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 조사관 진술 외면..."親정부 위원들이어서 그런가?"
장기간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벌이던 평화운동가 송강호 박사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로 볼 수 없다"는 기각 처분하면서 공정성을 상실한 결정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4월1일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가 이뤄지는 서귀포시 강정 구럼비 바위에서 송강호 박사는 해군기지 경계구역에 설치된 철조망을 넘어 공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공사장 내에서 작업 중인 포클레인 쪽으로 다가서던 중 그는 체포됐다.
문제는 체포되는 과정에 있었다. 송 박사는 경찰에 체포되지 않기 위해 상체를 차량 밑으로 들어가 머리와 턱 등이 차체 바닥면에 걸쳐져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송 박사는 차체 밖으로 끌려나와 호송차에 태워졌다. 목부위는 물론 턱, 치아 등에 많은 부상을 입었다.
긴박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1명을 체포하기 위해 100여명의 경찰들이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다리를 잡아 끌어당긴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사건으로 진정됐다.
경찰은 "당시 정황상 시위대들의 극렬한 저항이 있어 피의자의 도주우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의 진술은 물론 당시 인권위에서 파견 나온 조사관의 조사결과에서도 도주우려나 시위대들의 극렬한 저항은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
특히 이 상황은 해군측 폐쇄회로TV(CCTV)의 영상에도 고스란히 담겨졌는데, 영상자료를 확인한 결과 당시 차량 주변에는 시위자 몇명이 송 박사의 체포과정에 대해 항의를 할 뿐, 다른 시위대는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경찰이 상황을 거의 통제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찰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긴박하거나 극렬한 저항이 이뤄진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인권위 사무처가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당시 상황에 대해 '차 밑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안전상태를 보면서 신변보호조치를 취했어야 하며 피해자가 턱과 목, 치아에 심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아 연행 과정에서 불필요한 무력행위가 있던 것으로 판단되며 안전조치가 미비했으므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기술하며 해당 부서의 경고조치 및 인권직무교육을 할 것을 인권위 침해소위원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침해소위원회의 심의에서는 기각 결정됐다.
침해소위는 "피해자가 경찰 호송차에 탑승하지 않으려고 저항하던 과정에서 피해자의 상체가 차량 밑으로 들어간 점, 당시 차량 밑에 있는 피해자를 연행하기 위하여 다른 방안을 마련하기가 용이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당시 피진정인들이 피해자에게 과도하게 물리력을 행사하여 인권침해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진정인의 주장보다는 국가공권력인 경찰의 입장을 상당부분 수용한 소극적 판단이어서 논란을 사고 있다.
강정주민들은 이에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권위 조사관의 자료나 영상자료만 보더라도 명백히 인권침해사건인데 인권위는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민주통합당의 우원식 의원도 29일 이 문제에 대해 강력히 제기했다.
우 의원은 "명백한 인권침해 조차 국가인권위원회는 눈감아버렸다"며 "CCTV 동영상과 여러 진술인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기각처리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기각결정이 내려지게 된 이유를 침해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위원들의 정치적 성향과 결부시켜 해석했다.
그는 "과거 인권 관련 활동이 거의 없거나 전쟁 지지선언을 했던 친정부 인사로 구성된 현재 침해소위 위원단의 명단을 보면 이번 기각은 매우 당연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한편 우 의원이 국가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강정마을 관련 진행 중인 사건 및 종결사건 소요일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진정사건에 대해 조사 중인 사건은 지난 2년간 진정 접수건의 평균 처리 소요일은 167일로 나타났다.
그는 "인권침해 진정 접수 이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여 인권침해에 대한 적절한 조치 없이 장시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헤드라이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