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곧 펜스설치"...'마지막 보루' 놓고 정면충돌 불가피
제주해군기지 사업예정지 내 마지막 남은 국유지 농로가 결국 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케 하는 용도폐지가 이뤄지면서, 해군이 사실상 모든 사업부지내 공간을 '접수'하게 됐다.
지난해 8월부터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해군본부 등에서 숱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완강하게 버텨오던 서귀포시가 만약 권고문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재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정부의 '최후통첩'에 끝내 수용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용도폐지 대상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지역 내에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5652-3번지의 국유지 2필지(농로 1, 도랑 1) 1077㎡이다.
이곳은 해군기지 사업부지 내의 마지막 남은 농로였다는 점에서 해군측이나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서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접전지였다.
해군측 입장에서는 주민들의 통행을 차단하고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서는 이 농로의 용도폐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 곳이 해군기지 사업부지내인 것은 맞으나 도로로서의 기능이 유지되는 농로여서 주민통제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군측은 이번 용도폐지로 사업부지내 일대 구역의 주민통행을 통제할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용도폐지 결정이 이뤄지자 마자 해군측은 다음주 중 이 일대에 펜스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펜스의 설치는 공사공간을 완전히 확보함은 물론, 중덕해안가로 연결되는 통로를 차단하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강정주민은 물론 전국 시민사회단체들이 '최후 항전지'로 설정하고 있는 중덕해안가를 고립시키면서 시설물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까지 염두에 둘 수 있다.
용도폐지를 기점으로 해 해군측은 강공 드라이브로 나설 것이 확실해 보인다.
반면, 강정 주민들은 막다른 길목의 코너로 몰리는 형국이 돼 버렸다.
현재까지도 많은 올레꾼과 주민들이 이용하는 농로가 폐지돼 차단될 경우 통행에 어려움은 물론 중덕해안가로의 이동에 제한을 받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농로를 지나다니는 것 자체만으로도 '공사 방해'라는 명목으로 공권력의 타킷이 될 수 있다.
주민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무엇보다 최후 항전지인 중덕해안가가 고립될 위험성이 커졌다는데 있다.
해군의 펜스가 이 일대에 쳐지게 되면 마을 주택가와 떨어져있는 해안가는 쉽게 고립되고, 해군과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진압이 가능하다.
그동안 주민들이 농로폐지를 강하게 반대해 온 것은 도로로서의 기능이 상실되지 않았다는 법적 명분이 강했기 때문이란 점도 있지만, 해군측의 전략적 악용을 두려워한 이유도 있었다.
중덕해안가로 이어지는 이 농로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마지막 보루'였다.
그 마지막 보루를 해군측이 접수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자, 그동안 팽팽한 대치를 해왔던 힘의 균형에도 이상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해군쪽에는 펜스를 설치하겠다고 하면서, 이를 가로막는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 충돌로 인해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예측불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서귀포시의 결정은 공조직이라는 현실적 측면에서 이해를 한다고 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만에 하나 불상사라도 생긴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지, 지금 강정마을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황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