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감시 하라면서 권한은 제한적...인사.조직.예산권 보장하라"
발의안 '인사.조직.예산.감사' 명문화...정책지원관, 사적 지원 금지
'의원 90일 출석정지' 징계조항 신설...인사청문 대상.절차 명문화
최근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방의회법’ 제정 요구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전국 지방의회 의원대회’에는 전국 광역의회(시·도)와 기초의회(시·군·구) 의원, 의회 관계자 등 1700여 명이 참석해 정부와 국회에 인사권·조직권·예산권 독립을 위한 지방의회법의 연내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는 송영훈 의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하성용 의회운영위원장(안덕면), 양홍식 환경도시위원장(성산읍), 김대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동홍동), 박호형 의원(일도2동), 강정범 의원(오라동), 장정훈 의원(애월읍갑), 무소속 김덕홍 의원(조천읍) 등 8명이 참석했다.

전국 지방의회의원대회 준비위원회가 주최하고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주관한 이날 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연대 발언과 공동 결의문 낭독 등을 통해 지방의회법의 조속한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영훈 의장은 전국 지방의원을 대표해 첫 번째 결의 구호를 선창하며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법적으로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송 의장은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5년이 지났지만, 지방의회는 여전히 독립적인 법률 없이 ‘지방자치법’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지방의회법’ 제정은 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감시하고 도민의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적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강화돼야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실현될 수 있다”며 지방의회법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 지방자치법 아닌 '지방의회법'으로..."독립적 조직.인사.예산 운영"
지방의회법 제정이 전국 지방정가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배경에는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한 이후 35년이 지났음에도 의회의 독립성이 여전히 '반쪽'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의회 독립성'이라는 실체가 4년 전 부여된 인사권이 전부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경우 2022년 1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도의회 의장이 소속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지만, 조직권과 예산권 등은 확보하지 못해 제도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특히 도의회가 자체적으로 조직을 설계하고 정원을 조정·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의회 행정기구 설치 조례와 공무원 정원 조례가 마련돼 있지 않아 조직권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지방의회법' 제정안이 발의된 것도 이러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취지다.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 나주시.화순군)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 8월 국회에 제출돼 현재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번 법안은 지방의회가 주민의 대표기관이자 자치입법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현행 지방자치법 체계에서는 의회의 독립적인 조직·인사·예산 운영과 의정활동 지원을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 집행기관의 조직과 운영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지방의회 관련 사항은 제5장에 한정적으로 규정돼 있어 의회 운영에 필요한 자율성과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분권이 확대되고 주민들의 행정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지방의회가 조례 제·개정과 예산 심의뿐 아니라 집행기관의 정책과 행정을 견제·감시하는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지방의회의 조직과 운영, 인사 및 예산, 정책지원 체계 등을 별도 법률로 규정해 의회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 지방자치의 실질화와 민주주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 지방의회법, 어떤 내용 담겼나
법률의 핵심은 지방의회의 조직·인사·예산 운영에 대한 자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의정활동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 2022년 1월 시행된 개정 지방자치법에서는 인사권 독립이 이뤄졌으나, 조직권과 예산권 등이 수반되지 않아 의회 독립적 운영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안에서는 △법령 위임 없더라도 지역실정에 맞는 조례안 입안 △의회사무기구 설치 및 사무직원 정원 의회 의견 존중 △의회 자체감사 시행 △의회 예산 독립적 계상 등이 명문화됐다.
또 △정책지원관 업무범위 구체화(중립의무 및 의원 사적 업무 지원 금지) △이해충돌 및 부적법 수의계약 관련 명문화 △인사청문 근거 마련 △의원 90일 출석정지 징계 신설(징계시 의정비 감액) 조항 등도 눈길을 끈다.
세부적으로 보면, 우선 지방의회를 주민의 대의기관이자 자치입법기관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가 달라질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의회 운영 방식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지방의회가 자치사무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때 법령의 별도 위임이 없더라도 지역 여건에 맞춰 조례안을 마련하고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근거를 명시했다.
의회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자율성도 강화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의회사무기구를 설치하거나 사무직원의 정원을 정할 때 의장의 의견을 듣고 최대한 존중하도록 했으며, 의장이 의회사무기구에 대한 자체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자체감사가 어려운 경우에는 집행기관에 감사를 위탁할 수 있다. 의회 예산 역시 별도로 지방자치단체 예산에 반영하도록 하고,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의장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의회 운영에 필요한 조직과 재정이 집행기관의 판단에 일방적으로 좌우되지 않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취지다.

◇ '이해충돌 방지', '정책지원관의 의원 사적 업무 지원 금지' 명시
지방의회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해충돌 방지와 징계 제도 정비, 주민참여 확대, 입법평가 등을 통해 의회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의정활동을 뒷받침하는 정책지원 체계와 윤리 규정을 구체화했다.
정책지원관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정치적 중립 의무와 의원의 사적 업무 지원 금지를 규정해 지원 인력의 역할과 한계를 분명히 했다. 또 의원의 사적 이해관계를 등록·공개하도록 하고,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검토 및 의견 제출 절차를 마련해 이해충돌과 부적법한 수의계약 등을 예방하도록 했다.
◇ 행정시장 등 인사청문 대상 명문화...의원 '90일 출석정지' 징계 신설
인사청문회와 조례 입법평가 제도도 포함됐다. 조례로 정하는 직위의 후보자에 대해서는 의회의 인사청문을 의무화하고, 관계기관이 이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인사청문회 대상으로는 제주도의 경우 기존 제주특별법에 명시된 감사위원장과 정무부지사 외에 행정시장, 지방공기업 사장, 지자체가 4분의 1 이상 출자하거나 출연한 출자.출연기관장 등이 해당한다. 그동안 제주에서는 행정시장과 공공기관장의 경우 도지사 요청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해 왔는데, 이번에 법률적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이와함께 의장이 기존 조례를 대상으로 입법평가를 실시하도록 해 조례가 실제 행정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내용과 체계에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점검하도록 했다.
의원의 책임을 강화하는 장치도 담겼다. 법규를 위반한 의원을 대상으로 한 징계 종류에 90일 출석정지를 신설하고, 징계를 받은 의원의 의정비를 감액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아울러 주민의 의정활동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활동과 주민 모니터단 운영을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했으며, 중요한 안건의 심사나 행정사무 감사·조사 과정에서 청문회를 열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또 의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의회 차원의 교육·연수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했다.


◇ "지방의회법, 도민의 권리 지키고 전문성.독립성 확보 위한 것"
이런 가운데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한 제주도의회 차원의 촉구 활동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전국 시·도의회 의장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지난 21일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특위는 전국 시·도의회 의원 16명으로 구성됐으며, 제주에서는 송창권 의원이 제주도의회를 대표해 참여하고 있다.
하성용 제주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도 전국 시·도의회 운영위원장협의회 등을 통해 지방의회법 제정 촉구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9일에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방의회법의 연내 제정을 촉구했으며, 지역구 국회의원 등을 만나 국회 차원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 위원장은 “지방의회가 도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정책에 반영하고 집행기관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려면 이에 걸맞은 권한과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며 “지방의회법 제정과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실질적인 자치와 분권을 이끌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시·도의회 의장단에서 주도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송영훈 의장도 지방의회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의장은 “지방의회가 주민의 대표기관이자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감시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제주특별자치도의회도 전국 지방의회와 힘을 모아 ‘지방의회법’이 연내 제정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의회의 독립은 의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민의 권리를 지키고 더 나은 행정과 정책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지방의회법 제정에 도민 여러분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