계속 보태겠습니다.
위기에 놓인 아이를 외면하지 않고, 상처 입은 아이에게 다시 기회를 주며, 아이가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때까지 기다려주는 제주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 한 명을 지키는 일은 그 아이의 현재뿐 아니라 그 아이가 살아갈 미래와 우리 사회의 미래를 함께 지키는 일입니다.
그 시작은 거창한 제도나 구호가 아니라 오늘 한 아이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쉽게 놓지 않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세상이 한순간 놓쳐버린 아이의 손을 다시 잡는 일, 이제는 몇몇 사람의 헌신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어야 합니다. <김희정/ 사회복지사・자원봉사자>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