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57) 새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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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57) 새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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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지오적 발걸음을 맞추면서 차분히 시작하는 하루는 크게 울렁거리는 즐거움은 없어도 고요한 기쁨이 인다. 그래서 때로는 고요하다 못해 적적함마저 감돌지만 이 또한 나름대로 슬픈 아름다움이 있다. 아다지오를 들으면서 꼭 빼고 지나가면 안 되는 작곡가가 있다. 바로 미국 신낭만주의, 또는 현대 작곡가 새무엘 바버(Samuel Barber 1910~1981)다.

영국뿐 아니라 미국 역시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독일, 오스트리아는 물론이요, 러시아나 동유럽의 어느 나라보다도 이렇다 하게 내놓을 만한 작곡가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미국 작곡가를 들라 하면 아론 코플랜드, 찰스 아이브스, 조지 거쉬인, 존 필립 수자와 함께 거론되는 인물이 새무엘 바버다. (조지 거쉬인은 심포닉 재즈, 존 필립 수자는 행진곡으로 알려졌지만)

1900년대를 온통 풍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곡 현을 위한 아다지오는 1945년 프랭클린 델라노 루즈벨트 대통령(FDR), 존 F케네디 대통령(JFK), 알베르트 아인스타인, 그레이스 켈리의 추모식과 1981년 바버 자신의 장례식에도 연주되었던 곡이다. 장송곡용으로 작곡한 것도 아닌데 왜 장례식 때 주로 연주될까, 그 이유는 들어보면 안다. 낮게 차분히 가라앉은 장엄하고 숙연한 음률로 인해 비극적인 상황을 묘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음률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이 곡은 또한 베트남 전을 배경으로 해서 상영되었던 영화, 올리버 스톤 감독의 플래튠(Platoon)의 주제 음악이기도 한 곡이다. 일리어스 중위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펼치고 절규할 때 흘러나오는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는 장엄함을 넘어서 처연함마저 감돌고 모두를 숙연하게 만든다. 전쟁의 참상과 살인에 중독되어 가는 자신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일리어스 중위의 절규에 눈물 흘리지 않는 관객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맞추어 흘러나오는 아다지오의 음률은 너무도 잘 어율리는 한 장면이다.

미국 동북부 펜실베니아에서 출생한 새무엘 바버는 부모가 모두 음악가여서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랐던 작곡가다.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하고 퓰리처상, 아메리카 로마상 등 굵직굵직한 상을 받고 당대의 유명한 지휘자, 작곡가에게 교습받았지만 바버의 이 곡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데는 또 한 명의 음악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바로 토스카니니다.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이탈리아 토스카니니의 별장을 방문했을 때 바버는 토스카니니로부터 곡을 청탁받는다. 그때 이미 유명해진 토스카니니에세 청탁받은 바버는 기뻐서 두 곡을 그에게 보낸다. 그 곡이 관현악을 위한 에세이와 현을 위한 아다지오인데, 바버가 토스카니니에게 보낸 후 아무 답변도 없이 악보가 돌아왔다. 사실 토스카니니는 너무 흡족해서 이미 악보를 머릿속에 다 암송했던 것인데 이를 바버는 오해하고 한동안 소원한 사이가 된다. 후에 토스카니니가 연주회 날짜까지 잡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오해가 풀렸고 1938년 토스카니니 지휘로 NBC교향악단이 연주, 남미순회 공연을 거쳐 마침내 1942년 카네기홀에 오르면서 더욱 유명해진 곡이다.

쉔베르크나 스트라빈스키 등, 현대음악은 클래식애호가들에게도 어렵게 생각되기 마련인데 이 곡은 일반 현대음악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아닌, 왠지 그레고리언 챤트까지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 곡이다. 그래서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지고 들을수록 중독성이 강한 음률이다. 제목, 현을 위한 아다지오 답게 모든 현악기가 등장하는데 제1, 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의 총동원 중에서 특히 제2바이올린과 첼로는 2성부로 나뉘어 모두 7성부의 음률이 각기 제 몫을 다하여 연주되고 있다. 딱히 고음이나 저음의 기복없이, 어디가 끝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이 마치 언제까지고 지속될 것 같은 음률이 흐른다. 알파와 오메가가 없는 영속성의 곡, 한 선상에 있는 우리네 삶과 죽음을 동시에 노래하는 곡이다. 그래서 더욱 친근함이 든다.

새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새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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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칼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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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지기 2026-04-24 07:37:42 | 222.***.***.248
저도 영화 플래듄의 ost로만 알다가 이렇게 깊이 있게 설명 들으니
참 좋습니다. 역쉬 아름답네요. 4월은 역사에서도 힘든 일이 많은 달인데~~^^ 잘 선정하셨네요. 헤드리인에 이런 클래식 코너가 있어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