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대응' 경찰의 소모전...유도된 작전의 실패?
해군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기 위해 크레인을 가동하면서 촉발된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과 해군측 시공사의 충돌.
급기야 대규모 경찰병력까지 동원돼 일부 마을주민들이 연행되는 등 장장 8시간에 걸쳐 숨막히는 몸싸움과 일촉즉발의 긴장상황, 결국 강력한 주민반발에 부딪힌 경찰이 '연행자 전원 석방'을 약속하면서 이날 상황은 밤 10시쯤 종료됐다.









#오후 2시께 ; 일부 주민항의하자 곧바로 경찰력 투입 '연행작전'
오후 2시께 촉발된 처음 상황은 단순한 일시적 마찰로 보였다. 제주해군기지 시공사측에서 크레인의 가동을 준비하기 위해 조립작업을 하자, 이를 목격한 일부 마을주민들이 몰려가 항의하면서 상황은 시작됐다.
처음 몇명의 주민이 몰려와 항의하는 정도였는데, 문제는 경찰이 곧바로 투입되면서 주민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상황이 발생한지 불과 몇분도 안돼 송양화 서귀포경찰서장이 현장에 직접 나와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강정 주민인 윤모씨와 시민운동가인 김모씨, 이모씨 3명을 전격적으로 연행했다.
이어 강동균 마을회장과 시민운동가 김모씨 등 2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체포하고 검정색 승용차에 태워졌다.
바로 이 장면에서 주민들의 감정은 크게 격화됐다.
강동균 회장이 체포돼 태워진 검정색 승용차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일제히 차량 앞을 막아서며 거세게 항의하자 경찰은 이들 2명을 차에 태운채 제주해군기지사업단 건물로 들어가버렸고, 주민들은 입구가 봉쇄된 해군기지사업단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후 약 3시간 가량 경찰과 주민들간의 격렬한 몸싸움이 산발적으로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은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오후 5시20분께 연행자 이송 시도에 다시 '몸싸움'
체포된 강동균 회장을 경찰서로 이송하지 못하고 제주해군기지사업단 내에 억류된 상태가 있게 되면서 2시간여가 지난 후인 오후 5시20분쯤 송양화 경찰서장이 '자진 해산'을 경고하고 나섰다.
송 서장은 주민들을 향해 연행자 이송을 막는 것은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즉각적인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오후 5시40분쯤 경찰이 해군기지사업단내에 억류돼 있던 강 회장을 태운 차량을 서귀포경찰서로 이송하기 위해 사업단 입구쪽으로 나서자 주민들이 일제히 몰려들어 차량 앞에 드러누운채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경찰이 계속해서 이송을 강행하려 하자 이번엔 주민들과 경찰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많은 주민들은 경찰의 연행에 울부짖으며 저항했고, 중덕해안가에 있던 시민운동가들도 합류해 경찰에 맞섰다.
#오후 6시30분께 다시 격렬한 몸싸움...이번엔 주민 2-3명 부상
한차례 몸싸움이 이뤄진 후 50여분간 대치상황을 이룬채 소강상태가 계속됐는데, 오후 6시30분께에는 다시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그 정도가 매우 강했다.
경찰이 다시 강동균 회장을 태운 차량을 경찰서로 이송하는 작전을 시도했는데, 이번에는 더욱 많은 주민들이 몰려들어 온몸으로 막고 저항하면서 부상자도 속출했다.
경찰과 주민들은 밀고당기는 몸싸움을 벌이며 주먹다짐 일보직전의 상황까지 갔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이 넘어지고 깔리면서 2-3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밤 8시 ; 계속된 대치상황..촛불든 주민들
밤 8시쯤, 격렬한 몸싸움은 잠시 멈춰졌으나 경찰과 주민들간 대치상황은 계속됐다. 여전히 일촉즉발의 긴장감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어쨌든 체포한 강동균 회장을 경찰서로 후송하려 했고, 주민들은 끝까지 이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이어서 합의점은 나오기 힘든 상황이었다.
상황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주민들은 경찰과 대치하면서 촛불을 나눠들고 '촛불문화제'를 가졌다.
때마침 제주도의회 문대림 의장을 비롯해 김영심, 안동우, 김경진 의원이 현장을 찾았다. 고희범 제주포럼C 공동대표 등도 함께했다.
#밤 9시 주민들 "강동균 석방" 촉구...문대림 의장 경찰과 합의 시도
밤 9시가 넘어가는 시점까지 주민들과 경찰은 여전히 대치 중이었다.
마을주민들은 "강동균 회장을 석방하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그러다가 막바지 반전이 시도됐다. 밤 9시께 문대림 의장과 고병수 신부 등은 송양화 서귀포경찰서장을 만나 최악의 충돌상황을 막기 위한 협의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협의가 끝날 때까지 상황은 예측불허였다.
#밤 10시, 강동균 회장 조건부 석방 합의...경찰서 이동
그리고 밤 10시께 드디어 합의점을 찾았다는 발표가 이뤄졌다.
최악의 충돌상황 직전에 문대림 의장과 고병수 신부 등이 경찰과 이날 위기적 상황을 넘기기 위한 일시적 합의를 한 것이다. 합의 내용은 크게 3가지.
먼저 강 회장이 경찰서로 이동은 하되 경찰차가 아닌 고병수 신부의 차를 이용할 것과 이동중에는 강정주민 10명, 도의원들이 동행한다는 조건이었다.
또 이날 현장에서 경찰이 채증한 내용은 모두 무효화 시킬 것과, 마지막 조건으로 강 회장과 연행된 4명은 오늘내로 조사를 마치고 즉각 석방시킨다는 조건이었다.
마지막 대목에서 경찰측은 난감한 의사를 내비쳤지만,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우려해 결국 합의를 도출했다.
주민들은 강 회장의 연행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이마저도 반발했지만, 합의를 이끌어 낸 이들의 설득을 받아들였다.
결국, 끝날줄 모르던 기나긴 대치는 문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이 나서서야 겨우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었다.






# 너무나 신속한 경찰의 대처...'의도된 연행 작전'?
그런데, 이날 일련의 상황에 대해 주민들은 해군측과 경찰이 '유도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몇몇 주민들이 크레인 가동준비를 보고 항의를 한것 뿐인데 너무나 신속하게 경찰이 투입돼 연행작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고유기 제주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해군측이 크레인을 조립하는 모습을 보고 주민 몇명이 항의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경찰들이 현장에 나타나 항의하던 주민 등을 연행해갔다"면서 "이는 연행을 위한 유도작전이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솔직히 오늘 상황의 경우 당초 큰 충돌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대화를 통해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서귀포경찰서장의 지휘를 받아 연행작전을 펼쳤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유도된 작전'이라는 비난에도 강공을 택했던 경찰은 주민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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