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못다한 강정의 아픔..."사진에선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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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못다한 강정의 아픔..."사진에선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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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청년 알파 뉴베리의 '해군기지 강정마을' 슬라이드 사진전
한여름 발로 뛴 강정의 흔적, "해군기지 문제 속 인간성 조명"

제주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공권력 투입으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8월과 9월의 서귀포시 강정마을.

이 즈음부터 강정마을에서 크고 작은 일이 벌어진 곳에는 카메라를 든 백안의 청년이 항상 있었다.

그 주인공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온 알파 뉴베리(28, Alpha Newberry).

영자신문사 '제주위클리'의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제주의 이곳저곳을 누빈 그는 8월의 어느 날 강정마을에 '꽂혔다'.

그로부터 강정마을의 크고 작은 사건과 소소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온 그가 13일 조촐한 사진 전시회를 마련했다.

이날 오후 7시 신제주에 위치한 제주아트스페이스C에서 '강정주민들과 함께 지낸 어느 여름'을 주제로 알파 뉴베리의 보도사진 슬라이스 쇼가 열렸다.

알파 뉴베리가 사진들을 설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알파 뉴베리의 '강정주민들과 함께 지낸 어느 여름' 사진 슬라이드 쇼. <헤드라인제주>
알파 뉴베리의 '강정주민들과 함께 지낸 어느 여름' 사진 슬라이드 쇼. <헤드라인제주>

평소 알파와 가깝게 지내던 외국인 지인들과 강정마을 주민,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전개해 오던 평화운동가 등이 아트스페이스를 가득 메웠다.

그 곳 한켠에는 알파가 그동안 찍은 강정마을 사진 중 '베스트 컷' 10여 점이 전시돼 있었고, 미리 와있던 사람들은 사진 한장 한장을 살펴보고 있었다.

7시30분이 되자 알파가 전시장 중앙으로 나가 슬라이드 쇼를 시작했다.

슬라이드 쇼에서는 해군기지 건설에 항의하며 이를 온몸으로 막아온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운동가들의 모습, 이들의 일상생활 모습, 그리고 해군기지 공사를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 등 알파가 약 2개월 간 카메라에 담은 사진들이 차례차례 소개됐다.

시작은 한 강정마을 주민의 가족 사진. 20여 명이 모여 찍은 대가족의 사진은 여느 가족사진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내 지난 8월24일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이 해군의 크레인 조립에 항의하다가 경찰에 업무방해 혐의로 긴급체포되던 사진으로 바뀌었다.

알파는 바로 이날 강동균 회장과 함께 강정마을을 둘러보기로 약속을 정하고, 만날 시간까지 정했었다.

그런데 약속 시간을 불과 20분 앞두고 강 회장이 긴급체포됐다. 이 일이 알파가 강정마을에서 사진을 찍게 된 계기가 됐다. 

"경찰이 강 회장을 봉고차에 태워 데려가려 하자 주민들이 이를 막았고, 오랫동안 대치 상황이 이어졌어요. 결국 강 회장을 잠깐 데려갔다가 풀어준다는 합의가 이뤄져서 강 회장을 보냈는데 그는 돌아오지 않았죠."

강 회장의 연행에 목이 터져라 항의하던 강 회장 부인의 모습, 경찰 방패 앞을 가로막고 선 앳된 10대 소년의 모습, 그날 밤 강 회장이 연행된 서귀포경찰서 앞에서 새우잠을 청하던 활동가의 모습 등.

알파 뉴베리의 사진 슬라이드 쇼에서 한 외국인이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알파 뉴베리의 슬라이드 쇼에 많은 관객들이 참석했다. <헤드라인제주>
알파 뉴베리의 '강정주민들과 함께 지낸 어느 여름' 사진 슬라이드 쇼. <헤드라인제주>

그날 일을 카메라에 담은 알파는 사진 한장 한장을 소개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상황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해군이 육지경찰을 투입해 중덕 삼거리 바로 옆에 펜스를 쳤던 9월2일. 당시에도 알파는 현장을 지켰다.

이날 역시 해군의 펜스 설치에 항의하다 많은 주민과 평화운동가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홍기룡 군사기지 범대위 위원장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사진은 홍기룡 위원장이 경찰에 연행되던 순간으로 넘어갔다. 사진 속 홍 위원장은 경찰 2명에 양팔이 붙들린 채 끌려가고 있었다.

"이 사진은 저에게 가장 의미있는 사진 중 하나에요. 끌려가는 홍 위워장 뒤로 회사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포클레인이 보여요.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대기업, 그리고 그에 항의하다 경찰에 연행되는 사람의 모습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켜요. 말로 못다한 아픔을 사진으로는 볼 수 있죠."

크고 작은 충돌이 많았던 8-9월에 주로 활동하던 터라 대부분의 사진 속 인물이 경찰과, 이에 대치하는 주민 또는 활동가들이었다.

하지만 알파는 그러한 극적인 상황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 속 인물들도 카메라에 담았다.

의자에 기대 잠시 잠을 청하던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의 모습, 평화 미사를 올리던 문정현 신부의 모습, 길을 거닐던 주민들의 모습 등도 선보였다.

"해군기지와 같은 큰 이슈에서는 인간성이 다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그 곳에서 인간성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싶었어요. 물론 힘들때도 있었지만 역사의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이 더 의미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것이 바로 제가 강정마을에 머물던 이유죠."

그렇지만 그의 꿈은 잠시 중단되게 됐다. 원어민 교사로 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왔지만 신문에 보도사진을 투고한 것이 허가된 외의 일이라는 이유로 비자 갱신이 이뤄지지 않았다. 400만원 상당의 벌금도 받았다.

이날 슬라이드 쇼는 알파의 처음이자 마지막 강정마을 사진전인 동시에 알파를 떠나 보내는 송별회인 셈이다.

알파 뉴베리가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힌 슬라이드 쇼의 마지막 사진. <헤드라인제주>
알파 뉴베리가 '베스트 컷'으로 꼽은 사진. <헤드라인제주>
알파 뉴베리의 사진 슬라이드 쇼에서 한 관객이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잠시 중단된 꿈에 대한 아쉬움은 그의 사진에서도 베어났다. 그가 마지막으로 선보인 사진은 한 어부가 배 위에서 고개를 뒤로 젖힌 채 해군 바지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부가 해군 바지선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아쉬움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저도 제 카메라에 강정마을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내지 못한 게 아쉽죠."

슬라이드 쇼는 아쉬움을 남긴 채 마무리됐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이 곳을 찾은 강정마을 주민 김봉규씨는 "알파가 떠나는 게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지만, 누구도 하지 못한 이런 활동을 해준데 대해 너무나 고맙게 생각한다"며 "조만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알파의 외국인 친구 제시 디셔(32, Jessie Dishaw)는 "해군기지는 일반 사람들과 분리돼 있는 일로 온라인 상에서만 봐서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알파의 사진을 보니 직접 와닿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진전을 마련한 안혜경 아트스페이스C 관장은 "알파의 사진은 일상을 박탈당한 강정의 현재를 증언하는 무언의 강렬한 응시"라며 "그의 사진이 강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군기지 문제에 세계의 시선을 지속적으로 끌어당기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알파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오는 15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하지만 이내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헤드라인제주>

알파 뉴베리. <헤드라인제주>

# 알파 뉴베리는.

1984년 미국 출신으로 2007년 전세계를 덮친 금융위기로 실직, 그해 원어민 교사로 제주에 왔다. 사진가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사진 찍는 법을 익혔다. 제주도내 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재직하던 틈틈히 영자신문 '제주위클리'의 사진기자로 근무하던 중 올 8월부터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그러나 비자 갱신을 하지 못해 오는 15일 미국으로 떠난다.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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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난다 2011-10-13 23:09:56 | 211.***.***.58
눈물나네요...이 기록들이 후일 피의 기록이 되질 않길 바래요 하늘에 외칩니다. 제발 이 미친짓을 그만 멈추어 달라고,,,제발 그들이 한번만 인간이 되길 바란다고..미국가서 꼭 알려주세요,.이 야만적 국가에 의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한국의 실정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