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전화 요금 왜 민간단체가 납부?...궁지몰린 도정 '위기'
제주의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캠페인 과정에서 불거진 전화투표요금 논란이 또다시 겉잡을 수 없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도민들로부터 모금된 전화투표 기탁금 56억7000만원의 사용내역과 관련해, 10억원 가까운 돈이 행정전화요금으로 대납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명만)가 18일 제주도의 지난해 예산 결안삼 심사를 이어간 가운데, 전날에 이어 7대자연경관 기탁금 사용내역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전날 예결위 심의에서는 이 기탁금이 전액 7대자연경관 전화투표비로 제대로 쓰여졌는지가 초점이었다면, 이날 심의에서는 사용내역 중 제주특별자치도의 어의없는 '변칙운용' 사실이 들통나 회의장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8월16일부터 11월11일까지 전화투표 기탁금으로 범도민추진위원회에 맡겨진 돈은 현금기탁금 33억1600만원과 약정기탁 23억5600만원 등 56억7000만원.
이 돈은 민간인 범도민추진위원회에서 전화투표를 하는데 사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금기탁금 33억1600만원 중 9억7000만원이 행정전화비로 KT로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요금을 납부한 당사자는 범도민추진위원장이다.
전화를 사용했다면 당연히 사용한 전화번호와 어느정도 사용했는지 여부가 적시돼야 하는데, 이 9억7000만원의 전화요금은 제주도청 대표전화에 포괄적으로 포함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범도민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았던 강성후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자연유산관리단장은 "당시 (7대자연경관 전화투표를 하는데 있어) 경험도 없고 업무 폭주 관계로 전용투표 기기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제주도에 행정전화를 이용한 투표를 하도록 요청했고, 가용재원 최고 상한선인 10억원 이내로 KT에 행정전화비를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즉, 전화투표 기기만으로는 기탁된 금액의 전화투표를 하는데 시간적.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어 대신 행정전화를 통해 전화투표를 하게 했다는 것이다.
범도민추진위가 제주도에 전화투표를 대신 하도록 한 부분에 대한 설명에서 강성후 단장은 처음에는 "사무위임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업무를 대행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나 민간단체가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사무를 위임했다거나, 업무를 대행하도록 했다는 발언 자체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어서 의원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어느 전화에 얼마가 부과됐는지도 '몰라'...9억7000만원 떠넘긴 산출근거는?
더욱이 제주도청에서 전화투표를 대신해준 결과에 따라 KT로부터 범도민추진위원장 명의 앞으로 9억7000만원의 전화요금 고지서를 발송토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어떤 전화를 이용해 전화투표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청에 설치된 일반 행정전화를 통해 전화투표를 했다는 것인데, '9억7000만원'이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행정전화로 했기 때문에 대표전화로 통합돼 고지서가 나오는데, 범도민추진위에서 의뢰한 9억7000만원 정도의 전화투표를 했다고만 밝히고 있다. 별도의 특별 전화시스템을 설치한 것도 아니고, 공무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전화기를 통해 전화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전화로 사용했기 때문에 '9억7000만원'의 요금산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 정보정책과 관계자는 "우리는 행정전화요금만 관리하기 때문에 7대자연경관 전화투표요금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는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 행정전화와 통합해 사용한 후 민간단체에 별도의 전화요금 고지를 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 9억7000만원의 전화요금 고지서는 지난해 10월26일 작성돼 발송됐고, 요금납부도 당일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영민 제주도 지식경제국장은 "지난해 10월 제주도의 행정전화요금은 25억원 정도"라고 답했다.
당월 전화요금 총액은 34억7000만원 정도였으나, 이중 9억7000만원을 범도민추진위에서 납부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전화회선을 사용했는지, 전화번호별 요금내역을 제시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도 제주도는 "제주도청의 대표전화번호로 요금고지가 이뤄진다"며 특정 회선별 요금내역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결국 민간단체로부터 '사무위임' 혹은 '업무대행'을 받아 제주도가 대신 전화투표를 해줬다는 답변도 '코메디' 수준의 내용이지만, KT가 고지서까지 발급해 요금을 납부하도록 한 명세서의 근거가 확실치 않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격앙된 의원들, "변칙적 예산 운용...과다한 행정전화요금 줄이고 싶었나?"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강경식 의원(통합진보당)은 "범도민추진위원장 명의로 부과된 9억7000만원은 도청 행정전화요금으로, 회계예산으로 잡아서 처리해야 하는데 변칙적으로 예산을 운용했다"면서 "위원장 명의로 고지서가 발부된 것도 문제이고, 공기업인 KT가 이런 식으로 업무를 처리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결론적으로 볼 때, 행정전화요금이 과다하게 나오게 되니 이를 모면하려고 범도민추진위에서 돈을 대신 납부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면 도청은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과 다를 바 없다"고 쏘아붙였다.
위성곤 의원(민주통합당)은 "56억7000만원 기탁금 중 9억7000만원 쯤 남을 것 같으니까 이 돈을 어떻게 쓸까 하다가 행정전화요금에 보태도록 한 것 아니냐"면서 "왜 이런 꼼수를 쓰느냐"고 질타했다.
오대익 교육의원도 같은 맥락의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행정전화요금이 너무 많이 나오니까 이것을 줄이고 싶었는데, 221억원이 넘는 요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이 방법을 생각해낸 것 아니냐"면서 변칙적인 기금집행을 강조했다.
오 의원은 "처음부터 행정전화요금이 211억원이 아니라 221억원이라고 말했으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심 의원은 "범도민추진위로부터 전화투표를 위임받아 한 것도 문제지만, 요금 고지서의 수신처만 범도민추진위원장이라고 돼 있을 뿐 전화번호별 사용내역이 없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어떻게 행정전화요금과 분리해 고지를 할 수 있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전화를 몇대를 사용했고, 각각의 전화에서 얼마만큼의 요금이 나왔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강성후 단장은 "대표전화로 요금이 나가기 때문에 분리해서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위성곤 의원은 "9억7000만원이 고지하게 된 전화를 분류해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한번 검토해보겠다"면서 이 부분에 자료제출 요구에도 난색을 표했다.




#도정 신뢰성 추락...강성후 단장 '울먹' "사과드린다"
장시간 이 문제를 갖고 성토가 이어진 가운데, 말미에 강성후 단장은 "사적인 발언을 하겠다"고 발언기회를 얻은 후, "이 업무(7대자연경관 전화투표)에 매진하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다소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강 단장은 이 얘기를 하면서 울먹이기도 했지만, '상식 밖'의 전화요금 대납 파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는 지금까지 행정전화요금으로 211억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는데, 이번에 민간기탁금 10억원의 대납사실이 밝혀지면서 총 전화요금은 221억원인 셈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행정시스템의 전화통화료를 민간에 고지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고, 민간기탁금 10억원의 납부는 사실상 행정전화요금의 '대납'에 다름없어 도정의 신뢰성에 적지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감사원 감사에서는 이 부분까지도 감사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사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회의가 끝난 후 의원들은 이번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의 처리방향을 두고 골몰하고 있다. 예결위는 19일 교육청 예산결산안 심사가 끝나면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에 대해 의결할 예정이다.
#"56억원어치 전화투표, 제대로 사용한 것 맞나?"
한편 지난 17일 예산결산안 심의에서는 전화기탁금 56억원을 전화투표로 하는데 제대로 사용했느냐 하는 문제가 쟁점이 됐다.
제주도는 "지난해 8월16일 기탁금 56억7천만원이 모금됐는데, 이 돈으로 초반에는 31대의 전용투표기기로 투표하다 선정기간이 임박한 11월부터는 150대의 투표기기로 투표했다"며 "전용투표기기 한 대로 하루 5000건 투표가 가능했고 나중에는 프로그램이 진화하며 투표 건수가 늘면서 56억7천만원을 모두 투표에 사용한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 의원은 "20초당 한 표씩 해서 투표기기 한 대당 하루 4300통 정도 투표할 수 있으므로 56억7000만원을 다 쓰려면 7000일이 소요된다"며 "전화기 100대를 가동해도 투표하는 데 72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31대로 하다 150대로 늘렸다고 해도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며 "투표하지 않은 부분을 납부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 후, KT에서 받은 고지서 내역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전화투표에 따른 행정전화를 예비비로 지출해 논란을 빚고 있는 제주도정이 이번에는 행정전화요금을 민간성금인 기탁금에서 대납토록 하게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제주도정은 최대 위기에 몰리게 됐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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