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10조 인간 존엄성 규정, 넓은 의미로 해석해야"
"생태법인, 자연에 권리 부여수단 플랫폼...시대적 의미 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남방큰돌고래와 같은 생물종과 자연물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생태법인 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자연에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헌법적 측면에서 정당하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끈다.
영산대학교 법학과 박규환 교수는 최근 '연세법학'(48호)에 투고한 '자연의 권리를 위한 헌법이론적 고찰 : 생태주체, 생태(법)이격, 생태법인에 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인격권)을 담은 헌법 제10조의 규정을 광의적으로 해석하며 자연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박 교수는 "자연의 권리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권리의 향유 주체는 인간만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즉 누가 왜 권리를 가지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우선 제기된다"며 자연에게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법적 논증을 위해 필자는 ‘생태주체' 개념을 제안했다.
이어 "생태주체는 ‘인간과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으로 말미암아 법적주체가 되는 자연의 대상’을 말한다"면서 "현재의 기후 위기 상황성숙 정도로 보아서는 생태주체 개념의 전면적 수용을 주장하기는 어렵고, 대신 과도적으로 공동체의 특별한 정당성'을 획득한 생태주체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여러 논의를 통해 생태주체 개념의 헌법적 근거는 제10조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생태주체 개념은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해석에서 비롯되는데, (그동안의 논의는) 기후와 생태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상황을 극복해야 공멸을 피할 수 있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넓은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구체적으로는 인류세에서 인간의 존엄을 더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인간 자체만을 대상으로 헌법 제10조를 보아서는 안되고 인간과 자연 상호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헌법 제10조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인간과 자연 사이에 발생하는 상호작용이 법질서에 반영되도록 할 수 있는 통로가 되는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성 조항의 해석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제주도의 남방큰돌고래 사례는 좋은 시사점을 주는데 해녀와 돌고래와의 ‘상호작용’이 우리 헌법 제10조의 해석에 포섭된다면 해녀의 존엄성을 더 두텁고 실질적으로 보호하게 되기 때문에 헌법 제10조의 목적과 기능에 더 충실하게 된다"며 "여기서 돌고래에게 생태법인격이 부여되는 특별한 정당성의 근거가 도출된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 "법인처럼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인 ‘법인격 일정한 범위의 생태주체에게 부여하여 인간과 자연간의 상호작용을 헌법질서에 반영해야 한다"며 "이러한 생태법인격이 인정되면 생태주체가 소송상 당사자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단지 현실적으로는 후견제도를 통해야 하기에 그 권리행사능력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자연 대상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있는 ‘생태법인’이 당장 실천 가능한 현실적 방안으로 주장되고 있는데, 이는 기후 위기를 지나 기후 재앙으로 치닫는 현실적 압력에 의해 결국은 곧 합의될 생태주체와 그 생태법인격 제도의 정착 단계 이전에 나타나는 일종의 전환기적 성격을 갖는 매우 자연스러운 제도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에서 생태법인을 입법화하는 단계에 진입시킨 것은 환경단체들의 오랜 숙원사항인 특정 자연 대상의 원고적격을 법적으로 인정할 가능성을 열어준 사례가 된다"며 "생태법인은 자연에 권리를 부여하는 일반적 도구로 사용될 플
랫폼이 되기에 그 시대적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한편, 생태법인 제도 도입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법률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개정안은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제주의 환경·생태적 가치를 지닌 특정 생태계, 생물종, 자연환경 등을 ‘생태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근거를 담고 있다.
생태법인 지정 및 해제를 위해서는 도의회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담았다. 생태법인 지정으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는 지역 또는 개인에 대해서는 적정한 보상을 할 수 있는 근거도 명시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남방큰돌고래를 국내 1호 생태법인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