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정치인 출입 제한"...30분 실랑이 끝에 발길 돌려
속보=제주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서귀포시 강정 해군기지 현장에 대한 문화재 발굴절차 이행여부 등을 점검하기 위해 해군기지 현장을 방문했으나, 해군은 끝내 의원들의 출입을 거부했다.
지방의회 본연의 '의정활동'을 강조했으나 끝내 진입이 무산된 제주도의회는 해군측의 이번 출입 제한을 지방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로 보고,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위성곤)는 13일 오후 3시 해군제주기지사업단을 방문, 해군기지 사업부지 내에 들어갈 것을 허용하도록 요구했으나 해군측의 거절로 무산됐다.



행정자치위원회 위성곤 위원장을 비롯해 박원철, 윤춘광, 박규헌, 강경식 의원은 이날 오후 3시 해군기지 사업현장의 문화재 발굴절차 이행여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이행여부 등을 점검하기 위해 해군기지 사업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현장 해군제주기지사업단 정문 앞에는 경찰 50여 명이 입구를 봉쇄하고 있었다.
경찰의 봉쇄에 가로막힌 위성곤 위원장은 "우리는 사전에 현장 방문을 요청했고, 해군을 만나야 되기 때문에 경찰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기청 8기동대장은 "출입 여부가 아직 검토 중"이라며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도의원들의 불만이 빗발쳤다. 명백한 의정활동을 위해 출입을 사전에 공식적으로 요청했음에도 길을 막는 경찰의 태도에 발끈하고 나섰다.
강경식 의원은 "우리는 현장 확인차 온 것인데 왜 막는 것이냐? 이유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위성곤 위원장도 "어제(12일) 도지사가 서귀포경찰서장에게 도의회의 의정활동에 대한 협조 공문을 보내 요청까지 했는데 왜 막는지 모르겠다. 어떤 근거로 막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춘광 의원 역시 "우리는 확인만 하러 온거다. 구럼비가 파괴되고 흙탕물이 흘러들어 가고 있는데 도의회가 확인조차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박원철 의원도 "누구 지시를 받고 막고 있는 것이냐? 경찰과는 할 얘기가 없으니 해군측 관계자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도의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길을 터주지 않는 경찰과 도의원 간 실랑이는 15분여간 이어졌다.
위성곤 위원장은 "지방의회가 현장확인을 위해 왔는데 경찰이 막고 있는 이 나라가 어떻게 된 것인지...법도 원칙도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강경식 의원도 "도의회의 공무집행을 막는 이같은 행위는 불법"이라며 "이는 경찰이 법 위에 군림하려는 것으로, 법을 지켜야될 경찰이 오히려 법을 어기고 있다"고 말했다.



# 도의원-경찰 실랑이...15분 뒤 해군 관계자 나와 "출입 안 된다"
15분여간의 실랑이 끝에 해군제주기지사업단을 대표해 정용성 소령이 도의원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정 소령은 "국방부의 부대관리 규정상 (총선) 예비후보 등록 기간이기 때문에 정치인은 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강경식 의원은 "부대 자체 훈령에 따르면 장병 위로차 표를 얻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는 장병도 만나지 않을 것이고, 선거운동도 하지 않겠다"며 거듭 출입 허가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 소령은 "이 곳은 해군기지사업단이라는 군 부대로 사업단장 예하에 군 장병들이 근무하고 있다"며 "이는 국방부의 명확한 지침으로 훈령상 출입을 제한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위성곤 위원장이 "환경영향평가를 지키지 않아서 제주 땅이 모두 오염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거듭 출입 허가를 요구했지만, 정 소령은 "그럼 선거가 끝난 뒤 다시 협조 요청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선거가 끝난 뒤 요청하라'는 말에 도의원들은 더욱 격분했다.
의원들은 일제히 "그럼 선거가 끝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야 맞는 것 아니냐? 그 전에 구럼비가 폭파되면 어떡하라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출입을 막는 국방부 훈령과, 의정활동을 보장한 헌법 중 어느 것이 높느냐"고 몰아 세우기도 했다.
정 소령은 그러나, "(현장점검을) 막겠다는 게 아니라 (현장점검은) 정치적으로 직.간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국방부 지침상 선거기간 동안 출입을 제한함을 정중히 말씀 드린다"며 출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약 10분간 의원들에게 출입시켜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정 소령은 오후 3시24분께 "제가 드릴 수 있는 답변은 여기까지"라며 사업단 안으로 이동했다.



# 해군, 30여분간 요구에도 끝내 거절...도의회 "의회 무시 처사"
30여분간 공사현장 출입을 요구했음에도 묵살당한 도의회는 오후 3시30분 사업단 정문 앞에서 해군기지 사업부지 현장방문 불허에 따른 성명서를 통해 해군측을 강하게 규탄했다.
도의회는 "이날 현장방문은 문화재 발굴절차 이행여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이행여부 등에 대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살펴보고 점검하기 위한 당연하고 공식적인 의정활동의 일환이었음에도 봉쇄당했다"고 성토했다.
해군측이 현장방문 불허 사유로 든 '정치적 중립 준수' 등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도의회는 "해군은 (현장방문이) 자의든 타의든 정치적으로 비춰진다는 자의적 판단에 의해 부대출입 및 접촉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정치적 중립 준수'나 '정치인의 부대출입'을 운운하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국방부 부대관리 훈령을 근거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의회는 "해군기지 사업현장이 군부대라고 강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고, 현장 확인을 통해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려는 의정활동의 정당한 권리이자 의무조차 정치적 행위로 재단하려는 해군측의 처사를 온 도민의 이름으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공무수행임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 사업현장 방문을 불허한 자체를 지방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로 규정한다"며 "의정활동을 방해한 일체의 행위에 대해 모든 책임은 해군측에 있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고, 법적인 검토를 거쳐 그에 상응한 조치를 강구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도의원들은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등이 강정포구 동방파제에 불법 설치된 윤형철조망 등이 있다며 확인해줄 것을 요구하자, 동방파제로 자리를 옮겼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