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지사 압박 수위...김태환 전 지사와도 '거리두기'

민선 4기와 5기 제주도정에서 고위직을 지낸 김방훈 전 제주특별자치도 기획관리실장(60. 새누리당)이 30일 내년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은 여러가지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종전 후보군의 출마선언은 '이벤트 효과'를 노려 여론 파급 및 세(勢) 결집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이뤄지곤 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김 전 실장의 출마선언은 예상 외로 타이밍이 상당히 빨랐다고 할 수 있다.
김 전 실장이 선거 1년을 앞둔 시점에서 서둘러 출마선언을 한 것은 여러가지 계산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대외에 알리며 인지도를 높여나가려는 전략적 차원이 커 보이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대선 직전 새누리당에 입당한 후부터 도지사 출마설이 오르고, 그의 본격적 행보로 도지사 출마는 기정사실화됐다.
그러나 출마설이 처음 나왔을 초반 분위기와는 달리, 올해 중반 들어서는 전현직 지사 중심의 여론 흐름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이번 출마선언은 여당의 유력한 후보 중 한명이라는 이미지를 대내외에 알리며 조직력을 공고히 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 선거를 1년 앞둔 시점부터 '세대 교체론'에 일찍 불을 지피면서 전현직 지사를 압박하는 수위를 높여나가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기자회견 첫 포인트도 바로 이 '세대 교체'에 맞춰졌다.
"제주경제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추락하고 있는데도 행정갈등과 사회분열만 만연하고 있...",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발전은 고사하고 편가르기식 갈등과 분열로 오히려 제주도가 퇴보하고...", "고여있는 물은 썩는다는 말처럼..."라는 등의 표현으로 지난 제주도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세대교체'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제 제주사회도 세대교체를 통한 새시대 새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라는 김 전 실장은 자신이 세대교체 및 새정치의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이 '세대교체론'은 내년 공천시점에서 전현직 지사의 출마를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세번째, 지난 제주도정에서 '2인자' 내지 '참모'로서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며, 선거로 인한 제주사회 갈등문제를 해결할 수있는, 세대교체의 적임자로서의 후보 이미지를 어필하려는 측면도 커 보인다.
그는 "선거 때마다 공직사회의 갈등과 사회의 분열은 심각했다"며 "어느 쪽 줄에 서느냐에 따라 출세하는 쪽이 있고, 어느 한쪽은 숨을 죽여야하는 풍토가 관례처럼 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제주도의 지도자는 제주도의 각계각층을 골고루 아우르는 조정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많이 듣고, 도민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고 같이하는 지도자가 되어야 하고, 조정자로서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면서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여기에 김태환 전 지사와도 다소 '거리 두기'를 하려는 듯한 발언도 보였다.
김 전 지사의 경우 현재 정당에 소속돼 있지 않지만,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면서 '새누리당'에 거의 가깝다.
당내 경쟁관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김 전 지사는 지난 6월 말 제주특별자치도를 제대로 이끌어갈 적임자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적임자를 지원하고, 만약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출마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혀 지방정가의 주목을 받았다.
김방훈 전 실장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특별자치도' 부분에 있어 '기초자치권 부활 검토 및 2015년 주민투표' 약속 등은 김 전 지사의 '적임자'라는 말에 연연하지 않고 나아가서는 '거리 두기'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초자치권 부활 문제 등은 김 전 지사가 민선 5기 제주도정과 대립각을 세웠던 대표적 사안으로, 김 전 실장이 '기초자치권 검토'와 더불어 2015년 주민투표를 약속한 것은 김 전 지사 입장에서 보면 '특별자치도 부인'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문제이다.
더욱이 김 전 실장은 '제왕적 도지사'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권한이 막강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이 만약 김 전 지사와 당내 경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당규에 따라 경선을 하겠다는 의지도 덧붙였다.
김 전 실장의 기자회견 포인트는 김태환 전 지사와도 거리를 두면서, 전현직 도지사 모두를 아우르는 세대교체 필요성에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템포 빠른' 이번 출마선언이 실제 여론향방에 있어 전적으로 김 전 실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김 전 실장 역시 민선 지방자치시대 이후 고위직에 오르면서, 전현직 지사를 보필해온 핵심 간부였던 만큼, 그가 스스로 제기한 문제에서 자신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민선 4기 김태환 도정 때 도시건설본부장과 자치행정국장을 거쳐 마지막 제주시장을 역임했다.
민선 5기 도정 출범 후에는 기획관리실장에 발탁돼 도정의 정책기획의 핵심에서 일해 왔는데, 지난해 9월 갑작스럽게 명예퇴임을 한 후, 새누리당에 입당 박근혜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세대교체론'을 필두로 한 김 전 실장의 출마선언이 1년 여 남은 선거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반향을 불러올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