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이익 때문에 국민 아프게 해선 안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로 알려진 법륜 스님이 9일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찾고 주민들을 응원했다.
법륜 스님은 이날 오후 3시50분 강정마을 코사마트 사거리에 위치한 평화센터에서 강동균 회장을 비롯한 주민들과 대화를 가졌다.

이날 강정방문은 제주시에서 있었던 강연회 '즉문즉설'을 마치고, 서귀포시로 이동 하던 중 1시간 가량의 시간을 내어 이뤄진 것.
법륜 스님은 서두 인사에서 "마을 어르신들에 죄송해서 몸둘바를 모르겠다"며 "그동안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로 주민들이 겪고있는 고통은 언론을 통해서 자주 봐왔으나 함께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는 시간을 갖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히 1년동안 강정마을에서 고생해오신 문정현 신부님께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4.3 등 제주인들이 역사적 아픔을 겪어야 했던 사례들을 들며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법륜스님은 "제주는 과거 탐라국이었을때 고려와 몽골에 의해 점령당하고, 이후 4.3까지 겪으며 외세에 의한 역사적 아픔을 겪어야 했다"며 "이러한 아픔은 그나마 비교적 빨리 치유가 될 수 있을거라 기대할 수 있지만, 지금 강정은 지역주민간 찬반의 갈등이 생기고 국가폭력에 의해 아픔을 당하고 있어 쉽게 상처가 아물기 어려울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적, 안보적인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주민들과 도민들과 충분히 합의되고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아픔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제주해군기지는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충분히 주민들과 대화가 되어서 해결이 되어야 하는데, 다수의 주민들이 반대하는데 국가가 필요하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강제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1960년대 1970년대, 우리가 가난했었을 때에는 국가가 앞장서서 '나를 따르라' 하는 방식이 일부 성공하기도 했었지만, 그건 먹고살기 어려웠을 때 있었던 일이고, 지금의 시대에서는 충분하게 주민과 합의해서 해야하고, 긴급한 재난상황처럼 급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면, 충분히 합의될 때 까지 더 긴시간을 가지고 논의해서 이뤄져야 하는게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해군기지 공사를) 강제적으로 집행하므로 해서, 농사짓고 평화롭게 살아야 될 주민분들이 생업에 제대로 종사하지도 못하고 고통을 겪게 만들었다는 것은, 국가를 경영하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 당국자들이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고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던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더 이상의 큰 불상사 없이 강정마을 주민과 제주도와 대한민국이 서로 합당한 길을 찾아 나가는 길에 저도 함께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안보상 필요한 국가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에게 뜻을 묻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제주도민도 소중한 국민의 일원이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을 다치게 하면서 강행하는 안보적 사업이 과연 안보적 가치가 인정받을수 있겠느냐"고 역설적으로 정부를 비판했다.
법륜 스님은 "아무리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이라도 충분히 주민과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맞는 것"이라며 "국가 이익 때문에 국민을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일미 3국이 연합을 이뤄 중국세력을 견제하는 안보전략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법륜스님은 "중국이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에 맞서 한일미 3국 연합으로 중국 세력을 견제한다는 것이 지금의 안보전략" 이라며 "이러한 안보전략은 자칫하면 한미일 3국 중 한국이 거의 중심축에 놓여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이 중국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륜스님은 "과연 이러한 사실에 대해 국민들이 심도 있게 합의 했느냐"고 반문했다.
또 "한중일 3국이 동북아 시대의 핵심 축이고 평화와 협력을 끌어나가는 중심축이기 때문에, 우리가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고 사회적 협력체제를 갖춰나가야 할 것"이라며 "제주를 군사기지화해서 안보를 담당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한중일 3국 평화와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는게 더 국익에 도움되는지 국민들이 또 심도있게 논의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해군기지, 국가적 측면에서 과연 이익인가"...해군기지 3가지 측면 검토 조언
이어 김정민 강정마을 노인회장의 질문에 대한 법륜스임의 '즉문즉설'이 이어졌다.
김 회장은 "이 모든 과정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이제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빨갱이라고 몰고 있는데, 우리의 정당한 항의를 국가는 공권력을 내세워 강압하고 있어 너무 억울한 심정"이라고 말한 후, "법륜 스님께서 생각하시는 '민주주의와 우리나라 정권'에 대해 말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법륜 스님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 등은 충분히 논의되어야 할 문제라고 보는데,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사회에 큰 아픔이 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3가지 측면의 검토를 조언했다.
첫번째로, "안보문제에 있어서, 중국의 팽창에 따른 우리의 해상로 보호 등 국가적인 측면에서의 필요도 있었고, 반대로 이것이 한미일 동맹에 한국이 가장 앞장서므로 해서 중국의 타킷이 될 수 있는 위험도 있다"면서 "그래서, 어느쪽이 국가안보에 더 이익인가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가적 안보상 해군기지가 제주도에 정말 필요한가 하는 원론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번째로는 제주해군기지가 제주도민의 이익에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법륜 스님은 "해군기지가 국가적 이익에는 부합할 수가 있다 하더라도 제주도민의 이익에는 부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제주도민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어져야 하는데 이점 또한 부족한 상태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 "세계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을 지나 동북아로 옮겨오고 있는데, 한미일이 과거 국가간의 상처를 뛰어넘어서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가려할 때, 가장 좋은 위치가 바로 제주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도가 장기적으로 동북아의 구심체가 될 수 있다라고 생각할 때, 여기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는게 국가의 이익에 합당한가, 특히 제주도는 관광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을 고려하더라도 제주도의 이익에 과연 해군기지가 정말 합당한가를 충분히 논의하고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이어 세번째로, "이곳에서 살고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향을 잃어버리는 문제인데, 이 문제는 돈으로 계산되기가 굉장히 곤란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자기가 태어난 곳에 묻히고 싶고, 자녀들도 외지에서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은데, 고향을 잃어버렸을 때 그것을 보상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가, 이러한 문제들이 국가적인 이익이나 효율만 가지고 계산하기에는 어렵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말 국가적인 필요가 있다면 이러한 주민들의 상실감을 국가가 어떻게 보상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합의 할지에 대한 정말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라며 "이러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 후라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의 이익을 위해 그 아픔을 감수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이곳 강정마을은 절차상 그러한 과정이 없었고 납득할 만한 이유도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아픔이 있다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이러한 세가지 문제를 충분히 논의하고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들을 수렴해서 합당하게 풀어나가는 '통합의 리더십'이 지금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가는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수렴해주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오직 집행하는 역할만 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권력이 마을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이런 방식의 권력집행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정부나 사업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시간을 가지고 다시 충분히 논의해야 하며, 주민 여러분들도 이러한 부분들을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한 후, "어느 쪽이든 자기 의견만 관철시키고자 한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정주민들을 비롯한 제주인들은 4.3의 아픔도 이겨냈다"며 "해군기지 문제로 인해 아픔이 크지만 잘 이겨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마을주민들을 응원했다.
법륜스님이 자리를 떠나기 전, 문정현 신부가 우정의 인사를 전했다.
문 신부는 "주민들의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자리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해군기지 문제로 인해 중요한 상황들이 생길 때 법륜스님께 알리겠으니,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제주를 방문한 법륜스님은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4.3영령들을 추모한 후, 오전에는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오후에는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즉문즉설' 강연회를 가졌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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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까지 찾아가 좋은 말씀해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