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청에서 근무하는 강상돈씨가 정형시집 '쇠똥구리는 아무데나 쇠똥을 굴리지 않는다'를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9년만에 펴낸 그의 두번째 시집이다.
5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제1부에서는 '안부'를 주제로 해 <벚꽃> <장미> <허수아비> <제비집> <길> 등이 수록돼 있다.
제2부 '담쟁이'에서는 20편의 담쟁이 주제 시조가 실렸다. 제3부는 '숨은 길'을 주제로 해 <신발> <귀가길> <명함> <벌목> <매일 시장에서> 등의 시조가 눈길을 끈다.
제4부에서는 '거울을 보다가'라는 주제로 <벚나무> <아지랑이> <황사> <폭설> 등의 시조가, 제5부에서는 '비'라는 주제로 <새벽 비> <태풍 나리> <소나기> 등의 시조가 실렸다.
"쇠똥구리는 아무데나 쇠똥을 굴리지 않는다.
쇠똥을 굴리더라도 직립의 꿈은 남아 있어
아득히
먼 길을 향해
한 곳으로만 굴린다
똥고집, 이런 똥고집은 세상에는 아직 없다
똥 덩어리만 골라가는 하루치 품삯이여
마지막
자존심으로
지상의 문 열고 있다
한번쯤은 가야 할 길, 반달도 가고 있다
실직의 아픈 상처 맨몸으로 가는 날은
신 새벽
인력시장에
헌 운동화 끌며 간다"
- '쇠똥구리는 아무데나 쇠똥을 굴리지 않는다' 전문
"어느 날 들길을 걷다가 문뜩 쇠똥구리 한 마리가 낑낑대며 쇠똥을 굴리는 것을 보았다. 가만히 지켜보니 뒤로 힘겹게 쇠똥을 굴리고는 있지만, 확고한 목표를 갖고 묵묵히 한 곳으로만 굴리는 것이었다."
"아무 소득도 없이 뒤로만 굴리는 것이 어쩌면 미련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내 시조작업도 마찬가지"라는 그는 "첫 시조집을 상재한 후 9년 만에 두번째 시조집을 선보이지만..."라며 "붓을 놓을까도 생각했지만, 쇠똥구리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을 바꿔먹게 되었다"면서 발간 소감을 피력했다.
양영길 문학평론가는 "강상돈의 작품에서는 여러 가지 율격적 특질이 공간어와 날씨어, 동식물어와 융합하여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지나온 날들'의 이야기에 가슴앓이를 하면서도 이를 숙성시켜내는 삶의 성찰을 통해 인간미와 우애를 엿보게 하고 있다"고 평했다.
도서출판 고요아침. 1만원. <헤드라인제주>
<원성심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