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상식' 밧줄 결박 전력연구원 발뺌...주민들 '충격...허탈'
수려한 절경을 자랑하는 제주시 한경 고산리 차귀도 천연보호구역의 늠름함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천연긴며물 제422호인 '작은 오백장군 바위'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된지 4일만에 인근 바닷속에서 발견됐다.
수중수색팀의 촬영으로 확인된 오백장군은 이미 산산이 부서져 옛 형상만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제주시와 제주해경이 '작은 오백장군 바위'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한 것은 지난 13일 오후 6시20분쯤.
이날 오후 이곳에서 물질을 하던 해녀들이 작은 오백장군 바위가 훼손된 것을 보고는 해녀회장에게 알렸고, 해녀회장은 다시 고산리 어촌계장에게 신고하면서 해양경찰서 상황실로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장엄하게 우뚝 서 버티며 차귀도의 상징이던 천연기념물의 실종신고는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곧바로 다음날인 14일 고산리 해녀회에서 바닷속으로 들어가 수중확인에 나섰는데, 높은 파도로 인해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16일 오후 2시께 제주시에 투입한 스쿠버다이버 2명을 투입해 수색한 결과 부서져 조각난 오백장군 바위가 발견됐다.
사라져 버린 오백장군은 이미 부서져 그 형상을 잃어버린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번 천연기념물 작은 오백장군 바위의 침몰사고의 중심에는 한국전력공사 부설 전력연구원이 있다.
대전시 대덕연구단지에 소재한 전력연구원은 지난해 제주시로부터 공유수면 점유허가를 받고 이곳에서 파도를 이용한 전력생산용 파력발전기(140Ton 규모) 시험을 하고 있었다.
전력연구원이 허가받은 지점은 용수포구에서 1.2km, 차귀도 천연보호구역으로부터1.5km 떨어진 곳이었다.
여기서부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전력연구원 발전기 시험, 차귀도 인근에선 안했을까?
첫번째는 연구원이 점유허가를 받은 곳을 이탈해 천연보호구역내에서 시험을 했는가 하는 논란이다.
연구원측은 차귀도 천연보호구역에서 1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시험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지난해 11월28일부터 오백장군바위가 있는 지점에 발전기를 결박한 채 시험운영해 왔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오백장군바위 옆에 밧줄 결박, '몰상식'의 책임은?
두번째는 파력발전기가 좌초된 후 이 기기를 왜 작은 오백장군 바위 옆에 밧줄로 결박했는가 하는 논란이다.
제주시가 16일 전력연구원측 관계자와 예인선 관계자로부터 얻은 증언내용을 토대로 종합해 보면 상황은 이렇다.
지난 1월1일 컴퓨터상에 파력발전기의 동체부위가 분리된채 좌초된 상황이 확인됐다. 전력연구원은 다음날인 2일 부산선적 예인선 해양2003호로 하여금 이 발전기를 예인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그날 파도가 거세어 예인하지 못했고, 3일 발전기 동체에 밧줄을 연결해 작은 오백장군바위 옆 큰 바위에 결박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9일 화순항으로 예인했다고 진술했다. 예인할 때에도 수리가 힘들 정도로 파력발전기는 심하게 파손돼 있었고, 동체에는 바위자국 등이 있었다고 했다.
▲파손 추정시점, 예인작업시점도 의혹...전력연구원은 계속 '오리발'?
이 진술을 놓고 보면 작은 오백장군 바위가 부서져 침몰된 시점은 밧줄로 인근 큰 바위를 결박한 1월3일에서 9일 사이쯤으로 추정된다.
제주시 당국은 관계자들의 진술만 토대로 해 그들이 직접 작업을 행한 당일은 제외해 1월4일에서 8일 사이 침몰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결박하거나 예인하는 과정에서 파손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이 발전기를 작은 오백장군 바위 옆 큰 바위에 밧줄로 결박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바위 바로 옆, 더욱이 차귀도 일대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재당국에 사전 협의도 없이 밧줄로 덥썩 묶어 놓은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몰상식'한 처사로 비난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전력연구원측은 16일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작은 오백장군 바위에 결박하지 않았고, 그 옆 바위에 결박했다"는 엉뚱한 주장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태도를 보여 눈총을 받고 있다.
연구원측의 한 관계자는 "파력발전기가 다른 곳에 묶여 있던 만큼, 파력발전기 좌초와 오백장군 바위 훼손은 관계가 없다고 본다"며 "파력발전기 때문이라고 추정하는 해경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오리발'에 다름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이 발언이 있은지 꼭 하룻만에 제주시는 전력연구원의 발전기가 바위 파손의 주 원인으로 꼽았다.
▲천연보호구역 바위결박, 왜 사전에 알리지 않았나?
세번째로 남는 이유는 밧줄로 큰 바위를 결박을 하는 과정에서 왜 문화재 당국이나 행정당국에 이의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는가 하는 문제다.
오백장군 바위 옆에 밧줄을 동여매면서도 제주시 등에는 전혀 상황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천연보호구역 내라는 점은 물론 천연기념물에 보호의식이 결여된 행위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바위 사라진 사실, 정말 몰랐나? 아니면 모른척?
네번째로는 전력연구원이나 예인선 관계자는 정말 발전기를 예인하는 과정 등에서 작은 오백장군 바위가 부서져 침몰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일까 하는 의혹이다.
전력연구원측은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았을 뿐, 정말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인선 관계자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인하면서도 오백장군 바위가 있는지 없는지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정말 몰라서 모른다고 하는 것인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발뺌을 하는 것인지, 이 부분에 대한 강도높은 수사가 필요하다.
제주시는 앞으로 제주해경의 수사진행 상황과 문화재청의 지시를 받아 이 문제를 처리할 예정이지만, 결코 가볍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발 등 형사적 책임까지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전력연구원과 예인선의 과실여부 등에 대한 수사결과이지만, 제주의 소중한 문화자원이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차귀도 주민들은 큰 충격과 함께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높이 3m, 밑동 둘레 3m 크기의 현무암이 해안가에 우뚝 솟아오른 모양을 하고 있는 작은 오백장군 바위.
어처구니 없는 이번 천연기념물 침몰사건과 관련해, 해당 관련자는 물론 제주시 당국에 대해서도 '책임론'은 더욱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그 소중한 장군 바위. 겂으로 환산 가능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