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변론기회를 주신 재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요즘 행복합니다.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4년 넘게 포기하지 않고 싸워오신 주민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고 그러한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강정마을을 방문하고 함께 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보기 때문입니다.
저는 ‘존경’이란 말은 ‘진실로 마음을 담아 인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그런 인사, 형식적인 인사가 아닌 마음을 담아 인사를 건네는 것이 ‘존경’일 것입니다. 강정주민 여러분과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내신 분들 모두를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에 또다시 전란의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전쟁’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죄를 먹고 사는 짐승’이 우리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해군기지’는 그 ‘전쟁의 짐승’을 불러들일 ‘미끼’가 될 것입니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우리 대한민국은 우리의 의지에 관계 없이 전쟁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제주도는 동북아의 중심에 놓여져 있는 섬으로써 전략적 가치가 높은 만큼 ‘기지화’가 진행된다면 주변국들의 긴장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대한민국의 안보를 높이는 길은 제주도를 철통 같은 요새로 만드는 길이 아닌 비무장화하여 평화를 논의하고 주변국과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여 군축을 논하는 장소로 활용하는 길이 전쟁의 위협을 낮추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저는 대한민국의 번영을 원하는 사람이며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며 아끼며 지켜나가는 사람들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만약 제주 해군기지가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어야만 전쟁이 억제되는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민주적인 방법으로 들어왔어야 했습니다. 단 한 번의 사전 설명회나 공청회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전 마을회장 윤태정은 2007년 4월 26일 단지 87명만 모아 일부 반대의견이 있었음에도 사전 모의된 자들의 박수에 의해 ‘해군기지 유치의 건’을 만장일치라고 통과시켜 유치 결정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마을의 ‘공동어업구역’을 매각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향약규정인 공동재산 매각이나 대여 결정시 200명 이상의 성원을 규정한 마을 총회 성립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원천무효에 해당하는 마을총회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이 마을 총회를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마을 총회라고 선전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는 국민주권이 무시 당하고 사유 재산권이 침탈당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농로로 사용하기 위해 자신들의 땅을 자발적으로 내 놓은 농로를 제주도정은 포장을 해 주는 조건으로 주민들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기부 체납 형태로 도유지로 만들어 놓고서는 역시 주민들의 사전 동의도 없이 그 농로를 해군에게 매각하고 그 맥각 대금을 도예산으로 편성해 넣는 막가파식 행정을 하였습니다. 그 바람에 해군은 49%의 사업 예정지 내 토지를 확보하게 되어 나머지 51%의 토지인 반대측 주민들 소유지 전량을 강제 수용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러함에도 두 달 넘게 주민들이 공탁금을 찾아가지 않자 매달 양도소득세에 10%의 가산금이 붙는다고 협박하여 어쩔 수 없이 공탁금을 찾아가게 하였고 농사 완료 시기를 해군 측이 임의대로 정한 후 지장물과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는 농민들에게는 토지 사용료에 대한 과징금을 법으로 부과할 수 있는 최고치까지 부과하고도 모자라 약속 불이행에 따른 과징률 20%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협박하여 눈물을 머금고 철거하게 하였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해군이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양아치와 같은 행위를 하여온 것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낍니다.
세 번째 이유이자 마지막 이유가 ‘구럼비’ 바위 때문입니다.
강정마을에 들렸다가 자신도 모르게 강정이란 마을에 마음이 끌려 같이 ‘강정마을 지킴이’가 되신 분들 대부분이 구럼비 바위의 매력에 빠져든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구럼비 바위는 길이 820m가 넘는 단일 너럭 바위 형상의 용암바위로서 어디든 맨발로 걸어도 발을 다치지 않고 앉거나 누울 수 있는 자리를 찾을 수 있는 친 인간적 바위일 뿐 아니라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듯 언제나 맑은 물이 나와 틈틈이 흐르며 고여 있어 곳곳에 생명을 품고 있는 우리 나라 유일의 ‘바위 습지지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경관 또한 뛰어나 경관 1등급의 사유로 ‘절대보전지역’으로 묶여있던 지역입니다. 그런 지역을 제주도는 단지 해군기지를 짓는다는 이유로 제주도 자연환경의 마지막 보루인 ‘절대보전지역’을 날치기로 해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구럼비 바위는 어릴적에 현재 요양원에 치매로 몸 져 누우신 어머니 손을 잡고 바다에 와서 ‘’팥게’나 ‘미역’, ‘보말’과 ‘김’, ‘적’, ‘소라’ 등을 채취하여 죽과 반찬으로 먹던 추억과 더불어 조금 커서는 아버지께 낚시를 배운 장소이기도 하며 중학생이 넘어 서서는 친구들과 추억을 쌓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선조 대대로 내려온 수많은 추억들이 연어가 되고 자명이 되어 전해오는데 구럼비를 둘러싼 수많은 전설과 지명이 현재 콘크리트에 묻혀 함께 사멸할 위기에 처해진 것입니다.
또한 이 구럼비 바위의 바다 속으로는 멸종위기 I급인 나팔고둥과 II급인 기수갈고둥, 금빛 나팔 산호, 진충산호, 해송, 흰수지맨드라미류의 서식지이기도 하고 구럼비 바위의 육상부분은 멸종위기 동물II급인 붉은발말똥게, 맹꽁이의 서식지입니다. 그러나 꼭 멸종위기 동식물만 문제겠습니까? 수많은 생명체의 결합체인 구럼비 바위야 말로 우리가 모든 노력을 다하여 지켜내야 할 미래 자산입니다. 더불어 강정 구럼비 바위 앞바다는 고운 모래 바닥 형상을 지녀 수많은 한치와 두족류의 산란지이기도 하며 강정천과 악근천의 상징인 은어가 치어기를 보내는 소중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생명의 순환을 멋대로 손대어 망가뜨리는 권리를 누구에게 부여 받았습니까? 돌고래가 뛰놀고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는 ‘고래상어’ 마저 출몰하는 바다를 뒤덮는 매립공사의 권리를 누가 내주었습니까?
현행법이 그러한 권리를 부여했다고 해도 그 법이 인간이 만든 법인 이상 분명이 재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판장님께
이 법정에서 생사여탈권을 지닌 판사님께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달지 않는 불경함을 부디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러나 수식어는 남용함으로써 제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을주민’과 ‘활동가분’들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오늘 이 법정에서 제가 왜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그 동안 그 어떤 폭력 행위를 행한 바가 없고 해군을 상대하든 공사업체를 상대하든 제 양심에 입각하여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게끔 호소하여 왔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비폭력 투쟁을 4년 넘게 해 오신 강정주민들이야 말로 진정으로 평화의 상징이자 메신저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법정에서 저에게 어떠한 판단을 내리신다고 해도 제 양심이 제게 내리는 판결은 완벽한 ‘무죄’입니다.
또한 저의 영혼 또한 완벽한 ‘자유’입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주어지든 어떠한 조건 하에 제가 놓여지든 저는 해군기지 사업철회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이나 행정력이 해군기지 사업 추진 과정상의 불법과 부당한 행위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준다면 저 또한 물리력을 이용하여 해군기지 사업을 막지 않을 것이며 여론과 정치권에 호소하는 형태로 해 나갈 것을 약속 드립니다.
부디 이 사회가 정의로우며 그 정의구현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존경과 사랑이 넘치는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꿈꾸며 법원 또한 그러한 대열에 함께 하기를 소원합니다.
판사님의 깊은 혜안으로 현명한 판단을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정마을회>

*이 기고 글은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하다 지난 7월17일 구속된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변론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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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구속수감, 그들은 왜 당당하게 받아들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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