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관계 20만원 중고골프채에 공직 '박탈'..."억울해"
스포츠관련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단체 임원으로부터 '중고골프채'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던 제주도청 소속 4급 공무원 A씨(58)에 대해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금고이상의 형을 받으면 그 직을 상실하도록 규정된 현행법에 따라 A씨는 결국 공무원직을 잃게 됐다.
이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민간단체보조금을 받아 스포츠행사를 치렀던 해당 스포츠단체 임원 B씨는 당시 스포츠관련 업무를 맡고 있었던 A씨와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B씨가 경찰에 향응제공 등의 혐의로 제보를 하면서 수사는 시작됐다. 최초 수사가 이뤄진 부분은 향응제공 내용이었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A씨는 해당 임원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입증했다. 오히려 A씨가 B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개인 돈으로 식사 등을 접대한 사실이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통해 확인됐다. 또 B씨가 해외에 나가서 자금이 부족하자 A씨가 개인 돈 150만원을 보태준 사실도 밝혀졌다.
오히려 B씨의 주장이 거짓진술로 확인되면서, 사건은 그렇게 종결되는 듯 했다.
하지만, '중고골프채'가 남아있었다. 검찰이 기소한 내용은 이 중고골프채 부분이다.
수사과정에서 A씨는 줄곧 B씨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의례적인 선물차원으로 중고 골프채를 집에 놔두고 가 버린 것이라며 뇌물수수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A씨는 자신도 집에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중고골프채를 놔두고 간 사실을 알고는 여러차례 B씨에게 전화해서 도로 가져가라고 말한 사실까지 털어놓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사건은 기소됐다. 중고골프채를 직무상 받은 뇌물로 보고, 뇌물수수혐의가 적용됐다.
1심 재판의 쟁점은 크게 두가지였다. 하나는 중고골프채를 직무상 뇌물로 볼 것인지 여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중고골프채를 수수한 과정에 받을 마음, 즉 '취득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다.
많은 법정논란 끝에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했다. 그것도 불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해 법정구속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중고골프채를 직무상 뇌물로 보는 것은 물론, 취득의사도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직무상 뇌물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의례적인 선물차원인지 여부에 대해, A씨는 "제가 B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식사를 접대했고, 해외여행 경비까지 개인돈으로 보태주면서 그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B씨가 중고골프채를 집에 놔두고 간 것"이라며 '직무상 뇌물'이 아님을 항변했다.
실제 1심 재판부에서는 검찰측 증인채택 등을 통해 A씨가 받은 중고골프채에 대한 감정가 확인이 이뤄졌는데, 경제적 가치는 대략 20만원 정도라는 감정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비록 중고 골프채의 매매 시장에서의 교환가치가 크지 않다고 할지라도 고위공직자인 피고인이 골프채를 수수함으로써 사회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비록 경제적 가치가 낮은 중고골프채라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단순한 의례적 선물로 받아들여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취득의사' 판단부분과 관련해, A씨는 돌려줄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1년 6개월이 넘도록 보관한 점 등을 볼 때 취득의사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쟁점에도 불구하고 1심선고에서 법정구속이 내려진 이유는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었다. 한마디로 괘씸죄가 적용됐음을 의미한다.
실제 재판부는 "피고인이 뇌물을 수수했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도 골프채의 경제적 가치가 크지 않은 점, 골프채를 받은 후 '부정한 처사'로 나아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다면서도 직무상 뇌물을 받고도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을 들면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실 A씨는 1심과 2심 재판과정에서 시종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주변 지인들이 그를 찾아 "재판부에 밉보이지 말고 선처를 호소하는게 어떠냐"는 요청에도, 그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어떻게 잘못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하라는 것이냐"며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판 마지막까지, "정말 억울하다. 비록 중고골프채를 준 사람이 업무적으로 관련된 사람이지만 그동안 제가 공금이 아닌 사비로 그에게 접대를 수차례에 걸쳐 했고, 해외여행 경비까지 보태주면서 인간적 관계가 맺게 돼 중고골프채가 건너져 오게 된 것"이라며 거듭 무죄를 주장했다.
또 "1심 재판 과정에서 골프채 감정가가 20만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그동안 제가 그에게 베풀었던 것에 비교하면 이는 단순한 선물차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면서 직무상 뇌물죄 적용은 억울함을 항변했다.
그의 이 강력한 무죄의 항변은 재판부로 하여금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했고, 결국 징역형의 무거운 양형이 결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0만원대의 중고골프채를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사건은 30여년간 복무해온 공무원직을 상실하게 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끝난 후 A씨는 "정말 억울하고, 허탈하기 짝이 없다"면서 "1심과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중고골프채가 건네지게 된 당시의 정황이나 사적인 친분관계, 골프채 감정가 등을 모두 확인했음에도 이를 증거로는 채택하지 않고, 직무상 관계로 엮은 점이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A씨가 이번 판결에 수긍하지 않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