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도 내수부진에 휘청거리고 도민 소비심리는 갈수록 위축
제주경제가 잇단 악재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제주경제의 주력산업인 관광이 엔저의 여파로 주춤거리는 가운데 제조업 등도 내수부진 등이 겹치면서 체감경기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지역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에도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돼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로 제주를 찾는 내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본부는 원/엔화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제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1.5% 감소하는 반면 우리 국민의 일본 관광은 5.3%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국민의 제주 방문도 2.7%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제주본부의 예측이다.
이럴 경우 제주의 관광수입이 연간 최대 13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저 악재’ 현실로…관광시장 봄이 와도 ‘찬바람’
그런데 최근 들어 이 같은 분석이 현실화되면서 제주를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 1월 제주를 찾은 일본인관광객은 6841명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1월 1만435명에 비하면 무려 34.4%나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국민들의 제주 관광도 감소세로 돌아서 비상이 걸렸다.
올들어 지난 9일까지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130만9880명. 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135만5718명에 비해면 3.4%(4만5838명) 줄어든 것이다.
엔저 효과로 관광비용이 낮아진 일본을 여행하는 내국인이 늘어나면서 제주 관광은 ‘역풍’을 맞는 셈이다. 게다가 국내경기 불안 등으로 인해 여행심리 위축 등도 관광객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지역 관련 업계도 불황의 그늘을 체감하고 있다. 최근 도내 렌터카 업계의 경우 예약률이 40%를 밑돌고 있다. 지난 삼일절 연휴에 ‘반짝특수’를 누린 것이 고작이다.
내국인 단체 관광객이 주 고객인 전세버스의 경우도 더 심각하다. 올들어 주간예약률이 35%를 넘지 못하는 데다, 그나마 삼일절 연휴 특수도 ‘그림의 떡’이었다는 후문이다. 골프장도 예외는 아니다. 삼일절 연휴를 제외하며 주간 예약률이 50%를 넘기기가 벅찬 실정이다.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증가세를 지속하는 중국인 관광객 시장에도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관광객 수는 크게 늘어나는데, 정작 관광수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5만1606명. 1년 전에 비하면 10% 증가한 것이지만, 2011년 1월보다는 무려 5.5배나 늘어났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이지고 있다. 지난 1월 중국인 관광객 방문에 따른 조수입은 711억원으로 지난해 1월보다 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계가 운영하는 숙박과 음식점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제주 지역경제에 돌아가는 씀씀이는 그만큼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직은 성급한 면이 없지 않지만, 이런 추세로 간다면 올해 제주 관광시장은 ‘외화내빈(外華內貧)’에 허덕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관광객 유치 목표인 1050만명은 그럭저럭 달성하겠지만, 그만큼의 실속까지 챙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내수부진에 신음하는 중소기업들…언제면 경기 풀릴까?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지역본부(본부장 유광수)가 도내 24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월 중소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도내 기업들에게 가장 큰 경영상의 어려움은 ‘내수부진’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 가운데 무려 83.3%가 1순위로 꼽았다. 전월보다 21.4%포인트 증가했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불황의 주범이 바로 ‘내수부진’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62.5%)과 판매대금 회수 지연(50%), 과당경쟁(37.5%), 자금조달 곤란(29.2%) 등의 뒤를 이었다.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게 없다.
이 같은 경영 애로요인의 귀결점은 수익성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 자금난의 악순환이다.
중소 제조업체의 경기체감 정도를 나타내는 중소기업 건강도지수(SBHI)를 보면 지난달 경상이익 지수는 71.5에 머물렀다. 기준치(100)에는 근접도 못했다. 지난해 8월(73.8)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자금조달사정 지수도 전월보다 4.1포인트 하락하면서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 79.2%에 그쳤다.
이런 흐름은 한국은행 제주본부(본부장 박성준)가 최근 내놓은 ‘2월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봐도 그대로 녹아있다. 2월 업황BSI가 전월보다 4포인트 하락하면서 기준치의 반토막인 53을 기록했다.
3월 전망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전반적인 업황전망BSI는 73으로 전월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경기호전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탓이다. 그러나 기준치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제조업의 경우 대부분의 항목에서 전월보다 지수가 악화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말해 주듯 극심한 부진으로 당분간 회복세를 타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은 제주본부의 조사에서도 역시 내수부진이 가장 큰 경영상의 애로요인으로 꼽혔다.
지역경기 전반에 걸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내수진작 등을 위한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함께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이 요구된다.
# 얼어붙은 소비심리…지갑을 열기엔 아직 시기상조?
실물과 지수 등 지역경제 관련 지표가 대부분 부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도민들의 얼어붙은 소비심리도 풀릴 기미가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내수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는 기업들의 판매 불황과 매출침체, 채산성 악화로 이어진다.
내수가 진작돼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고용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와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얘기가 말해 주듯 경제 주체들의 상황 인식이 전체 경기 흐름에 큰 변수로 작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도민들의 소비심리는 우려할 만하다.
한은 제주본부가 최근 발표한 ‘2월 제주지역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도 이 같은 우려가 그대로 담겨있다. 제주지역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달 100을 기록했다. 기준치에 턱걸이했다. 지난해 5월 108을 기록한 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달 100까지 내려왔다.
문제는 향후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지갑을 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경기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 CSI는 71로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 향후경기전망 CSI도 89로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경기불안에 대한 심리가 확산되면서 가계지출을 줄이겠다는 추세가 확산된다는 의미다. 수입이 줄어들 것이니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것이다.
물가수준과 임금 등도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 지역경제의 실물과 지수 등이 동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올해 전체적인 성장 흐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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