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사회복지현장의 경보는 누가 울릴 것인가
과거 광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유독가스를 감지하기 위해 작은 노란 새, 카나리아를 갱도에 데리고 들어갔다. 카나리아의 이상 반응은 곧 위험이 다가왔다는 신호였다. 그래서 지금도 위험의 징후를 먼저 알리는 존재를 ‘광산의 카나리아(canary in the coal mine)’라고 부른다.
사회복지 현장에도 이러한 카나리아가 필요하다. 개별 시설에서 발생하는 작은 이상 신호를 모으고, 그것이 특정 시설만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인지 살피며, 필요하다면 행정과 사회를 향해 먼저 알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은 개별 시설을 넘어 사회복지협의회가 맡아야 할 중요한 본연의 기능 중 하나다.
실제로 현행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는 사회복지협의회의 업무로 ‘사회복지에 관한 조사·연구 및 정책 건의’와 ‘사회복지 관련 기관·단체 간의 연계·협력·조정’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의 행보를 보면 의문이 든다.
■ 왜 또 하나의 복지관인가
제주사회복지협의회는 이미 종합사회복지관을 수탁·운영하고 있음에도, 최근 (가칭)서귀포시발달장애인복지관 민간위탁 공모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사회복지협의회가 사회복지시설을 수탁·운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시설 운영의 확대가 협의회의 본래 기능인 협의·조정, 정책 제안, 현장 대변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전국적인 현황과 비교해보면 이러한 문제의식은 더욱 분명해진다. 이 칼럼을 쓰기 위해 전국 17개 시·도사회복지협의회를 대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인한 결과, 사회복지시설을 직접 수탁·운영하는 곳은 울산과 제주, 단 두 곳뿐이었다. 필자가 확인한 정보공개 결과를 기준으로 보면, 광역 단위 사회복지협의회에서 사회복지시설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전국적으로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사업과 수탁시설의 확대가 곧 협의회 역할의 강화는 아니다. 오히려 시설을 수탁·운영하면서 행정과의 계약 관계가 늘어날수록, 현장을 대변하고 정책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협의회의 독립적 협의·조정 기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행정과 계약 관계를 맺는 기관이 동시에 행정을 향해 쓴소리를 해야 하는 구조가 과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지금 우리에겐 현장을 대신해 말해줄 조직이 필요하다
지금 제주 사회복지 현장에 필요한 것은 각 시설에서 흩어져 나오는 작은 목소리를 모아 그것이 구조적인 문제인지 진단하고, 필요한 경우 행정과 사회를 향해 공론화하는 조직이다.
민간위탁 계약조건의 적정성, 행정의 운영 개입과 수탁기관의 자율성 사이의 적절한 경계 등 현장에서 함께 논의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그러나 개별 시설은 다음 위탁과 보조금, 행정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 시설의 문제 제기가 단순한 ‘민원’이나 ‘개인 갈등’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여러 시설의 반복되는 목소리를 모아 “이것은 개별 시설의 불만이 아니라 제주 사회복지 현장 전체의 구조적 문제”라고 공론화할 구심점이 절실하다. 복지관 하나를 더 운영하는 것보다 이것이 협의회가 우선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심도 있는 논의’에서 무엇을 물었는가
이러한 중요한 결정 과정에서 과연 협의회 본연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26년 8월 7일 열린 제주사회복지협의회 제2차 임시이사회 회의록을 살펴보았다. 의장은 안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요청했으나, 공개된 회의록에서 확인되는 질의는 법인부담금에 관한 것이 전부였고 공모 참여안은 참석이사 전원의 동의로 가결됐다.
반면, 회원기관의 대표성, 정책적 독립성, 시설운영 확대에 따른 역할 충돌 등 협의회의 존재 이유를 둘러싼 질문과 성찰은 공개된 회의록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물론 회의록에 모든 논의가 담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협의회의 역할과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면, 시설 수탁에 따른 이해관계 충돌의 가능성이나 정책적 독립성에 대한 고민 역시 충분히 논의되고 기록될 필요가 있다.
■ 행정도 민간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
행정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새로운 수탁자를 찾는 것만큼, 이미 선택한 수탁기관이 전문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행정의 책임이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위·수탁 구조의 문제를 점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충분했는지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장을 대표하고 때로는 행정을 견제해야 할 사회복지협의회까지 또 하나의 수탁 기관으로 만드는 것이 과연 제주 민간 복지 생태계에 바람직한가. 행정에 협조적인 민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협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행정을 향해 "잘못됐다"고 쓴소리를 낼 수 있는 민간의 독립성을 지켜주는 것 또한 행정의 중요한 책무다.
■ 석탄을 얼마나 많이 캤는지가 카나리아의 성과는 아니다
석탄을 얼마나 많이 캤는지가 카나리아의 성과일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사회복지협의회의 성과를 운영 시설의 수나 수탁사업의 규모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모았는지, 그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했는지, 한 시설에서 제기된 문제가 구조적인 문제임을 확인했을 때 이를 공론화하고 변화를 이끌어냈는지가 더 중요하다.
제주 사회복지 현장에는 이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기관이 있다. 그러나 개별 시설이 말하기 어려울 때 그 목소리를 모아 “이것은 한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 사회복지의 구조적 문제”라고 먼저 말해줄 조직은 많지 않다.
그래서 지금 제주사회복지협의회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수탁시설이 아니라, 현장에서 가장 먼저 울리는 ‘카나리아’의 역할이다.
복지관 하나를 더 운영하는 선택 앞에서, 제주사회복지협의회가 지금 무엇을 먼저 지켜야 하는지 다시 한번 숙고해주길 바란다.
<김진훈의 '말말복지' 코너는...>
말말복지는 말이하는 복지, 말로하는 복지를 의미하며, 말을 통해 제주의 복지를 알리고, 정책을 만들어가는 복지사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가치실현을 위해 15년간 도내외 대학에서 사회복지 관련 강의를 하고 있으며, 복지in연구소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복지in연구소)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진훈 복지in연구소 소장
사회복지전공 석사 / 직업재활전공 박사 / 사단법인 복지인광장 이사장

현재의 협의회 모습은 제주지역 민간복지를 대표하는 기관이 아닌 본인들이 사회서비스원보다 필요한 존재이고 우수하다를 보여주고 싶은 기관 같습니다.
또한 현재 사무처는 밥그릇 챙기기만 생각하는 모습이 참 우리가 현장에서 생각하는 역할과는 달라 개선이 필요해보이지만 결국에 그자리에 있는사람들이 나가지 않는이상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