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그가 평소에 흠모했던 뮤즈나 부인, 남편에 관한 이야기는 세기에 걸쳐 회자되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예술가에게 열정의 혼을 불러 넣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로 인해 대작이 탄생되는 경우는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예다.
구스타프 말러를 말하자면 꼭 따라다니는 인물이 있다. 그의 아내 알마 말러(Alma Mahler)다. 아다지에토로 유명한 그의 교향곡 5번의 4악장이며, 8번 천인교향곡, 심지어는 9번 대지의 노래, 마침내는 미완성으로 끝난 10번 1악장 아다지오 조차도 그의 아내와 연관된 곡이라 하니 더욱 알마가 궁금해진다. 5번은 서로의 사랑이 무르익기 시작했을 때였고, 8번은 시기적으로 볼때 알마가 외도를 하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화가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한 알마는 이미 부모로부터 예술가의 기질을 이어받았지만 말러와 결혼하면서 자신의 예술가적 기질을 펼치지 못했다. 이유는 순전히 아내를 현모양처의 역할만 하기 원했던 말러의 부탁때문이었다.
많은 작곡가들이 교향곡을 9번까지로 끝내고 10번은 미완성인 채로 남겨두고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말러 역시 교향곡 10번을 미완성인 채로 유명을 달리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1악장만 완성하고 나머지는 전체적으로 스케치만 한 상태였다. 말러(1869~1911)가 죽기 1년 전에 작곡한 교향곡 10번의 작곡 배경에는 부인 알마와 건축계의 거장(바우하우스 건축) 그로피우스와의 외도가 있었고 이는 이미 말러에게 이 사실이 알려진 때였다. 알마는 말러와 19살 연하이고 그로피우스는 알마보다 3살 연하이니 말러와는 22년이나 차이나는 셈인데, 어느 날 말러는 그로피우스로부터 한 장의 편지를 받는다. 편지는 알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로 일부러 작정하고 말러한테 보낸 것이고 말러는 이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고 프로이드에게 상담하기에 이른다. 그 후 그로피우스가 말러 부부를 방문했고 말러는 성경을 읽으며 “무엇을 택하든 그대로 될지니 이제 고르라!”라고 말했는데. 알마는 다행히 남편을 택했지만 이 사건 이후 말러는 아내를 그로피우스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노이로제로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말러 사후 알마는 그로피우스와 결혼했지만 얼마 못 가서 헤어지고 화가 코코슈카, 신부 홀른슈타이너 등과도 연애를 즐기고 자유분방한 삶을 이어나가다 마침내 소설가 프란츠 베르펠과 결혼하기에 이른다. 17세의 나이에 아버지의 제자면서 자기 집에 드나들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인연을 맺으면서 시작된 알마의 뮤즈 인생은 미국으로 와서까지 문화계의 거물로 인정받으며 여생을 보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말러 교향곡 10번을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은 곳곳에 나타나 있다. 알마는 많은 완성본 중에서도 영국음악학자며 말러 해설에 권위있는 데릭 쿡(Deryck Cooke 1919~1976)의 버전을 최고로 꼽았고 아직까지도 널리 연주되고 있다.
한참 알마가 그로피우스와 외도를 하고 있을 때 말러가 했던 말이 재밌다. 말러는 알마에게 “프로이트가 틀렸지만 한 가지 그가 옳은 것은 당신이 내게는 빛이며 궁극적으로 도달할 곳이라고 지적한 점이요”라고 말했다. 심지어 교향곡 10번 마지막 페이지 여백에는 그의 유언인 듯한 문구가 쓰여 있었다. “오직 너만이 이 뜻을 이해할 테지, 안녕, 당신을 위해 살고, 당신을 위해 죽는다, 알마”라고.
그러면 말러 교향곡 10번은 어떤 작품일까, 1악장부터 5악장까지 부제를 달아 놓았는데. 부제 역시 눈여겨 볼 만한 제목이다. 1악장은 ‘모놀로그-고통의 화음’2악장 삶의 긍정, 3악장 연옥과 지옥, 4악장 악마와 함께 춤을 추다 그리고 5악장은 ‘너를 위해 살고 너를 위해 죽는다’로 되어있다. 1악장 아다지오는 시작부터 줄곧 비올라의 독주가 가슴 한편애 큰 울림을 주는 악장으로 말러 스스로도 고백했듯이 고통의 화음 맞다. 시작부터 유려하게 흐르는 비올라의 모노로그적 독주는 평소에 우리에게 그리 익숙한 음률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조바심내지 말고 참을성을 갖고 끝까지 들어보길 권한다. 가슴 깊숙히 묻혔던 한이 발산되듯 흐르는 비올라 음률을 들으며 그 시절 사랑으로 인해 고통의 가시밭길을 홀로 걸었던 고독한 한 사내, 말러를 떠올려 본다.
결혼 직후 완성한 말러의 교향곡 5번부터 10번까지 어느 한 교향곡도 알마와 함께 있으면서 작곡한 곡이 없이 항상 말러 혼자 떨어져 외지에서 작곡한 그를 보면서 혹자는 말러가 알마를 좀 더 따듯하게 보살펴주고 그녀의 재능을 인정하고 키워줬으면 둘 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에 가정이 없듯이 후세 사람들이 감히 ‘만약’이라는 가정을 할 수 없고 또 결과도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지나놓고 보면 말러는 알마를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알마는 혹시 말러보다는 그가 가진 재능을 더 사랑한 게 아니었을가 조심스런 추측을 해본다. 하긴 이 세상에 조건없이, 완벽한 사랑이 어디 있으랴, 신의 사랑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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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칼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