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기준 적용 대부분 '잘못' 인정...결론엔 '꼼수' 뉘앙스, 어째 좀?
국무총리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크루즈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보고서는 한마디로 현재의 제주해군기지 크루즈항 설계는 문제가 있다는 결론으로 요약된다.
기술검증위가 14일 크루즈항 설계문제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통해 최종 검증결과 보고서를 채택했는데,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전문가들로 TF팀을 구성해 자체검증했던 내용과 거의 일맥상통하고 있다.
즉, 설계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기술검증은 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크루즈항이 15만톤급 크루즈가 자유롭게 입출항이 가능한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제주도는 자체TF팀 검증을 통해 설계상의 명백한 오류를 확인하고, 이 내용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해군기지 소위원회에 강력히 제기했고, 국회는 재검증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정부차원의 검증을 권고하면서 이번 검증위 활동이 개시됐다.
제주도가 추천한 2명, 국방부가 추천한 1명, 국회가 추천한 2명, 그리고 총리실에서 추천한 1명 등 6명으로 구성된 기술검증위원회의 회의는 각각의 사안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과 최종 결과보고서에서는 전체적으로 현재의 크루즈항 항만설계에 있어 그동안 제주도에서 제기한 항만설계기준의 변수값 적용 등에 있어 문제가 있는 것으로 귀결됐다.
▲선회장 규모, 첨예한 대립각..."자유로운 입출항 가능할까?"
그러나 각각의 쟁점사안에 있어 가장 큰 쟁점이었던 크루즈항 설계 선회장 직경 논란에 있어서는 어느 한쪽의 입장이 맞다, 틀리다 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추가검증해야 할 과제로 남겨뒀다.
현재 설계된 선회장이 15만톤급 크루즈 선박길이(345m)의 1.5배인 520m를 직경으로 하는 원형으로 설계돼 있다.
기술검증위 논의결과 국방부측은 외국 크루즈항의 사례를 들며 크루즈선의 입출항 및 선회는 선박길이의 1.5배로 적용한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제주도측은 항내 자유로운 입출항을 위해서는 선회장 규모를 선박 길이의 2배(2L)로 증대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결론은 어느 한쪽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매듭짓지 않고, 양쪽의 주장을 모두 그대로 기술하는 것으로 해 매듭됐다.
하지만 검토보고 말미에는 '항만 구조물 재배치와 고마력 예인선 배치를 반영해 선박의 통항안정성 및 접안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선박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건의내용을 적시했다.
현재의 선회장 직경을 2배로 늘리지 않더라도 고마력 예인선을 가동할 경우 크루즈항의 입출항이 자유로운지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크루즈가 항내에서 선회하는 방법외에, 예인선을 통해 항내 이동을 하는 방법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설계 풍속값 '잘못'...풍압면적 값 '잘못'...항로법선 '문제'
그러나 나머지 쟁점에 있어서는 대부분 제주도가 주장했던 설계오류가 사실상 인정됐다.
두번째로 제기됐던 설계풍속의 변수값 적용 문제.
현재 설계에서 해군측은 15노트(7.7m/sec)를 적용해 선박시뮬레이션을 했다면서 문제가 없다고 해왔다.
그러나 기술검증위원회에서는 제주도에서 제기한 내용, 그리고 2010년에 고시된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에 의거할때 27노트(14m/sec)가 적정하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설계풍속을 종전 15노트에서 27노트로 변경 적용해 민군복항항 설계에 대한 접이안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설계풍속의 변수값 적용은 분명 잘못된 것을 국방부측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 검증위의 결론도 기상악화시의 상황을 적절하게 대입시키지는 못했다.
서귀포시의 경우 1년 평균 최대값이 16.3m/sec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검증위는 이번에 다소 상향조정하기는 했지만 14m 수준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세번째 크루즈선 횡풍압과 관련해서도, 면적 값을 재설정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제기됐다.
제주도측 검증위원들은 제주현재의 민군복합항 설계보고서에는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의 횡풍압면적을 8584.8㎡로 기입해 선박시뮬레이션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군에서는 당시 선박시뮬레이션을 실시할 때 실제적으로 1만2515.8㎡의 값을 적용했다며 문제가 없음을 주장했다.
그러나 기술검증위는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15만톤 크루즈 선박의 실제적인 횡풍압면적인 1만3223.8㎡을 적용해 선박시뮬레이션을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기술검증위는 항로법선을 설계기준에 맞도록 교각을 완화 할 것을 권고했다.
다섯번째, 크루즈 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지에 대한 운항난이도 검토에서도 어렵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현재의 민군복합항 설계에 사용된 풍속 15노트(7.7m/sec), 접근항로 법선 77°, 자력조종 접이안 등의 조건에서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의 운항난이도에 대한 자료검토를 한 결과, 서방파제 부두의 운항난이도는 가장 높은 등급에 해당하는 6, 7등급으로 15만톤급의 크루즈 여객선이 자유롭게 입출항 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방파제 부두측면에서는 운항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술검증위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박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적절한 방법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5가지 검토결과만 놓고 본다면, 선회장 규모를 제외한 대부분의 문제제기에 있어 기술검증위는 '오류'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종전 국방부가 크루즈항 설계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적용했던 설계기준 변수값 중 설계풍속과 크루즈선 횡풍압면적, 항로법선 등에 있어서는 제주도가 자체검증한 내용대로 문제가 있어 이의 기준값 변경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 결론을 내지 못한 선회장 직경 규모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선회장 규모를 제외하고도 다른 쟁점사항의 변수값 적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새로 변경된 변수값을 적용될 경우, 사실상 대폭적인 설계변경 수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설계변경 수순이 들어간다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공사는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기술검증위가 '정책적 판단'까지?...또다른 '꼼수'?
하지만 기술검증위는 마지막 부분의 '최종 검토결과'에서는 2가지의 다소 묘한 건의내용을 적시해 여러가지 오해를 사고 있다.
첫번째로는 "현 항만설계를 크게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항만 구조물 재배치와 고마력 예인선 배치를 반영해 선박의 통항 안정성 및 접안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선박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건의내용을 담았다.
'현 항만설계를 크게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전제의 단서는, 앞으로 항만설계의 새로운 변수값 적용에 따라 설계변경이 이뤄지더라도 '크게' 이뤄지지는 않게 해달라는 건의로 볼 수 있다.
대대적인 설계변경 수순이 아니라 미세한 변경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두번째는, "현재의 구체적인 항만설계 기준은 선박대형화에 따른 선회장 규모가 축소되는 추세"라며 "따라서 우리나라 항만설계기준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변경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이는 선회장 규모가 1.5배가 적절한지, 2배가 적절한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외국의 사례를 갖고 기준점을 달리하자는 것이다.
이 두가지 건의내용은 앞선 검증결과와는 차원을 달리해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또다른 '꼼수'라는 시각이 표출되고 있다.
검증위가 설계 기준값 오류를 지적했으면, 새롭게 조정된 값을 적용해 정확하게 수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설계변경의 수위를 결정해야 하나, '크게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전제를 제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검증결과에 따른 정부의 후속조치에 있어 원칙대로의 설계변경 수순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봉합' 수순으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또 항만설계 기술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기술검증위가 왜 이런 '정책적 견해'까지 포함시켰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쏠리고 있다.
6명의 위원 중 위원장을 제외한 5명 모두 항만 전문가들이다. 기술적 문제의 전문가들이 정책적 의견을 언급하면서 총리실 차원의 입장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지난해 9월 이후 오랫동안 지속돼 왔던 민군복항협 관광미항의 항만설계 오류 의혹은 결국 사실로 판명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정부가 이번에 확인된 오류의 내용을 갖고 앞으로 설계변경의 수위를 어떻게 잡아나갈지, 또 설경변경에 따라 해군기지 공사중단 조치를 내릴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