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술마시면 개같은 짓 하는 사람"...뒤늦게 "감정조절 못했다" 해명
속보=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해군제주기지사업단에서 근무했던 해군 대령이 22일 새벽시간대에 강정마을 대표자에게 전화해 막말을 쏟아낸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의 당사자는 현재 해군 제주방어사령부의 홍모 대령.
그는 이날 새벽 1시께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의 강동균 회장에게 전화해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이날 낮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사실을 폭로하며 이에대해 적극 대응할 뜻을 밝혔다.
그의 휴대폰에 기록된 통화기록시간과 녹음내용 등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강 회장은 "오늘 새벽 1시1분께 휴대폰을 놔두고 잠시 갔다온 사이 부재 중 전화번호가 떠있어 전화를 했더니 그 사람(홍모 대령)이었다"면서 "매우 술에 취해 있는 목소리였는데, 서울이라고 하면서 신분을 밝히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고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힘내시라고 격려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고 밝히면서도, 이어서는 말을 비꼬으면서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느라 힘들지요. 북한 김정은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라. 김정은을 찬양하는 것이냐?"라는 등등의 막말을 시작했다.
강 회장이 "왜 내가 북한 김정은을 위해 일하느냐? 말 함부로 하지 마라"고 쏟아붙이자, 홍 대령은 "지금 그렇게 일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
홍 대령은 '해군기지를 찬성하면 (북한으로부터) 영웅칭호를 받을 것이다'라는 말까지 해댔다.
이어 "나중에 토사구팽 당한다. 돌아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중에 다하고 나면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강 회장이 "해군이 이렇게 함부로 말하면 되느냐"고 항의하자, 홍 대령은 "술마시면 개가 되는 해군이 있다"며 횡설수설했다.
홍 대령은 "강 회장이 북한을 위해 그런 것이 아니고, 같이 계신 분들이 그런 사람 있는데 강정을 위해서 고민해 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다시 "강정을 위해서라면 해군이 물러나야지, 국가안보 사업을 한다고 하면서 지역주민을 괴롭히면 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홍 대령은 "강정마을 자녀들 위해서 제발 대승적으로 판단하라. 강 회장은 죽지만 당신 자녀들 위해서 생각해 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10분 정도 옥신각신 통화를 하면서 잔뜩 화가 난 강 회장이 "당신 누구냐?"면서 계속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했는데, 홍 대령은 "강 회장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신분 안밝히던 해군 대령, "나는 술 마시면 개같은 짓을 하는 사람"
강 회장은 작년 여름에도 술에 취해서 전화를 걸어왔던 목소리와 비슷해서 "당신 홍00 대령 아니냐?"고 추궁하자, 그는 "절대 아니다. 나는 홍 대령이 아니고, 술 마시면 개같은 짓을 하는 사람"이라고 둘러댔다.
10여분의 통화를 끝낸 강 회장은 이 전화를 처음부터 모두 녹음하고 있었다. 이날 낮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녹음된 휴대폰을 보여준 강 회장은 "이 전화의 목소리 주인공은 다름아닌 홍00 대령"이라며 "그는 해군제주기지사업단에 있었던 사람으로, 그 때에도 술에 취하면 전화를 걸어왔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홍 대령 "감정 조절 잘 못해 적절하지 못한 발언했다"...해군 '보직해임' 조치
이에대해 홍 대령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본인이 22일 새벽 1시께 강 회장에게 전화를 건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는 "과거 사업단 통제실장으로 근무하며, 강 회장과는 많은 대화와 소통의 시간을 가졌었다"며 "현재 사업단을 떠나 직접적 업무 관련이 없는 제주방어사령부에 근무하며,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사업이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지연 되고 있는 것이 개인적으로 안타까워 강 회장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화 중 '막말'과 관련해서는, "전화 통화 중 사업 추진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이 앞서 감정 조절을 잘 못해 강 회장에게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 회장에게 결례를 범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에 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해군본부는 이날 오후 홍모 대령에 대해 참모장직에서 보직해임 조치했다고 밝혔다.
#신분 감추고 '막말'..."비겁하고 창피스러운 모습"
그러나 이번 해군 대령의 강정마을 대표자에게 새벽시간대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서 막말을 한 것은 '협박' 수준으로 볼 수 있어, 그의 막말 파문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통합당 제주도당은 성명을 내고 "해군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관련자의 즉각적인 징계와 처벌은 물론, 제주도민에게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군사기지저지 범대위 관계자는 "지금 이 상황에서 해군 대령이 술에 취해서 새벽 시간에 강정주민 대표자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 김정은 찬양' 얘기를 꺼내며 종북세력으로 매도하고,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더욱이 자신의 신분도 철저히 속이며 새벽에 전화를 건 것도 군인답지 못한 비겁하고 창피스러운 해군 대령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