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피제 신부님 추모음악회가 있었다. 그 분이 좋아하셨던 것들을 노래하셨다. 그분을 우러러 칭송하기 보다는 그 분이 생전에 사랑하셨던 부분을 찾아 노래한 것이다. 제주의 자연을 노래하였고, 이웃간의 사랑을 노래하였다. 이시돌을 노래하였고, 하느님을 노래하였다. 호스피스병동, 테시폰과 말, 양, 돼지들을 노래하였다. 이 살아있는 유산들은 임피제신부님이 좋아하시고, 아끼셨던 것들이다. 임 신부님의 전부가 아니였을까 한다.

올 해는 돌아가신지 6주기 추모 해이다. 사진을 뵈올 때 마다 고마움, 제주를 신부님 보다 더 사랑하지 못함에 대한 슬쩍 부끄러움, 존경스러움, 심지어는 영웅스러움까지 느껴진다. 올해에도 음악회에 참여했다. 여느 음악회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 곡들 대부분이 임피제 신부님을 추모하기 위해 작곡되었다는 점이다. 작곡가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둘째, 특이한 것은 앞 문단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임피제 신부님의 업적을 칭송하기 보다는 임피제 신부님이 관심을 가졌던 그 일들에 대한 기억들이었다. 셋째, 금악성당에서 개최되었다. 임피제 신부님이 기도하셨던 곳이고, 한림과 금악 동네분들을 모시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가톨릭 신자분들이 제주도 전역에서 오셨다. 넷째, 이시돌 여러 시설에서 봉사하시는 수녀님들의 무대가 있었다. 2층 성가대 자리에서 합창하셨다. 폐쇄수녀원 수녀님들이 계셔서 그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째, 음악적 수준을 평가받기 위하거나 음악을 뽐내려고 하는 음악회는 아니였다. 가사 하나하나가 임피제 신부님을 기억하기 위한 내용이었고, 음악 자체도 그분의 마음을 잘 읽어내려고 하는 내용들이었다.
이시돌의 마이클 리어던 조셉 신부님의 인사말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신부님은 당신이 심은 사랑의 씨앗이 곧고 크게 자라 고고히 서 있는 나무가 되기보다는, 낮고 볼품없지만 사방으로 두루 퍼지는 덩굴로 자라기를 바라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사랑의 마음이 사람과 사람을 엮고, 땅과 사람을 엮고, 마침내 하느님 사랑 안에 세상이 떨칠 수 없는 단단함으로 엮이기를 희망하셨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보면 ‘이웃을 사랑하라’는 신부님의 한결같은 말씀은 결국 ‘나를 사랑하라’는 말씀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이는 우리가 이 세상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고를 하는 저에게는 ‘옆을 바라보는 사랑’에 대해 성찰을 하는 기회가 되었다. 처음이다.

제주맥그린치신부기념사업회 임문철 신부님의 인사말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임신부님은 죽어서 천당에 가는 길을 가르치기보다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그 품위를 유지하며 살 수 있는 길을 함께 걸어가고 싶어하셨습니다. ~~ 순교를 각오하고 도착한 이곳 제주 땅, 임신부님은 목숨을 바칠 각오로 제주의 모든 것을 사랑하셨습니다.” 임피제 신부님은 지금도 제주를 사랑하시는 것 같다. 금악성당에 노래하는 신자들을 모이게 하고, 노래를 작곡하게 동기부여하시고, 소년소녀는 물론 청장년 합창단들도 함께 모두 한 무대에 올라서게 하셨다. 이시돌에 가면 누구나 그냥 느낄 수 있다. 임피제 신부님의 사랑을!
1부, “기억하다. 피제 하르방 잘 지냄수과?”코너에서, 마리우다 팀은 “이시돌의 따뜻한 속삭임과 손길이 시간을 뛰어 넘어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온다”고 노래한다. 현악앙상블 팀도 악기의 선율로 임 피제 신부를 기억해낸다. 우리는 그 기억하는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끌려갔다. 그곳에서 임 피제 신부님이 주시고 가신 ‘희망’이라는 선물을 찾을 수 있었다.
2부, “기억하다. 다시 만나다.” 코너에서, 제주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과 테너 고용준 선생, 소프라노 고지연 선생이 무대에 섰다. 소년소녀합창단은 움직임으로, 목소리로, 표정으로, 지휘에 따르는 일치됨으로, 보는 이들에게 겸손한 마음을 가지게 하고, 순종의 마음을 가지게 했다. 옛 일을 기억하며, 반성하게 하고, 듣는 이들에게 치유하게 했다. 이번 음악회에서도 제주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은 누구보다 예뻤고, 밝았고, 활기찼고, 잘했다. 이제는 진성과 미성을 적절히 표현해내는 노련함도 있었다. 지휘자와 트레이너, 자모님들이 고생을 엿볼 수 있었다. 복 받을 일들을 하고 계신다고 칭찬하고 싶다. 율동까지 할 때는 “임피제 신부님, 보이십니까? 소년소녀 합창단이 율동까지 하고 있습니다. 너무 이쁩니다. 같이 보실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예!”라고 울컥하면서 메모를 하고 있었다.
고용준 테너와 고지연 소프라노는 창작오페라 임피제 중 ‘임피제 아리아’와 ‘순임의 아리아’를 부르셨다. 임피제 신부님이 듣고 가셨을 듯 하다. 테너의 음성에서는 임피제 신부님의 “스스로 어려운 이들을 돕는 착한 이들, 힘든 이들을 돕는 착한 이들을 기억하소서, 함께하는 삶 속에서 영원히 기억하게 하소서~~”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소프라노의 음성에서는 순임이라는 (설정을 잘 모르긴 하지만)금악리의 한 소녀의 희망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랑하는 다정한 친구들 그리움이 가득하겠지요. 이미 네 눈물이 제 가슴을 적시네요. 사랑하는 다정한 친구들 그리움이 가득하겠죠. 이마에 눈물이 제 가슴을 적시네요. 신부님 저는 기뻐요.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날거예요. 사랑하는 우리 가족 지킬 수 있어요.” 이 지점에서도 울컥하면서, 임피제 신부님의 사랑과 한림 분들의 희망의 마음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3부, “기억하다. 죽음과 삶” 코너에서, 제주가톨릭합창단은 호스피스 병동의 희생과 사랑을 노래하는 ‘영혼의 위로자’라는 곡과 ‘희망의 배움터, 이시돌’이라는 곡을 하였다. 두 곡 모두 이번 추모음악회를 위해 작곡된 곡이었다. “오늘을 정리하는 눈동자, 이시돌 초지에 머물면, 초록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이 조용히 슬픔을 어루만져요~~ 누구나 헤어짐은 있어요. 슬프지만 행복 했어요. 기도와 사랑으로 함께하는 영혼의 위로자 고마워요.” 마음이 아린다.
4부. “우리 함께 하느님 일을 합시다.” 코네에서는 수녀님들이 2층 성가대 자리에서 천상의 목소리로 임피제신부님을 기억하신다. 이 지점에서도 울컥했다. 성의와 에너지를 끝까지 담아 내는 겸한 목소리가 듣는 이들의 귀와 마음을 한 곳으로 이끈다. 절제, 조심, 화음, 긴장, 지속, 잘
섞임 등을 느끼게! 음악교과서 용어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수녀님들이 아니라면 만들어낼 수 없는 장르의 음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임피제 신부님 추모음악회에 오신 분들에게만 들려주는 선물이었다.
음악회 끝 부분에서는 소년소녀합창단과 가톨릭합창단이 한 무대를 만들었다. 임피제 신부님께서 “참, 보기좋다!”하셨을 것 같다. ‘이시돌의 노래’를 불렀다. “밤하늘 가득 반짝거리는 별님들, 새미소에 올라 바라본 적 있나. 더 낮아진 하늘 손 내밀어 인사를 하지. 마음을 열어 우리에게 미소 보내지~~” 임피제 신부님이 저희들에게 손 내밀어 인사를 해주시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추모하려 한 느낌보다는, 임피제 신부님이 우리를 품에 안아, 강복해주시는 것 같은 느낌이 더 크게 들었다. 추모해드리고 오히려 더 행복했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임피제 신부님에 관한 이랴기도 그 중 하나입니다..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과 그렇게 살다가 가신 분을 기억하기 위해
찬송하는 것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게 했던 음악회였습니다.
제 마음에도 아주 조그마한 사랑이 싹트는 느낌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