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언어폭력 등 지도, 격려 차원"...학부모 "경기방해 행위"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끝난 후, 핸드볼 제주대표팀(중학교) 8강전 경기 때 있었던 일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논란은 전반전인 끝난 후 주어진 5분의 하프타임 때 교육청 관계자들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의 격려방문을 알리기 위해 선수들의 작전회의가 열리고 있는 선수대기실(라커룸)에 들어간 일로 촉발됐다.
선수학부모들은 이를 '경기 방해'라고 규정하고, 교육청 당국을 성토하며 분개해 했다. 반면 교육청은 "경기 중 언어폭력 등을 지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해명하며 오히려 선수들에 대한 코치의 폭력여부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들고 나왔다.
이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4일 제주대표팀 선수의 한 학부모에 따르면 '라커룸 격려' 논란은 지난 31일 오전 12시10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 공천포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제주대표팀의 8강전 경기 때 터져나왔다.
이 경기에서 이길 경우 4강에 진출하며 동메달을 획득하는 반면, 패배할 경우 바로 탈락하게 돼 제주대표팀은 투혼을 펼칠 수 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경기였다.
경기 초반 3점차 리드를 지켜나가던 제주대표팀은 역전을 허용해 10대 11로 1점차로 뒤진채 전반 25분을 마쳤다. 1점차 박빙의 승부가 펼쳐짐에 따라 하프타임의 '5분'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코치와 선수들은 대기실인 라커룸으로 이동해 들어갔다.
그런데 뒤이어 제주도교육청 A장학관 등 2명이 로커룸에 들어가면서 논란은 촉발됐다.
A장학관은 코치에게 '교육감이 선수 격려차 오셨다'라는 말을 전하며 이 교육감의 로커룸 방문을 타진했는데, 코치는 "필요없습니다. 지금 격려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경기가 중요합니다"라며 거절하고 문을 닫아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경기에서 제주대표팀은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열띤 응원 속에 선전을 펼쳤으나 아쉽게 패배해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 "작전타임에 격려방문...동네대회도 아니고, 경기방해 아닌가?"
당시 하프타임 때의 라커룸 방문 논란은 경기가 끝난 후 수면 위로 분출됐다.
제주대표팀이 소속된 학교 선수 등을 상대로 한 경기당시 폭력피해 여부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지자, 한 선수의 학부모라고 소개한 B씨(여)가 제주도교육청과 서귀포시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성토하고 나선 것이다.
학부모 B씨는 '작전타임, 절체절명의 그 시간에 들이대는 교육감의 격려는 격려일까, 방해일까'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제주 대표팀은 경기당시 엎치락 뒤치락 하며 심한 몸싸움에서도 이를 악물고 뛰었다"면서 "아쉽게 1점차로 뒤진채 전반경기가 끝이났고, 선수들과 지도코치는 라커룸에 들어갔는데,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전했다.
B씨는 "(코치가) 문을 닫으려는 순간 '교육감님이 격려차 들렸다'라는 말에 강하게 거절하며 문을 급히 닫아 후반전 역전을 위해 작전회의를 했는데, 우리에겐 1분1초가 아쉬운 그 시간에.."라며 "(격려방문을 거절한 것은) 교육감이 아니라 대통령이 오셔도 그랬을 것이고, 지도코치의 순간적 판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시간(5분 작전타임)이 무슨 학교 쉬는 시간이나 동네 축구대회도 아니고, 절체절명의 그 시간에 그 무슨 경우 없는 행동인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경기가 끝난 후 교육청당국이 경기 당시 선수들에 대한 폭력이 있었는지에 대해 학교 등을 통해 조사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라커룸 격려방문을 하려 할 때) 문을 닫아버린 데에 빈정이 상하셨는지 이번엔 더 어이없는 일을 만드셨다"며 "라커룸 안에서 우는 소리가 났고, 골키퍼가 울면서 나왔다고 생사람을 잡았다"며서 "아마 (선수인) 우리아들이 상대팀의 공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으면서 렌즈가 빠지는 소동으로 눈이 부어오른걸 보고 울었다고 추측해 라커룸 안에서 분명 폭행이 있었을 거라고 제멋대로 간주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B씨는 "맞은 사람도 때린 사람도 없다는데, 우리 아들은 경기에 진 것도 속상한데 어른들은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고 경찰까지 불러서 했던 말 또 반복하게 하고..."라며 교육청 당국을 강하게 성토했다.
◆ 교육청 "'언어폭력'에 사기 저하된 선수들 격려하려 했던 것"
이에대해 제주도교육청은 4일 당시 일에 해명하고 나섰다.
교육청은 당시 대기실에 들어갔던 관계자에 대한 확인 결과,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엄청난게 큰 고성이 들렸고, 가서 보니 선수 10여명이 앉아있었는데, 선수 1~2명은 코치 앞에 서 있었다"며, "이때 서 있는 학생은 울고 있었고, 코치가 서 있는 학생 머리를 한두번 치며 큰 목소리로 무언가를 지시하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이어 교육감 격려방문이 불발된 것은 교육청 관계자가 '교육감님께서 격려 오셨다'라는 말을 알렸으나, 코치는 A장학관에게 '필요없습니다. 격려가 중요한 게 아니고 작전지시가 중요합니다'라며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장학관은 '경기 방해' 논란에 대해서는, "교육적 지도차원에서 라커룸 방문을 하려 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A장학관은 "당초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 앞에서 교육감께서 선수들을 격려를 하는 것으로 계획이 돼 있었다"면서 "이 교육감은 핸드볼협회 관계자 등과 함께 전반전부터 관람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는데, 전반전 경기 중 코치가 큰 소리로 아이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언어폭력을 하는 등 폭력적인 지도가 이뤄지는 상황이 나왔고, 이를 본 교육감이 '직접 라커룸에 들어가서 격려하겠다'고 해 작전타임때 바로 이동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즉, 당초에는 경기가 끝난 후 격려할 계획이었으나, 전반전 경기 중 코치의 '언어폭력' 등의 문제를 보고 선수 사기 진작 차원에서 작전타임 때 라커룸에 가려 했다는 주장이다.
A장학관은 "이 교육감이 라커룸을 방문하려 했던 것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한다는 차원의 뜻이 내포됐다고 본다"면서, "어디까지나 아주 교육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비정상적이고 부적절한 부분을 지도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작전타임도 엄연한 '경기 중'...격려인사는 상식 밖의 행동"
그러나 언어폭력 등에 대한 '교육적 차원'이라는 교육청 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시 선수실을 불쑥 방문한 진짜 목적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실제 라커룸을 방문했을 당시 교육청 관계자가 폭력성을 목격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자리에서 시정하도록 해야 할 것임에도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님께서 격려방문 오셨습니다'라는 말만 하고 면박을 당한 채 나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선수 학부모인 C씨(48)는 "하프타임을 휴식시간으로 잘못 이해한 모양인데, 엄연한 경기중 시간"이라며, "그렇기에 선수 학부모인 우리도 하프타임 때 자녀에게 다가가는 일은 절대 없는데, 라커룸에서 격려인사 추진은 정말 상식 밖의 행동이자 경기를 방해하는 행동"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교육청에서 주장한 전반전 경기당시 코치의 '언어폭력' 논란에 대해서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고, 힘없는 코치를 겨냥해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C씨는 "저를 비롯한 학부모들은 이 경기에서 꼭 이겼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컸다"면서 "당시 학생과 학부모 등 100명 이상이 막걸리병 등으로 만든 응원도구를 갖고와 응원을 하면서 옆 사람과도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응원전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코치가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하려면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고, 선수 학부모인 우리가 듣기에는 '언어폭력'은 고사하고 일반적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작전지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C씨는 "우리 자녀에게 코치가 도를 넘은 언어폭력을 했거나 폭력이 있었다면 부모인 우리가 가만히 있겠느냐"며, "폭력으로 인한 피해자가 없는 상황에서 교육청이 선수 면담을 하도록 해 조사하는 것 자체가 너무 기분이 나쁘고, 라커룸에서 면박을 당한 데 따른 분풀이 아니면 작전타임을 방해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설령 전반전 경기에서 코치가 작전지시를 하면서 '언어폭력'적인 부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선수 부모들도 모두 지켜보는 상황이었지 않나"라며, "그렇다고 5분 작전시간에 교육감이 라커룸에 가서 격려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 교육적 차원 지도가 필요했다면 경기가 끝나서 해도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반전 1점차 뒤진 긴박한 순간에서, 코치는 단 5분의 작전시간 동안 마음이 크게 다급했을 것"이라며, "이 짧은 시간을 이용해 '교육감님 오셨습니다'라는 말을 하는데 기분좋게 받아들일 감독이 어디 있겠느냐. 문을 닫아버리며 면박을 준 건 비상식적 행동에 대한 제어로, 어쩌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선수 부모들은 더 애타는 심정으로 경기를 지켜봤고, 코치의 작전지시 모습 꼼꼼하게 다 챙기며 지켜봤는데, 교육청 관계자가 코치 폭력를 들고 나온 건 다분히 격려인사가 불발된 데 대한 분풀이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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