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적 진행 시간쫓겨 '허겁지겁'..."지사님 저도 좀 면담합시다"
우근민 제주지사가 9일 제주시를 연두 방문한 자리에서 이뤄진 '시민과의 대화'는 예정된 시간보다 30여분 길게 진행됐지만, 참석했던 시민들은 많은 아쉬움을 표출했다.
모처럼 도지사에게 할 말이 있어 준비하고 갔던 시민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발언할 시간조차 얻지 못했고, 또 발언시간을 얻은 시민들 역시 '시간에 쫓겨' 할말을 제대로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과의 대화'라는 타이틀로 진행됐으면 왜 이런 아쉬운 결과나 도출된 것일까.



당초 제주시가 계획했던 우 지사 주재의 '시정설명 및 주민과의 대화'는 오전 10시30분부터 12시까지로 잡혀 있었다.
낮 12시부터는 제주시내 음식점에서 우 지사가 제주시 6급 이하 공무원 및 현업부서 공무원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시간30분이라는 시간 속에 짜여졌던 시정설명 및 주민과의 대화 진행순서를 보면 얼마나 빡빡하게 짰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우 지사 입장과 동시에 진행순서 등 안내와 국민의례로 2분, 공무원 정책아이디어 발표 5분, 김상오 시장의 시정설명 15분, 우 지사 인사말 15분, 주민과의 대화 48분, 우 지사 마무리 발언 5분 등이다.
이 일정만 보면 시민들과 진지한 대화의 장을 만들려고 생각했다기 보다는 우 지사 '의전' 차원의 행사로 가져나가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였다.
'우 지사 기분'에 맞춘 행사진행 의도는 김상오 시장의 시정 설명때부터 표출됐다. 김 시장은 시정설명을 하는 도중 10회 넘는 박수를 유도해 눈길을 끌었다.
참석한 200여명의 시민들에게 지난해 제주시가 추진했던 주사업추진 성과와 올해 추진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김 시장은 지난해 추진 사업 하나하나의 설명을 할 때마다 박수를 쳐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시정설명의 내용은 '알맹이'는 빠졌고 '타이틀'만 열거하는 수준이었다.
제주시장으로서, 진솔하게 시정을 추진하는데 있어 어려움이나 느끼는 점, 혹은 소신 등은 전혀 들어있지 않고, 잘 다듬질된 타이틀 열거 자료를 읽는 수준에 그쳤다.
말은 화려했으나 '감동'을 주기에는 역부족한 모습이었다. 보고를 마치면서도 "서로 위로와 격려, 감사의 박수를 부탁드린다"며 또다시 박수를 칠 것을 권유했다.
수많은 박수 유도 속에 '화려한 성과나열' 업무설명을 마친 김 시장.
이어서 우 지사는 간단한 인사말을 한 후, 참석한 시민들에게 "질문할 것이 있으면 해주시라"며 마이크를 넘겼다.
우 지사는 혹시 '짜여진 사람'들의 질문이 될 것을 우려했는지, "혹시 질문자나 질문내용 사전에 짜여진 거 아니죠?"라고 물었고, 제주시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우 지사는 "자유스럽게 얘기해달라"고 부탁하며 시민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질문에 나선 시민들은 저마다 '시간'에 눈치를 보는 모습이었다.
앞서 김 시장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지나치게 유도한 때문인지 질문에 나선 8명 내외의 시민들 중에서는 '화답'에 가까운 질문이 많았고, 시간에 쫓기는 모습도 이어졌다.
제주시 당국은 사전에 정해진 발언순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시민들의 질문은 아주 축약해 요점만 말하는 수준으로 해 1분 내외로 이뤄졌다.
"잘하고 있다"는 등의 칭찬성 발언도 이어졌다.
후반부에 다문화가정의 문제, 야생노루 문제, 택시영업 기사의 하소연 등 깊이있게 다뤄져야 할 질문들이 이뤄졌지만 초반부 발언자들의 '짧은 질문'을 의식한 때문인지 요점만 대략적으로 설명하고 답변을 부탁하는 수준이었다.
편하고 자연스런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시가 사전에 '조율'한 것으로 보이는 이 일련의 시민발언은 전체적으로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뒤늦게 쏟아진 질문..."도지사님, 저도 면담신청 좀 하겠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때문인지, 대화가 끝나기 직전 우 지사가 "추가적으로 몇분만 더 말씀해달라"고 하자, 3-4명이 추가 발언에 나섰다.
이 때문의 시간은 이미 12시를 넘기고 있었다. 배석한 간부공무원들은 쉴새없이 시계를 쳐다보며, 조바심을 갖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추가 발언에 나선 시민들의 막바지 하소연은 쏟아졌다.
앞서 질문을 했던 한 개인택시 기사는 다시 일어나 제주도당국이 심야버스 운행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따져들며 질문했다. 대중교통이나 대리운전 등 때문에 택시영업이 크게 잠식당하고 있어 이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게 취지다.
그러나 시간에 쫓기듯 하며 대화는 '다음 순번'으로 숨가쁘게 진행됐다.
막바지에 발언기회를 얻은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는 안영희씨는 "제주에 71개 지역아동센터가 있는데, 아이들이 급격히 늘었는데, 구도심 활성화와 함께 청소년을 위한 시설도 확대해줘야 한다"면서 현재 지역아동센터가 겪고 있는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앞서 발언한 분들 중에 개인택시 기사분이 도지사님을 면담했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들으며 저는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저는 그동안 도지사 면담을 요청해도 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지역아동센터 문제와 관련해 지사께 면담을 정식으로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삼도동의 한 여성도 면담 성사 어려움을 호소했다.
답변에 나선 우 지사는 "두시간 정도 그냥 계시다 가시는 분들에게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저에게 어떤 내용이든 보내주시면 하나하나 검토해 챙겨나가겠다"는 말로 위로했다.
다른 여러 질문들도 있었으나 이에 모두 답하지는 못했다.
결국 시민과의 대화는 당초 예정시간보다 30분 연장하며 낮 12시30분까지 이어졌으나, 질문 한번 해보지 못하고 자리를 나서야 하는 시민들은 이날 '시민과의 대화'에 많은 아쉬움을 표했다.
질문을 하지못한 한 시민은 "질문의 제목들만 쭉 들어서 끝날 것이라면 뭐하러 이런 자리 마련했나"라며 "진행방법에 있어 지역아동센터나 택시영업문제 등은 단 5분이라도 '토론형식'으로 대화를 나눴더라면 좋았을 텐데, 방법적인 면에서 정말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시민들만 잔뜩 초청해놓고, 시민과의 대화 한번 화려하게 잘 했다는 분위기만 잘 연출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일련의 상황은 '의전'하는 기분으로 '시민과의 대화'를 구상하고 세팅했던 제주시당국의 '작전 실패'는 아니었을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좀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는 할 수 없는지!!
참 기자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