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의 경계를 바꾸는 정치] Nothing About Us Without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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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의 경계를 바꾸는 정치] Nothing About Us Without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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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전 사단법인 제주장애여성시민연대 상임대표
김경미/ 사단법인 제주장애여성시민연대 상임대표(전 제주도의회 의원)
김경미/ 전 사단법인 제주장애여성시민연대 상임대표(전 제주도의회 의원)

‘Nothing About Us Without Us’

장애 인권운동의 오랜 상징인 이 문장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정책을 만들면서 정작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현실에 대한 질문이자, 장애인을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라는 선언이다. 

과거 장애 정책은 전문가와 행정기관이 장애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대신 판단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장애인을 서비스를 받는 사람, 보호받아야 하는 수혜자로만 여긴 탓이다.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 운동은 물었다. “우리의 삶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답은 너무나 분명하다. 바로 그 삶을 살아가는 당사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회의에 참석할 기회를 얻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결정 과정에서 실제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가 정책에 영향을 미칠 권리, 그것이 진정한 참여다. 

그렇다면 이 원칙은 장애인복지 정책에만 머물러야 할까? 

장애인의 삶은 복지위원회 안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교통의 문제이고, 안전하게 길을 걷는 것은 도시와 안전의 문제이며, 여행지를 찾는 것은 관광의 문제다. 주거, 환경, 문화, 체육, 경제, 일자리, 디지털 정보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모든 영역이 장애인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 장애인은 복지 대상이기 이전에 지역사회를 살아가는 주민이자 시민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교통을 어떻게 바꿀지, 공공시설과 마을 공간을 어떻게 조성할지, 주민 생활 의제를 무엇으로 정할지 논의하는 모든 자리마다 장애인 주민이 함께해야 하는 이유다. 

이 원칙이 실질적인 제도로 구현되어야 할 현장이 바로 주민자치다. 지난 9월 22일 제주지역 13개 시민사회단체는 제주도의회 도민 카페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풀뿌리 원탁회의’를 주민자치회 조례에 담을 것을 촉구했다. 주민 5인 이상이면 자발적으로 원탁회의를 꾸려 의제를 제안하고, 이를 주민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통로를 열자는 제안이다. 이 자리에 3개 장애인 단체가 함께한 까닭은 분명하다. 주민자치회가 지역 문제를 주민 스스로 결정하는 공간이라면, 장애인 주민 역시 그 주인의 한 사람으로 당연히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원칙은 장애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성도, 청년도, 노인도, 노동자도, 이주민도, 지역의 다양한 소수자 모두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지방자치가 주민의 삶 가까이에서 작동하려면 이러한 주민의 다양성이 의사결정 구조에 오롯이 담겨야 한다. 민주주의는 누군가가 우리를 대신해 결정해 주는 제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타협하며 함께 방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장애인의 참여가 온전히 보장되는 사회는 장애인만을 위한 사회가 아니다. 더 많은 시민이 삶의 주체로 우뚝 서는 사회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 

이제 이 문장을 복지의 테두리에만 가두어둘 수 없다. 우리의 지역, 우리의 정책,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자리라면 반드시 그곳에 우리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주민자치이고, 민주주의다.  <김경미/ 전 사단법인 제주장애여성시민연대 상임대표(전 제주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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