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은 쏟아지고, '붉은발 말똥게'는 알송달송
서귀포시 강정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제주도당국은 그동안 공사장의 흙탕물 등이 그대로 바다로 유출되더라도 단 한번 현장조사 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마디로 국책사업이란 미명 하에 지자체 차원에서는 아무런 대응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의혹과 관련해 행정사무조사권을 발동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26일 오후에는 해군기지 사업장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성 논란에 대한 집중 조사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는 크게 2가지 문제가 분출됐다. 하나는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문제, 두번째는 멸종위기 동식물로 지정된 '붉은발 말똥게'의 주먹구구식 이식 문제다.


먼저 환경영향평가 이행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 21일 행정사무조사 현장활동에서 확인된 내용과 같이 비가 내릴 때 토사유출을 줄이기 위한 가배수로 및 임시 침사지(물에 포함된 토사를 침전법으로 제거하는 연못), 오탁방지막 등이 설치되지 않은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흙탕물이 그대로 바다로 유입되고 있는데도 이에대한 행정적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강경식 의원은 "토사유출로 인한 연안해역 저서생물, 천연기념물 연산호 군락지의 생태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는 가배수로, 임시 침사지 및 오탁방지막 설치 시까지 공사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9일 바지선 공사가 이뤄질 때 많은 주민들이 이에 항의하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를 당했는데, 이 때 공사를 중지시키고자 했던 큰 이유도 환경적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공사가 강행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강 의원은 "도에서는 정확하게 사실규명을 하라. 공사를 안했으면 안했다고 확실히 하고, 했다면 오탁방지막을 설치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문제 제기해야 하지 않나"라며 "이는 반드시 조치해야 할 부분으로 오해가 풀리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지난 23이 문대림 의장 명의로 제주도 환경정책과에 보낸 '해군기지사업부지내 가배수로 및 임시 침사지 설치관련 협의 내용 이행토록 조치명령 및 공사중지명령 요청' 제하의 공문의 처리상황 여부도 따져 물었다.
강 의원은 "공문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계속 하고 있는데, 가만히 놔둘 것이냐"며 제주도당국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이에 좌달희 제주특별자치도 청정환경국장은 "토사유출이 우려되는 사안에 대해 공사를 하지 말아주도록 (해군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환경성 문제로 항의하다 구속된 사람도 있는데, 왜 한번 점검 안했나?"
그러나 일련의 과정 속에서 제주도당국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여부는 물론이고, 사후환경조사 마저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원들마다 이에대한 질타와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 박규헌 의원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대로) 가배수로와 침사지, 오탁방지막 설치 등을 요청했지만 현장조사에서는 이뤄진 게 별로 없었다"며 "(제주도) 청정환경국에서는 이의 점검을 소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좌달희 국장은 "당초 6월6일 토사유출에 대한 확인해보니, 배수로 위치가 잘못돼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 공문으로 지시했는데, 그 후 2-3개월간 공사가 중단되고 하는 과정에서 가배수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윤춘광 의원은 "민선 4기 도정은 굴욕적으로 해군기지 건설에 매진했다"고 말문을 연뒤, "5기 도정도 요구할건 요구하고 지킬건 지키고 그렇게 해야 하는데, 우 지사가 제대로 하라고 지시하는데 왜 하지 않나"라며 해당부서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지적했다.
강경식 의원은 이 부분과 관련해, 오탁방지막 훼손 부분을 알고 있었는지를 물은 후, 좌 국장이 "알고 있었다"고 답하자, "왜 준설공사를 할 때 오탁방지막을 제대로 설치하도록 하지 않았나"라고 따져물었다.
좌 국장은 "해상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준설공사를 해도 모레나 흙을 골라서 갖다 놓을 곳도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직접 현장방문을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이런 문제로 인해 구속된 사람들도 있는데, 확인도 안하고 하면 도(道)가 있을 필요가 뭐 있나"라며 "작업 현장에 있는 모레나 바위 어디에다 옮겨놓았는지 확인도 안하면서,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면박을 줬다.
강 의원은 "불법적으로 공사를 하니 주민들이 '왜 불법으로 공사를 하느냐'며 막아선 것"이라며 "사실 불법공사 여부는 제주도가 감시했어야 하는 부분이었는데, 어떻게 이 부분을 확인도 안할 수가 있나"라고 쏘아붙였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해군 작업선이 훼손된 오탁방지막을 수거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해군에서는 6월 26일 태풍 메아리로 인해 훼손됐다고 하는데, 태풍 이전부터 5월쯤 해군 바지선에 의해 오탁방지막은 훼손됐다"고 반박했다.
최소 4개월 이상 훼손된 상태로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연초 '9월'로 계획잡은 사후환경조사, 결국 단 한번도 못해
이어 환경영향평가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사후환경조사단' 활동이 전무했던 문제가 확인됐다.
윤춘광 의원은 "사후관리조사단 회의를 한적이 있나"라고 물었는데, 제주도 관계관은 "연초 계획 잡을 때 전체회의에서 일정을 확정한다"고 답하면서도 정작 몇번 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사후 환경문제에 대해 한차례 회의열어 날짜 정해서 그날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사후관리 조례에서는 사후관리계획을 수립해, 협의내용에 대한 관리감독을 도에서 하도록 돼 있는데, 이걸 제대로 안하고 있으니, 해군이 무소불위 권력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좌달희 국장은 "정기적으로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가지만, 가야될 특별한 필요성이 있으면 전문가를 대동해서 수시로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후환경조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영웅 사무처장은 "조사단에 참여해 활동하고 있지만, 현장에 대한 활동성이 많이 떨어지는 상황"며 "올해같은 경우 해군기지 사업장같은 경우 한 차례 방문 계획이 있으나 연초에 9월로 예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논란이 되고 하면 일정을 조정해서 현장을 바로 가고 점검하는게 보통인데, 이번 같은 경우에는 그런 부분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연초에 '9월'로 계획을 잡은 후, 그 사이 환경성 논란이 불거져도 일정 조정조차 하지 않으면서 실제 단 한번의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후조사 통해 고발이나 공사중단 명령도 가능...환경영향평가도 요식절차로 악용"
이영웅 사무처장은 "도지사가 협의내용 이행 여부에 대한 감독권한 갖고 있기 때문에 사후관리조사단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해서 불이행했을때에는 고발이나 과태료 처분할 수 있다"며 "또한 일시적 공사중단도 요구할 수 있는데, 지금 그런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철 의원도 이 부분에 대한 의구심을 표명하며, 정상배 사후환경시 위원에게 환경영향평가를 할 때에도 여러가지 의견을 제시했으나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사실이 있는지를 물었다.
정상배씨는 "사업자들은 평가서 작성을 사업을 위한 요식행위 절차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 통상적인 환경영향평가 제도로 보고 있다"며 "해군기지 문제 만이 아니라 다른 사업장조차도 중요한 영향을 누락시키거나 은폐하는 관행이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해안선을 중심으로 해서 강정천과 하천 내려오는 지역에 대한 주요 생태계 조사, 해안선에서 용천수가 나오는 지역, 바닥까지 흘러간 지역, 구럼비 해안 암반위에 모여있는 웅덩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해군기지의 핵심적인 환경영향평가 기법이라 생각한다"며 "그러나 사실상 다른 평가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진행되면서 많은 부분이 누락됐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00엔지니어링의 김범수씨는 "고의적 누락은 없다"며 "고의적 누락과 같은 일은 과거 10여년 전에는 있을 수 있어도 지금은 전혀 없고, 조사 부실하다고 했는데, 부족할수는 있어도 부실하다는 말은 삼가해 달라"고 반박했다.








계속된 조사에서는 강정 해안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동식물인 '붉은발 말똥게'의 이식문제가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는 참고인마다 견해가 달랐으나, 정작 조사에 참여했던 교수는 조사나 이식과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화자 제주대학교(생물학과)는 "붉은발 말똥게 정밀조사를 했는데, 환경영향평가 조사와 관련해 아무런 관여도 못하고, 붉은말 말똥게만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해군측이 붉은발 말똥게 303마리를 잡아서 이식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그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17군데를 조사했었는데, 방호벽 설치한 곳과 강정 포구, 올레꾼들이 나오는 마지막 자리에 붉은발 말똥게가 많이 있었다"며 "펜스가 쳐져 있는 자리 주위를 빙 돌아보면 붉은발 말똥게가 많이 있고 개체수를 세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해안가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붉은발 말똥게는 바위 속으로 숨어버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박원철 의원은 참고인으로 출석한 사후환경조사를 맡았던 한장운씨에게 정확한 시기와 포획한 개체수를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한장운씨는 "붉은발말똥게 총 303마리를 잡아서 이식했다. 현재 마지막 작업을 하고 있고, 이 부분은 포획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오는 10월에 2차 포획 허가를 받아서 이식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확한 개체수 파악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화자 교수는 "개체수를 추정해 낸다는 것은, 아파트가 있는데 아파트 안이 어떻게 생겼고 몇명이 살고있나 물어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며 "아파트라면 일일이 벨 눌러서 인구 총 조사가 가능할지 몰라도 붉은발 말똥게의 개체수 확인은 도저히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대답에 난감해한 박원철 의원이 "최소한 몇 퍼센트 이상은 이전을 해야 하지 않나 해서 질문을 드린 것"이라며 양해를 구하자, 이화자 교수는 "저도 그것이 궁금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붉은발 말똥게를 확인하려면) 숨도 안쉬면서 살금살금 들어가야 한다"며 "1㎡에 몇마리 정도가 산다. 서식밀도는 내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몇마리 정도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축대안에 몇마리나 사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윤춘광 의원은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했던 00엔지니어링 김범수씨를 상대로 해 이 부분을 재차 질문했다.
김범수씨는 "당초 조사에서는 붉은발 말똥게가 나오지 않았으나, 뒤늦게 NGO측이 붉은발말똥게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재차 확인해 발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의원은 "발자국 소리만 나도 사라진다고 하는데, 개체수도 확인이 안되는 상황에서 300여 마리만 잡은 것으로 다 했다고는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기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포획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장운씨는 "우리 입장에서는 최대한 잡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 없이 잡는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붉은발 말똥게의 이식은 정확한 개체수 파악이 힘들 뿐만 아니라, 제대로 이식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는 결론으로 분위기는 흘렀다.
이날까지 현장조사와 증인조사를 모두 마친 도의회는 오는 30일 제6차 회의를 개최해 행정사무조사 및 행정사무조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하고, 다음달 4일 '원 포인트'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조사결과보고서를 의결할 방침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열심히 단식한만큼 정열이 넘쳐보여 좋네요
보고서에 쓸 확실한 결정타가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