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56)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 나단조(B minor)2악장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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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56)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 나단조(B minor)2악장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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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지오에 붙은 수식어 중에는 어쩐지 우리네 삶과 흡사한 느낌이 드는 수식어가 종종 있다.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Adagio Sostenuto)는 ‘느리게 한음한음을 깊게 충분히 누르고’라는 의미다. 또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Adagio Ma Non Troppo)는 ‘느리게 그러나 너무 지나치지 않게’라는 뜻으로 역시 우리가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을 나설 때 알맞는 표현이다. 그런 걸음으로 가야할 것이다.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의 악장으로 잘 알려진 클래식 곡 중에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이 있다. 드보르작은 이민자인 우리와 많이 흡사하다. 고향 체코를 떠나 뉴욕에서 보낸 기간이 불과 3년 남짓 되지만 그는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며 지낸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뉴욕에서 지내면서 작곡한 3곡, 신세계교향곡(교향곡9번), 아메리카로 부제가 붙은 현악4중주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첼로협주곡 나 단조다. 이 세 곡은 후에 그의 작품 중 최고의 곡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드보르작을 대표하는 곡으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드보르작은 뉴욕에 머물면서 고향 보헤미안의 음률과 미국 원주민 인디언의 전통적 선율 그리고 흑인 영가 등에서 감동을 받고 이를 잘 융합하여 곡을 만들기에 이른다. 평소에 배와 부둣가를 좋아했던 그는 맨해튼 사우스스트릿 시포트에 앉아 이스트 리버를 바라보고 곡을 구상했을 것이다.

드보르작의 작품 중에는 두 곡의 첼로협주곡이 있다. 한 곡은 그가 젊었을 때 작곡한 곡으로 가장조의 곡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 소개하는 나단조로 그의 나이 54세에 작곡한 곡이다. 어느 날 드보르작은 뉴욕에서 첼리스트 빅터 하바의 연주를 듣고 이에 깊게 감명을 받아 이 곡을 작곡하게 되었고 이 곡은 후에 체코의 첼리스트 하누스 비한에게 헌정되었다. 또 이 곡에 얽힌 일화로는 브람스의 이야기가 있다. 이 곡을 듣고 동시대를 살았던 작곡가 브람스는 “인간의 손으로 이런 첼로협주곡이 만들어질 수 있다니 놀랍다. 진작에 이런 생각을 했더라면 나도 첼로협주곡을 작곡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한다. 사실 브람스로서는 그렇게 말 할 만한 것이 그는 첼로소나타는 작곡했어도 첼로를 위한 협주곡이라고는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그것도 단 한 곡뿐이기 때문이다.

이 곡은 1악장의 주제 선율부터 보헤미안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첼로와 오케스트라가 마치 대화하듯 이어지는 1악장이 끝나고 맞는 2악장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는 시작부터 명상적인 첼로의 선율이 잔잔히 흐른다. 느리되 너무 지나치지 않은 속도로 이어지는 서정성이 가장 듬뿍 담긴 악장으로 유려하게 흐르는 카덴자 부분은 마치 우리에게 성구를 읽어주는 느낌마저 받는다. 마지막 악장 3악장에 와서는 가장 강한 보헤미안 멜로디와 춤이 연상될 정도로 행토성이 강한 악장이다.

영국의 장미로 칭송받던 재클린 뒤프레의 첼로로 듣는 2악장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의 시작은 우리에게 일침을 주는 듯하다. 너무 빨리 가지 말라고, 천천히 그러나 너무 느리지는 않게 옆을 돌아보고 가자고 당부하는 듯하다. 재클린 뒤프레는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으로 사십 이세의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영국의 여류 첼리스트로 그녀의 남편 다니엘 바렌보임과 세기적인 결혼, 연주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널리 알려진 비운의 여주인공이다. 클래식음악으로는 별로 내놓을 것이 없는 나라, 영국에 드물게 몇 안 되는 클래식 연주자인 재클린 뒤프레는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와 교수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독실한 캐톨릭 신자인 그녀는 네 살 때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첼로 소리를 듣고 배우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신동이었다. 다니엘 바렌보임과 결혼하기 위해 유대인으로 개종까지 하고 둘은 세계 각곳으로 연주 여행을 떠나기에 이른다. 이십 오세가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첼로의 활을 떨어뜨리면서 그녀의 병은 서서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다발성경화증은 자가면역이상으로 온 몸의 신경이 마비되고 서서히 굳어가는 병으로 27세의 연주를 마지막으로 병석에 눕게 된다. 십 오년을 병석에 누워 있는 동안 주위의 모든 사람이 그녀의 곁을 떠나가고 심지어는 사랑하는 남편 다니엘 바렌보임마저도 다른 여자와의 결혼을 위해 재클린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결국 사십 이세의 나이에 죽음을 맞으면서까지 힘든 투병 생활을 했던 첼리스트다.

맨해튼 사우스 스트릿 시포트의 부두에서 이스트 리버를 바라보며 향수를 달랬던 드보르작, 센트랄 파크의 벤취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곡을 구상했던 그를 기억하며 듣는 첼로협주곡이 노스탈지아를 불러 일으키는 이유다.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 나단조(B minor)2악장 아다지오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 나단조(B minor)2악장 아다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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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칼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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