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에 참여했던 검토위원들이 21일 공항 입지선정 평가에 '중대한 결함'을 확인했다며, 이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와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은 21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토교통부가 돌연 검토위의 활동기간 연장을 거부하며 강제 종료시킨 것에 대한 입장 및 검토위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대책위원회에서 추천해 검토위원으로 활동했던 전재경 자연환경 국민신탁 대표,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공동대표, 박찬식 충북대 겸임교수, 서영표 제주대 교수, 강원보 성산읍반대대책위원장, 문상빈 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검토위에서 타당성 용역 및 재조사 용역에 대한 검토결과 여러가지 쟁점들과 문제들이 돌출됐다고 밝혔다.

우선, 수요 예측과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필요성과 규모에 있어 문제가 확인됐다고 했다.

수용예측의 타당성은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의 수요에측 4550만명과, 예비타당성 연구용역의 수용예측 4000만명에서 10% 차이가 나는 것을 말한다.

이들 위원들은 "그간 추세에 비춰 예측된 수요만큼 공급량을 확대해야 하는가"라며 "제주의 환경적, 사회경제적 수용력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적정수요를 산정하고 그에 부합하는 확충대안을 선정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전재경 자연환경 국민신탁 대표는 "사전타당성 조사에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제시하는 평가항목이나 요소들이 평가가 돼야 한다"면서 "제가 살펴본 바로는 ICAO나 UNDP, UNEP에서 요구하는 공항 건설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 즉, 공항 건설로 인한 사람들의 집단 이주, 토지 이용도 변화 등 실제 제주도내에서 옮기고 이주할 경우 집값 상승이라던가 이러한 압력들이 존재하는데, 정주권이 침해를 받거나 하는 등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살펴보는 것이 이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필요한데 그런 것들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또 "자연환경의 적절한 수용능력도 검토되지 않았다"면서 "제주도는 현재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KEI)의 선행 연구에 따르면 매년 관광객이 1000만 정도 되는 것이 적정하가도 했으나, 현재 1500만명 가까이 되고 있고 제2공항이 되면서 수용능력이 과연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도 검토돼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제주 폐기물 처리를 도내에서 다 하지 못하는 만큼 수용능력이 흔들리고 있는데 이런 것들에 대한 검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 검토위원들은 이어 제주도지사 요청에 따라 신공항 대안을 배제한 것이 타당한가라는 의문도 제기했다.

또 절차적 정당성 문제, 즉 부동산 투기 우려를 이유로 후보지 주민들의 의견청취와 참여 기회를 봉쇄한 문제도 돌출됐다.

당초 유력 후보지였던 신도 1, 2 후보지의 활주로 위치와 방향이 2단계 평가 과정에서 크게 바뀐 문제도 쟁점으로 돌출됐으나 수월봉 운운하며 동문서답으로 매듭된 문제도 지적했다.

위원들은 이어 "성산읍 후보지 평가에서도 군 작전구역 공역(MOA39)에 중첩됐는데도 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이에 대해 재조사 용역진은 해군 작전구역인데 진입표면 저촉지역은 육지부이기 때문에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는데, 이는 해군 비행기는 육지에서 비행하지 않는다는 억지주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성산후보지 평가에서 안개일수 계산이 잘못된 점, 성산 후보지 인근 동굴조사 부실, 후보지 인근 철새도래지 영향평가 미흡, 성산 후보지 주변 10개 오름 절취 문제 등도 사실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석후보지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동안 주민들이 제기해온 의문과 검토위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의문과 쟁점들이 대부분 해소되지 않은 채 국토부의 연장 거부로 검토위가 종결됐다"면서 그동안 이뤄진 검토결과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신도2 후보지와 성산 후보지의 평가의 문제점을 함께 놓고 볼 때, 신도후보지는 고의적으로 감점시켰고 성산후보지는 감점되어야 하는데 고의로 안했음이 확인됐다"면서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최종 후보지가 변경될 수 있을 정도로 사전타당성 용역의 입지 선정 평가에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사타의 평가기준에 따를 때 신도2 후보지 위치와 방향 변경으로 소음과 환경성 평가에서 20점 이상 감점됐다"면서 "원래 위치에서는 장애물 감점 고려해도 18-19점 이상 점수가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들은 "반면 성산 후보지는 군작전구역 공역 평가 미반영, 안개 일수 계산 오류 등으로 감점이 불가피하다"면서 "군공역 저촉 반영시 공역평가에서의 3점 차이가 없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신도2 후보지의 평가와 성산 후보지 평가가 잘못되면서 전체적 입지 후보지 순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석 후보지의 2단계 탈락과 관련한 평가항목과 평가기준, 기준의 적용 등도 현저히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상과 같은 검토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우리 검토위원들은 제주 제2공항 후보지 선정과 관련해 과학적 타당성과 공정성의 측면에서 중대한 결함이 확인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산 후보지 선정을 취소하고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문제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이 재검토 과정에서 최근 과잉관광에 따른 교통난, 쓰레기와 오.폐수 처리 문제, 자연환경과 경관의 훼손, 전국 최고 수준의 범죄율, 과도한 지가상승과 그로 인한 생활비 상승과 1차 산업 기반 약화 등 제주도의 환경적, 사회적 수용력과 지속가능성에 심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진지한 검토와 토론을 통해 공항 확충의 적정 규모와 대안을 결정하는 과정을 거칠 것을 제주도와 정부에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 "재조사 용역, 국토부 통제하에 진행...형식적 요식행위 의구심"

앞서 이들 위원들은 이번 재조사 용역도 사실상 국토부의 통제 하에 이뤄진 문제를 지적하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검토위가 구성되기 전에 국토부가 재조사 용역을 발주해 기간이 불일치하는 문제가 있었고, 이로 인해 검토위는 이미 결론 단계에 이른 재조사 용역을 사후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했다"면서 "반면 용역팀은 용역기간이 종료된 이후에 검토위에서 발굴된 많은 쟁점들을 추가로 검토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는 재조사 과정과 내용이 그만큼 부실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재조사 용역이 부실하게 된 데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국토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3개월 5000만원으로 불가능한 용역을 발주했는데, 대책위에서 처음부터 이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가능하다고 강변했다"며 "처음부터 재조사 과정을 지극히 형식적인 요식행위로 봤다는 의구심을 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결국 재조사 용역팀은 계약 외 노동을 강요당한 것이며, 이는 재조사 용역팀이 국토부의 지배 아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재조사팀은 조사 내용과 결과에 대해서도 사실상 국토부의 통제 아래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피력했다.

또 "종합결론은 차치하고 심지어 세부 쟁점 하나하나까지도 확인된 사실과 그로부터 귀결되는 당연한 논리적 결론에 대해서도 잘못됐다는 결론을 피하기 위해 이치에 닿지 않는 변명으로 일관했다"면서 "최소한의 학자적 양심과 자존심마저도 내팽개친 채 국토부의 통제 아래 있음을 스스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따라서 그동안의 모니터링과 토론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에 비춰 볼 때 재조사 용역진이 내놓는 결과는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연장 가능하다는 말 믿고 참여했는데, 주민들을 기만한 것"

국토부가 검토위를 기만적으로 운영한 문제도 지적했다.

이들은 "검토위는 당초 재조사 용역 모니터링하고 쟁점을 발굴해 제시, 쟁점 검토, 공개 설명회.토론회 등을 통한 도민의견 수렴, 권고안 제시 등 4가지 역할을 부여했으나 시작부터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검토위는 결론적으로 "애초에 검토위원회 활동기간을 3개월로 한정했다면 대책위원회는 검토위원회 구성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토위 활동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2개월 연장을 보장한다는 국토부의 약속을 믿고 참여했던 것인데, 이 점에서 국토부는 주민들을 기만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또 "첫 한 달은 운영 등에 관한 논의로 진행됐기 때문에 검토위원회의 실질적 활동기간은 2개월에 불과했다"면서 "이 기간에 재조사 용역진의 용역에 대한 모니터링과 쟁점 발굴 및 제시, 쟁점에 대한 토론과 권고안 작성 등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실제로 권고안 작성을 위한 논의는 시작되지도 못한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이들 위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부가 검토위 활동기간 연장을 완강하게 거부한 것은 사전타당성 용역에 대해 제기되어온 의문과 의혹들은 피해주민들 및 추천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객관적으로 검증함으로써 소모적 갈등을 해결해 보자는 검토위원회의 구성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토부는 권고안 작성을 위한 노력도 해보지 않고 대화와 토론을 장을 걷어차 버림으로써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절차적 투명성’을 이행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힐책했다.

이들은 "국토부가 검토위원회를 통한 검증의 기회를 포기한 것은 결국 그동안 주민들이 제기해 왔거나 검토위원회 과정에서 새롭게 제기된 의문과 의혹들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며 "결국 사전타당성 용역의 부실·조작 의혹을 사실상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우리 검토위원들은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의 장을 파행적으로 종결시킨 국토부에 강력히 항의하며, 이후 발생할 더 큰 갈등에 대한 모든 책임은 국토부가 질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또 "재조사 용역은 검토위원회의 검토과정에서 전혀 신뢰를 얻지 못했음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지 말 것을 국토부와 재조사 용역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검토위원회에서 검토된 내용을 바탕으로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과 종합적인 권고 의견을 작성해 국토부장관을 비롯하여 청와대와 국회 등 관련 기관에 제출하겠다"고 피력했다.

이들은 "제2공항 타당성 용역의 부실.조작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검토위 연장을 거부한 국토부를 규탄한다"면서 제2공항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