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도지사 회견에도 없었는데...제주도 "13명, 9월말 활동시작"
전문가.시민단체.대학생 등 꾸렸다지만...'비공개' 운영.대표성 논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제주형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사업과 관련해, 정책 결정 방식을 둘러싸고 오락가락하는 입장으로 비판받아 온 제주특별자치도가 이번에는 정책 권고안을 마련할 자문단을 비공개로 구성·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임의로 구성할 수 있는 자문단이라고는 하나, 시민사회의 입장을 모아 정책 권고안 도출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비공개 운영은 투명성은 물론 대표성 논란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 BRT 정책자문단' 운영을 통해 11월까지 BRT 개선 방안에 대한 정책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책자문단은 이해관계자와 도민 의견 수렴, 기존 BRT 시설의 운영 실태와 현황 분석, 향후 BRT 시설 운영 방안 검토, 정책 권고안 도출 등을 맡는다. 정책 권고안별 장단점과 영향도 분석해 향후 정책 방향에 반영할 계획이다.
검토 대상은 현재 운행 중인 BRT 1단계 구간(동광로~서광로~도령로~노형로, 아라초~달무교차로)과 최근 확정 고시된 2단계 구간(국립제주박물관~삼양검문소 교차로~신광사거리)이다. 정류장 형태를 포함해 BRT 운영 전반을 살펴볼 계획이다.
당초 BRT고급화 정책은 총 3단계에 걸쳐 구성되나,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최근 고시한 '제2차 간선급행버스체계 종합계획(2026~2030)'에서 제주BRT 2단계 사업까지 포함됨에 따라 일단 2단계 사업까지 검토가 진행될 예정이다.
정책자문단은 섬식정류장과 양문형버스 등 주요 쟁점의 대안을 비교하고 행정·재정 여건을 함께 고려해 11월 정책 권고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주 정기회의를 열어 논의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위성곤 지사는 양문형 버스의 경우 내년부터 도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서광로 섬식 정류장의 존폐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도민 의견 수렴은 전문기관 설문조사와 이해관계자 면담을 통해 이뤄진다. 설문조사는 전문기관에 위탁해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면담은 BRT 노선 주변지역 도의원과 주민자치위원회, 운수업체, 상가, 학생 대표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현장 확인과 자료 분석도 병행한다. 기존 BRT 시설을 점검하고, 교통 관련 데이터와 민원 현황을 분석해 운영 효과와 문제점을 살핀다.
이를 통해 '정책 권고안'이 도출되면 도지사에게 제출하고, 도지사는 이를 토대로 최종 정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강민철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BRT 사업은 제주 대중교통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인 만큼, 운영 실태와 교통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도민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자문단이 여러 대안을 충분히 살펴보고 합리적인 정책 권고안을 마련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지난 7일 위성곤 지사가 취임 100일에 즈음한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위 지사는 "BRT와 섬식정류장은 전문가와 시민단체, 버스 이용자가 함께하는 정책자문단을 통해 11월까지 의견을 듣고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제주도 담당 부서는 제주도의회에서 제주 BRT 정책 결정 방식의 혼선 문제를 지적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자문단 운영을 통해 보완·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날 제주도정이 정책자문단 운영계획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정책 권고안 도출을 목표로 운영되는 자문단을 제주도정이 이미 임의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제주도는 "교통 분야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주민자치위원장, 대학 총학생회장 등 13명으로 정책자문단을 구성하고, 지난달 30일부터 자문단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책자문단은 그간의 활동을 통해 운영 방안과 도민 의견 수렴 방법, 서광로 섬식정류장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미 자문단을 임의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지난 10월 7일 도지사 기자회견과 도의회 답변에서는 앞으로 자문단을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이다.

◇ 이미 은밀히 운영 중?..."'13명의 의견'인지 '도민의 의견'인지 모호해질 우려"
문제는 자문단을 임의로 구성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책 권고안 도출이라는 공적 임무를 맡았다는 점에서 투명성 논란은 물론 자문단 위원의 대표성 문제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도의회 내부에서도 다소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자문단이라는 게 조례와 같은 규정에 따라 구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청 교통 부서에서 임의로 구성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해당 자문단이 제주도민의 큰 관심사인 교통정책의 방향과 관련해 시민들을 대표해 정책 권고안을 마련하는 임무를 맡는다면, 위원 구성 단계부터 대표성 문제를 고려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문단에 참여한 분들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대표성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어떤 분야에서 몇 명을 위원으로 위촉할 것인지 등을 미리 공개적으로 발표한 뒤 구성 절차에 들어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도 "BRT에 대한 최종 정책 결정은 도지사가 하겠지만, 정책 권고안을 만드는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은 자문단이라면 비공개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도민의 대표성을 고려해 투명하게 구성하고 공개적으로 운영했어야 했다"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권고안이 제시된다면 '13명의 의견'인지, '도민의 의견'인지 모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선거땐 '전면 재검토' →"도민 뜻에 따라"→"숙의형 공론화" "도민의견 수렴으로"
한편, 제주 BRT 관련 정책 결정을 둘러싼 논란은 민선 9기 도정 출범 이후 '이랬다저랬다' 하는 방식으로 이어지면서 도민사회의 혼선을 가중하고 있다.
위 지사는 지방선거 당시 제주 BRT와 양문형 버스 전용 섬식정류장을 민선 8기 도정의 대표적인 '실패한 정책'으로 꼽으며 '폐지'와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취임 후에는 곧바로 결단을 내리지 않고 "도민의 뜻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후 도민 의견을 반영한 정책 결정 방식을 놓고 혼선이 이어졌다.
제주도정은 지난 7월 제주도의회 업무보고에서 "숙의형 공론화를 거쳐 BRT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도민 의견에 따라 BRT 사업의 계속 추진 여부나 개선 방안을 결정하겠다며 '숙의형 공론화' 방식을 꺼내 든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9월 추석 연휴를 전후해 위 지사가 방송 대담에서 "공론화라는 게 공론조사가 아니고, 공론, 그러니까 정말 언론을 포함해서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숙의형 공론화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이어 지난 10월 7일 기자회견에서는 '정책자문단'을 통한 의견 수렴 방식을 제시했고, 이번에 구체적인 정책자문단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 제주도 "모집 절차 거치지 않았지만 대표성 문제 없다고 생각"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숙의형 공론화라면 당연히 위원 구성에 절차를 거쳐야 하겠지만, 정책 결정을 빨리 내려야 할 필요가 있어 위원 구성에 있어 모집 절차를 거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위원을 구성함에 있어 대표성을 감안해 대학생에서는 총학생회장을 모시고, BRT구간의 주민자치위원장,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모셨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9월 말 이미 구성해 운영을 시작했음에도 언론 등을 통해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언론에서는 이에 대해 보도한 바도 있다"며 "제가 생각하기로 아직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번 정책자문단 구성에 있어 도민 대표성의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책자문단이 이미 비공개로 구성돼 운영해 온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BRT 정책 결정을 둘러싼 혼선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