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시대의 곡중에 합주협주곡의 형태가 많았다. 주로 게오르그 텔레만이나 바흐, 비발디의 곡에서 볼 수 있는 콘체르토 그로소를 떠올리면 되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바흐의 6곡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도 광의에서 볼 때 합주협주곡의 형태다. 고전주의로 넘어오면서 교향곡이나 협주곡이 제대로 된 형식을 갖추어 등장하기 시작하고 이때 합주협주곡과 교향곡을 병합한 형태의 곡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신포니아는 심포니에서 파생한 교향곡이란 의미고 콘체르탄테는 협주곡을 의미하는 콘체르토에 그 어원을 둔다. 굳이 번역하자면 협주교향곡 또는 교향협주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이나 셋의 악기가 서로 주고 받는 식의 합주로 이어지는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치르탄테는 왠지 기쁨보다는 슬픔을 위로하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왜 그런지는 곡을 들어보면 알게 된다. 물론 1악장부터 슬픈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1악장은 알레그로 마에스토소로 말 그대로 빠르고 경쾌하면서도 장중한 깊이를 갖는다. 오케스트라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투티로 제1주제가 당당하게 흐르고 뒤이어 호른과 오보에의 제2주제가 시작되고 중간에 클라이맥스에 오르면서 비올라와 바이올린이 교차된다. 그런데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이 정도의 반열에 올려 놓은 악장은 아무래도 2악장이 아닐까 한다. 안단테로 이루어진 2악장은 시작부터 큰 임팩트가 있다. 2악장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위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애와 슬픔 맞다. 그러나 비올라와 바이올린이 서로 주고 받는 음률을 듣다보면 결코 정체된 슬픔이 아니다. 슬픔의 진행이 점점 느껴진다. 그리고 마침내는 고조에 달하는 순간이 있고 이를 지나면 차분한 평정의 카타르시스의 순간이 온다. 마지막 3악장은 프레스토로 빠르고 경쾌한 음률의 변칙적인 론도와 독주악기의 카텐차로 막을 내린다.
필자가 처음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만나 건 20대 초 고전음악감상회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을 때다. 아이작 펄만과 핑커스 주커만이 앨범에 그려진 그라모폰 LP판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만큼 필자에게는 가슴에 와 닿는 음률이었다. 그때 2악장을 듣자마자 필자가 느낀 감정은 슬픔의 음률, 위로의 음률은 동서양이 같을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왜냐면 2악장의 주제음은 홍난파씨의 “울밑에선 봉선화야…”로 시작되는 음률과 너무도 흡사했 때문이다. 그래서 그 후에도 여러 번 글 속에서 이에 대한 감정을 나타내곤 했는데 어느 날, 30년도 훨씬 지난 어느 날 우연히 한국의 모방송에서 필자의 생각을 대변이라도 하듯 똑같은 설명을 하고 있었다. 1920년도 작곡한 이 곡은 일제차하의 시절, 동경 어디쯤에서 유학했던 홍난파씨의 곡으로 아마 홍난파씨 자신이 고전음악을 공부했던 사람이었으므로 충분히 이 음률을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적절히 슬픔과 위로를 동시에 나타내는 이 음률을 사용함으로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해 아래 새 것이 없듯이 또한 슬픈 감정, 위로의 인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같은 음계, 음률을 사용한다는 좋은 예가 된 셈이다.
한번 들어보면 결코 잊히지 않는 2악장, 안단테.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이중창은 마치 서로에게 소곤거리는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다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그래 맞다. 살아보니 인생은 그런 것 같다. 슬픔과 기쁨이 연속적으로 교차되고 있지만 어떤 이는 자신에게 슬픔만 많다하고 또 어떤 이는 기쁨이 충만하다고 말하고 산다. 항상 거기 그대로 그 자리에 슬픔과 기쁨이 있었는데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가 다를 뿐이다.
오랜만에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치르탄테 2악장을 듣고 한참을 먹먹한 상태로 넋을 놓고 하루를 보낸다. 그러면 어떠랴, 우리의 인생 중에 하루 쯤은 이런 날이 있음도 괜찮다. 그러니 염려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2악장이 말해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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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컬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구슬프네요. 우리나라 가락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