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이 전개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활동했던 뮤지션 가마하루가 페이스북을 통해 강정마을 활동소감을 전했다. 가마하루가 투고한 내용을 정리해본다. <헤드라인제주> |
# 가마하루를 소개합니다
저희는 일본에서 온 뮤지션입니다. 2인조 어쿠스틱 듀오로, 9월 중순부터, 약 2년간 세계를 방랑하는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저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한국 출신입니다. 제 안에 한국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 아주 가까운 존재였을 법도 한데, 저는 지금까지 한국에 온 적이 없었습니다. 저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몇 개월 전입니다.
할머니께서는 일본에 살고 계셨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음악과 춤, 멋내기를 좋아하는 분이셨습니다. 나이가 들고 다리를 다치신 뒤, 생각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되었을 때, “비행기 탈 수 있다면 제주도에 가고 싶다”하고 중얼거리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집에는 많은 사진과 앨범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절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늘어서 있고, 그 한 가운데에 할머니께서 활짝 웃고 계신 사진이 있었습니다. “옛날에 한국에서 절을 세웠거든~”하고, 항상 기쁘게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가 세운 절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산소를 찾아, 성묘를 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상이 있어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기에, 여러 시대의 파도를 넘어 이어져온 생명에 감사하자는 의미에서, 가마하루의 여행 출발점을 한국의 제주로 정했습니다.
# 강정에서의 나날
강정마을의 현재 상황을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어 투고합니다. ‘강정마을’하고 검색해 보세요. 절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들의 일입니다!
제주 평화축제를 마치고 향한 곳은, 제주도의 남쪽에 위치한 강정마을.
미야케 요헤이씨의 라이브 공연 때, “희망자는 모여서 다 같이 강정마을에 갑시다!”하는 제안이 있어서, 강정마을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강정마을에서는 해안과 육지에 현재 군사기지 건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키나와의 헤노코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하는 마을 사람들은, 8년간 싸워왔습니다. 매일 아침 7시에 공사장 문 앞에서 절하기, 낮에는 미사집회와 공사를 늦추기 위한 데모. 이것이 매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내년이면 기지가 완성예정이라고 합니다.
제주도는 자연이 풍요롭고, 물도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이 기지건설 문제로 파괴되고 있는 것은, 섬의 재산인 자연, 바다의 산호, 생태계뿐만이 아닙니다. 찬성파, 반대파로 마을 사람들이 분단되어 버리거나, 반대운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생기기도 하고, 가족간의 대화가 단절되는 등의 문제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처음에는 강정마을에 가야 할지 망설였습니다. 별로 지식이 없기도 했고, 그다지 흥미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왠지 모르게 이끌려가듯, 자연스럽게 강정마을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축제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차로 이동했습니다.
시내와는 달리, 여유 있는 공기의 흐름에 어쩐지 안심이 되었습니다.
가이드해주신 선생님의 안내로 통역을 거쳐 강정마을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이때, 평화축제에서 이동해 온 일본인은 50명 정도였습니다. 단체투어로는 현장감을 느끼기가 힘들었지만, 화살표를 쫓듯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문 앞에서의 데모에도 다 함께 참가했습니다. 이때는 영문도 모르고 참가했습니다. 이렇게 한다고 대체 뭐가 되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이 활동이 매일 계속된다는 것도 모른 채, 이때는 그저 서서 지켜보는 방관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은 강정마을에 남아, 며칠 묵기로 했습니다. 잘 곳을 마련해 주셨고, 강정마을 주민들과 식사를 함께하며, 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어떤 생각을 가지고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지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며 토론했습니다. 단체투어에서 보았을 때는 알 수 없었던 일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하는 생각에, 다음날 해군기지 건설현장의 정문 앞에서 라이브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 정문 앞에서 게릴라 LIVE
온 힘을 다해 라이브 공연을 해보자, 우리들을 음악으로 전달하자! 하고 의지에 차서, 정문 앞에 있는 스테이지 트럭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러나 콘크리트 벽과 철조망을 바라보면서, 바로 옆에서는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그 광경이 우리에게 날아들어, 도저히 노래할 기분은 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 옆에서 우리가 하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인가, 하고 무력감과 눈물이 밀려왔습니다.

라이브는 중단 되었고, 저는 무대에서 내려와, 정문 앞에 마주섰습니다. 강정마을에서 사이좋게 지냈던 친구들과 힘껏 손을 맞잡고 정문 앞을 둥글게 돌며 춤을 추었습니다.
부끄러운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전날, 그저 방관자였던 저의 의식은 크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강정마을에 와서 겨우 이틀째였습니다. 이 마을을 위해서 무엇인가 하고 싶다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여기 있는 친구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 하고, 강한 확신으로 바뀐 것입니다.
우리의 음악으로, 날마다 활동에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하자! 이렇게 생각을 고쳐, 그날 밤, 해군기지 건설현장과 접한 거리에 있는 ‘평화센터’에서 가마하루의 라이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 평화센터 라이브
평화센터에는 15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단순한 무대와 촛불이 한 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모두의 기분이 누그러지는 것이 느껴져,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소리와 마음이 전달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노래 사이사이의 토크는 친구가 통역을 해줘서, 저희 생각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매끄럽게 말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폼 잡지 않고, 단순히 그곳에 서 있었습니다. 진짜 노래하는 의미가 그곳에는 있었습니다.

이 날, 마지막 곡의 가사를 실어봅니다. 한국어 버전을 만들어보고 싶네요.
제주도에 와서, 강정마을에 흘러와 보게 된 광경, 만난 사람들을 떠올리며 노래했습니다.
<하나의 지구> 노랫말 : 하루
옛날옛날 내가 지금 있는 이 땅에는 어떤 꽃이 피었을까
생각은 돌고 돌아 먼 노래가 들려왔어 반복되는 시대의 파도를 헤엄치고 있어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서 편리라는 이름의 길을 달리게 했지
그곳을 미끄러지듯 멈출 수도 없이 대답할 틈도 없이 험악한 그림자가 좀먹고 있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 세계는 너를 사랑하는 일조차 잊어버릴 것만 같아
단 하나 단 하나밖에 없는 너의 모든 것을
단 하나 단 하나밖에 없는 너를 지킬 수 있을까
소원은 언제나 여기서부터 시작 된다
시간을 넘어 하나의 생명이 여기에 있어
누구의 지구 누구의 지구 서로 기대어 돌자
형태 있는 것은 언젠가 흩어질 운명
길이 없는 길 위에 서서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서서
가라앉아가는 배 위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듯이
생명에 작고 큰 것은 없어 생명에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는 것은 없어
당신이 당신을 살아가는 오늘이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누구의 지구 누구의 지구 서로 기대어 돌자
형태 있는 것은 언젠가 흩어질 운명
그러니 나 어디서 살아가나
셀 수 없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흔들리는 대지 눈을 뜨자 눈을 뜨자

한글로 ‘하나의 지구’라고 쓴 깃발을 만들었습니다.
평화센터 앞에서 강정마을 사람들과 피스!
감사합니다, 이 마을이 너무 좋습니다!
# "고마워요, 강정마을"
매일 아침 7시부터 정문 앞에서는 백배를 합니다. 절을 하는 동안에도 큰 소리를 내며 대형 트럭이 끊임없이 드나듭니다.
약 8년 전부터 이어져온 이 광경에, 작업자도 경비도 익숙해졌겠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척척 완성되어가는 공사, 그래도 신념으로 절을 계속하는 사람들, 뭐라 말할 수 없는 공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뉴스나 신문에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 현장의 공기를 들이키며,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우리들은, 평화를 믿고 자신을 믿으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살아있는 한, 반드시 곤란한 일을 마주치게 됩니다.
문제는 끊임없이 생깁니다. 텔레비전의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사건이나 사고는, 절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무리 이렇게 전달해도,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면 마음이 동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멍하니 텔레비전을 바라보던 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깨달은 순간이 찬스입니다. 같은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문제입니다. 이제부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집이 파괴되고 있는 것을 그저 지켜봐도 되는 걸까요.
저희는 지금부터 세계를 여행하려고 합니다만, 처음 방문한 이 나라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외할머니의 영혼이 “미래를 위해서 깨달아 두어라”하고, 저희를 이끌어 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강정마을에 돌아왔을 때, 모두가 건강히 웃고 있을 수 있도록,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기도합니다. 가마하루의 음악을 건강하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달하고 오겠습니다. 고마워요, 강정마을. <뮤지션 가마하루>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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