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내국인 제한' 조건 법적 근거 없어...입법취지 어긋나"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던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의 개설 허가 취소 처분과 관련한 소송에서 제주도가 최종 패소한 가운데, 함께 진행된 '내국인 진료금지' 조건에 대한 소송에서도 제주도가 패소했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5일 오후 2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기한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내국인 제한' 조건 붙일 법적 근거 없어...입법취지에도 어긋나"
재판부는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주체 등에 관해 특례를 정한 것 외에는 의료법을 준용하며 유사한 규정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조례 등 관련 규정이 정하는 요건에 합치하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허가해야 하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법령상 부관을 붙일 수 있다는 명시적인 근거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개설허가에 부관을 붙일 수 없다"며 "이 사전허가 조건(내국인 진료 금지) 내용은 제주특별법 및 관련 조례가 정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주특별법 입법목적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제도의 취지, (제주국제자유도시조성특별법이 제주특별법으로 바뀌는 과정에서)의료기관 개설 특례 규정에 '외국인전용' 제한이 삭제된 점 등에 비춰 보면 제주특별법은 내국인 진료 허용을 전제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며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내용의 허가조건은 제주특별법상 제도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건물 매각' 요건 미충족? 의료정책심의 거쳐 취소해야...아직은 허가 유효"
제주도는 녹지측이 병원 건물을 매각함에 따라, 이 소송의 실익이 없어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녹지병원측이 건물을 매각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매각 자체만으로 허가가 취소된다고 볼 수 없어 아직은 허가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주특별법 등은 ‘외국의료기관이 조례에서 정한 개설에 관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경우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현재까지 이 사건 개설허가가 취소되지 않은 이상, 이 사건 개설허가는 유효하게 존재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즉, 제주도가 녹지병원측이 영리병원 개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직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 회의를 거쳐 취소를 하지 않았음으로, 허가는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번 재판 결과와 관련해 제주도는 "판결문 내용을 확인하고 전담 법률팀과 향후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이번 판결과 별개로 오는 12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개설허가 요건의 실질적 요청 미충족에 따른 행정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소송은 제주도가 지난 2018년 12월5일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하면서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는 조건으로 외국인영리병원 개설을 허가하자, 2019년 2월 녹지측이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후 녹지국제병원측은 개설 허가를 받고도 기간 내(2019년 3월4일까지) 개원을 하지 않았고, 이에 제주도는 청문절차를 거쳐 의료법 규정에 따라 개설 허가를 전격 취소했다.
이에 녹지측은 제주도의 개설허가취소를 취소해 달라는 또 다른 소송을 제기했고, 두 소송은 병합돼 진행됐다.
이후 2020년 10월 1심 재판부는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과 관련해 제주도의 '개설허가 취소가 정당하다'며 녹지측의 청구를 기각했고, '내국인 진료금지' 조건에 대해서는 선고를 연기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대법원에서 개설허가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는 2심 선고가 확정되면서, 소송이 재기된지 15개월 만인 지난 1월 내국인 진료금지 조건에 대한 소송이 재개됐고, 이날 선고가 이뤄졌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