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권 이야기] 일상의 변화가 삶의 자유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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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 이야기] 일상의 변화가 삶의 자유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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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홍/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조기홍/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조기홍/서귀포시장애인보조기기대여센터

우리는 흔히 장애인이나 어르신이 사용하는 보조기기를 단순히 ‘편의를 돕는 물건’으로 여기곤 한다. 나 역시 과거에는 보조기기를 “이동을 보조하는 도구”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이용자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면서, 그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80대 지체장애 어르신이 사용하시던 전동스쿠터에 문제가 생겨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정을 방문해 수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점검 결과 전동스쿠터의 성능이 눈에 띄게 떨어져 정상적인 외출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타이어 역시 오랜 사용으로 마모가 심해 이동 시 안전사고의 위험도 우려되는 상태였다. 현장에서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마모된 타이어 두 개를 교체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하실 수 있도록 하였다.

수리가 끝난 뒤 어르신은 조심스럽게 전동스쿠터에 올라 집 앞길을 천천히 움직여 보셨다. 잠시 후 환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이제 다시 밭에도 갈 수 있고 장도 보러 갈 수 있겠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전동스쿠터는 그냥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장애인 당사자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였고, 보조기기가 고장 난다는 것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회적 고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30대 중증장애인이자 동료상담가로 활동 중인 한 이용자는 그동안 수동휠체어를 사용해 왔었다. 그러나 이동의 제약과 활동 범위의 한계로 인해 직업활동과 지역사회 참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센터에서는 활동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전동휠체어 사용법을 안내하고 기기 교체를 지원하였다.

그 결과, 이용자는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스스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직업활동과 지역사회 참여가 활발해졌다.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활동지원사의 신체적 부담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났다.

이는 적절한 보조기기 선택이 단순한 이동 편의를 넘어, 장애인의 자립과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지난해 하반기 센터에서는「2025년 보조기기 대여센터 서비스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조사한 문항 중 보조기기 서비스 이용 전후 만족을 묻는 문항이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95%가 ‘불편함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많은 이용자가 보조기기를 통해 일상의 제약을 해소되는 삶의 변화를 실제로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 결과는 보조기기가 단순한 보조 수단을 넘어, 장애인의 일상과 삶의 질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표>  2025년 보조기기 대여센터 서비스 이용자 만족도 조사」중 일부 발췌
<표> 2025년 보조기기 대여센터 서비스 이용자 만족도 조사」중 일부 발췌

한편 도내에는 보조기기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관들이 연대·협력하여 촘촘한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보조기기서비스지원협의회’를 운영한다. 협의회는 제주지역 장애인 및 노인의 보조기기 서비스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과 인력의 한계로 인해, 여전히 많은 이용자가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보조기기 서비스를 지원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조기기는 단순히 편의를 돕는 물건이 아니다. 장애인의 일상을 지원하고 세상과 연결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현장에서 만난 사례들이 보여주듯,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 그리고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장애인이 지역사회 속에서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장애인 보조기기 서비스가 장애인의 일상 변화, 삶의 자유를 불러오는 기쁨이 되기를 기대한다.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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