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힐 노릇...누가 이득봤나?...'관리영역'도 기소사유?"
제주삼다수의 중국 수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문제로 10일 전격 기소된 고계추 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장.
지난 1년여 동안 이 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여온 제주지검은 1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중 배임죄를 적용해 고 전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4월 똑같은 사안을 갖고 수사했던 경찰은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지만, 1년이 지난후 검찰은 '혐의있음'으로 본 것이다.
고 전 사장이 재직할 당시 중국에 '제주워터'(제주삼다수 영문명) 수출을 추진하면서 수입업체와의 불리한 계약체결로 인해 회사에 금전적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핵심이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발표가 이뤄지자, 고 전 사장은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정치적 표적수사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며 펄쩍 뛰며 억울해했다.
"정말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한 후, "검찰이 말한 기소의 이유인 공소사실을 갖고 죄를 묻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왜 이토록 억울해 하는 것일까.
#검찰, "수출계약 임의변경 손실초래는 '배임혐의'에 해당"
배임혐의로 기소한 검찰의 공소사실은 이렇다.
고 전 사장이 지난 2009년 중국 수입업체 B사와 중국 내 '제주워터'(수출용 삼다수 명칭) 독점판매에 대한 수출계약을 체결한 후, 친분이 있는 인사가 운영하는 업체에도 독점판매권을 주기 위해 B사와 계약변경을 하는 과정에서 수출계약조건을 불리하게 체결하면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B사와의 불리한 수출계약이라는 것은 종전 EXW조건(공장인도조건)에서 BWT조건(보세창고인도조건)으로 변경됐다는 것을 말한다.
공장 인도조건은 공장에서 출고와 함께 수입업체가 제품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 경우 수출업체의 경우 물류비 등이 들지 않은 이점이 있다.
반면, 보세창고 인도 조건은 물류비와 창고비 등이 소요된다.
검찰은 이 계약조건 변경으로 인해 당초 계약조건이었다면 부담하지 않았을 물류비와 창고비 등 5억8062만원을 회사로 하여금 부담하게 돼 손실이 초래됐고, 반면 B회사는 이 만큼의 이익을 봤다고 설명했다.
즉, 계약변경으로 인해 고 전 사장이 얻은 이익은 없으나 계약조건의 변경으로 인해 물류비 등을 고스란히 개발공사가 부담하게 되면서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고 전 사장이 B사로부터 이같은 물류비 부담을 감수하면서 수출계약 변경을 해준 이유는 친분이 있는 인사가 운영하는 업체에 B사가 기존에 계약한 지역판매권을 양보를 받아내려는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의 수사는 공사 운영상의 중요 계약사항을 임의로 변경해 손해를 가한 행위에 대해 배임혐의를 적용해 처벌함으로써, 공기업 임직원들의 부정한 사익 추구 및 방만경영 폐단을 근절시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수출계약 특혜?...수출할 사람 없어서 구걸하러 다녔다"
그러나 고 전 사장은 이러한 공소사실의 내용이 과연 기소사유가 될 수 있는지에 우선 반문한다.
그는 <헤드라인제주>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억울하다"며 "검찰이 기소사유로 제시한 내용은 도무지 말도 되지 않는 기상천외한 일을 벌이려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우선 공장인도조건에서 보세창고인도조건으로 변경한 이유는 검찰이 제시한 '개인적 이익' 때문이 아니라 수출시장 확보를 위한 '공격적 마케팅 차원'이라고 항변했다.
"삼다수 수출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중국 시장에서 삼다수 수출시장 뚫으려면 한번 해봐라. 수출할 사람이 없어서 구걸하러 다녀야 했다."
그는 삼다수 중국 수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국내 수입업체를 찾지 못해 어려웠던 상황을 '구걸하러 다녔다'는 표현으로 짧게 말했다.
고 전 사장은 "(수출할 사람 찾기 어려운) 이유는 규모가 작은 웬만한 업체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당시 생각에는 코카콜라와 같은 큰 기업이 아니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B사와 계약한 것은 '시험적 추진'의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보세창고인도조건이 손실? 외상거래 없는데 어떻게?"
두번째, 수출계약조건을 변경해서 손실이 초래됐다는 검찰측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무역에 있어 이러한 공장도인도조건이나 보세창고인도조건 뿐만 아니라 선적항 인도조건이나 도착항 인도조건 등은 무역 당사자끼리 편리함을 맞추기 위해 있는 제도이지, 어떤 조건은 좋고, 어떤 조건은 나쁘다고 따질 게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보세창고인도조건으로 변경했는데, 그러나 계약서에는 보세창고까지 삼다수를 가져간 후, 보관기간을 60일로 잡았다. 이 기간에 수입업체에서 재고없이 팔기만 하면 우리는 손해볼 것이 없게 된다. 재고관리만 잘하면 된다. 물론 그 기간에 다 팔지 못해 재고가 발생했을 경우 리스크는 존재하는데, 때문에 재고량을 없이 하려고 '외상거래'를 안하기로 한 것이다."
즉, '재고량'이 없다면 손해볼 것이 없는 계약조건이라는 것이다.
고 전 사장은 "그래서 저는 당시 수출업무를 맡는 직원들에게 모든 물품은 '외상 없이' 거래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측에서 '손실 초래'라고 주장하는 물류비와 창고비 등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 변경된 계약조건에 따른 수출역시 '남는 장사'라는 말이 된다.
그의 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보세창고인도조건의 계약변경 그 자체는 회사에서는 손실이 안된다는 것이다.
#5억원 손실 발생은 왜?..."직원들의 수출실적 보고욕심 때문"
그럼, 5억여원의 손실은 왜 발생한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 고 전 사장도 상당히 난감해 한다. 그는 한마디로 자신도 몰랐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제시한 5억8000여만원의 손실이란 부분은 자신이 퇴임한 후 민선 5기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해 정산하는 과정에서 재고물량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액수일 것으로 추정만 할 뿐, 그 손실액에 대해 전혀 몰랐었다고 말했다.
재임당시 중국수출을 추진하면서 '외상거래'를 안한다는 방침이었기 때문에, 수출로 인한 손실이 발생했다는 사실조차도 그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저의 경영방침에서 중국 수출과 관련해서는 절대 '외상거래'는 안된다는 것이었다"면서 "그런데 퇴임한 후 손실이 있다고 해서 나중에 보니, 수출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열심히 하려는 의욕이 너무 강한 탓이었는지, '업무보고' 과정이 뭐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퇴임 후에 재고문제 갖고 뭐라 하길래 알아봤더니, 우리 직원들이 수출실적 높여 보고하려는 욕심에 '밀어내기식 수출'을 해서 강제로 물량을 (중국 보세창고에) 갖다놓으면 그 과정에서 재고가 발생했던 것이다."
그는 "나중에 서류를 확인해보니, 직원들의 경우 수출실적을 높이기 위해 억지로 물량을 갖다놓은 것 까지 '수출실적'으로 잡았었다"며 "심지어 보세창고에 가기 전 항만이나 공장에 있는 것까지 모두 수출실적으로 보고해 버렸다"고 말했다.
고 전 사장은 "제가 사장이기는 하지만, 사실 회사를 경영하면서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확인하지는 못한다"면서 "그래서 임기 중에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당시에는 직원들이 사장에게 잘 보이려고 그랬던 점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직원들이 수출실적을 좋게 보고하려는 욕심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직원들의 이러한 좀 부풀려진 실적보고는 비록 재고발생으로 이어지게 했지만, 어디까지나 열심히 해보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이지, 형사적인 책임을 논할 사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번 검찰의 기소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관리상의 문제에서 발생한 '손실'을 갖고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서, 관리상의 손실이 발생해 그 책임을 묻는다면 과연 누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려 하겠나"라며 "그래서 검찰의 기소는 정말 기가 막히고 기상천외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보세창고인도조건으로 변경되어서 개발공사는 손해를 봤고, 수입업체는 이득을 봤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전혀 근거가 없는 억지 논리"라고 반박했다.
수입업체 역시 외상거래를 못하게 했기 때문에 이득이 없었다는 것이다.
#"업무영역의 관리상 문제 갖고 '배임혐의'는 억지...정치적 표적수사"
고 전 사장은 "배임혐의가 성립되려면 어떤 이득을 위해 행해져야 하는데, 지금 이 문제는 회사 내부 관리상의 문제이지, 이권이나 특혜의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검찰에 송치된 경찰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경찰은 고 전 사장을 비롯해 개발공사 관계자 40여명을 소환해 수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을 수없고, 절차나 규정을 위반했거나 부당이득을 취한 점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민선 5기 도정 출범 후 감사위원회가 특별감사를 실시한 후 수사의뢰를 한 부분에 대해서도, 경찰은 "기업회계 기준에 준해 볼 때 문제가 없어, 범죄 구성요건에 충족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고 전 사장의 반론은 검찰이 기소한 공사사실의 '배임혐의'는 '억지'라는 것이다.
그는 "이미 무혐의로 종결한 사건을 검찰이 1년 이후에 들춰내는 것은 정치적인 표적 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도대체 이런 억지논리로 기소하려는 그 의도를 모르겠다. 이건 완전 짜깁기 수사"라고 말했다.
고 전 사장은 "나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전반적으로 수출이 왜 이렇게 됐느냐 하는 관리적인 부분을 갖고 따져야지, 관리를 잘못한 것은 엄연히 '업무의 영역'인데 검찰이 관리상의 잘못에 대해서까지 배임혐의를 적용한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말했다.
2009년 당시 아들 결혼식 때 B사 사장으로 부터 받은 축의금 300만원에 대해 검찰이 뇌물수수혐의를 적용해 함께 기소한 것에 대해서도 "배임혐의가 좀 약해 보이니까, 억지로 또다른 건을 찾아 갖다붙인 것에 다름없다"고 일축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축하한다면서 건네준 축의금까지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10일 이뤄진 검찰의 전격적인 기소결정, 그리고 이어진 고계추 전 사장의 강한 반발.
이제 이 문제는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됐다.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죄가 인정된다면 검찰은 이번 기소의 정당함을 인정받겠지만, 반대로 무죄결론이 난다면 기소남발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될 전망이다.
법원은 공소사실의 배임혐의 적용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