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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학살 배후, 미국 책임 분명히 물어야"

   승인 2018.11.06 1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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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심포지엄, "미군정, 잔혹한 강경진압 방조"
"학살 등 강경진입 묵인...사실상 미국 의도대로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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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열린 '제주4.3, 미국의 책임을 묻는다' 심포지엄에서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4.3 당시 민간인 대량 학살을 방조하거나 배후에 있었던 미군정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시민사회 행동이 본격화된 가운데, 당시 상황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때 미군정의 방조 내지 묵인 하에 야만적 강경진압이 행해졌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직무대행 오임종)는 6일 오후 2시 제주시 아스타호텔 3층에서 '제주4.3, 미국의 책임을 묻는다'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20세기 냉전체제와 미국' 기조강연을 통해 제주4.3에 있어 미국의 책임을 강조했다.

강 주교는 "제주4.3에 대해 미국의 책임을 묻는 작업은 제주 도민들에게는 꼭 이뤄야 할 숙명적인 과제"라면서 "왜 4.3이라는 비극이 일어났는지 시야와 시대의 폭을 넓혀 생각해야 미국이 저지른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이해를 하고, 앞으로 (사과를 받기 위한) 미국과의 접촉에 밑바닥을 깔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냉전시기 미국과 국제정세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 강 주교는 "우리가 미국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긴 안목으로 임해야 하는 이유는, 국가라는 것은 단순하지 않고 굉장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들이 혼합돼 있기 때문"이라며 "정말 진정어린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긴 시간 우리가 싸울 각오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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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열린 '제주4.3, 미국의 책임을 묻는다' 심포지엄. ⓒ헤드라인제주

강 주교는 심포지엄 발제문을 통해 "4.3진상조사보고서를 보면, 희생자들은 대부분 이념과 무관한 일반시민, 농어민, 어린이, 노약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은 합법적인 조사와 재판의 과정 없이 연행, 고문, 즉결처분, 집단학살을 자행했다"면서 "국가공권력과 우익청년단체 회원들에 의한 폭력이 제주도 전역에서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는데, 이는 민족 내부의 부끄러운 참극이고, 국가의 반인륜적 범죄임을 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강 주교는 이어 4.3당시 '미군정'이 그 중심에 있었음을 강조했다.

강 주교는 "항일의식이 높은 제주지역에서 주민들은 미군이라는 새로운 외세의 등장에 새 시대를 향한 희망보다는 일제의 연장이라는 의심과 배신감을 맛보았다"면서 "일제강점기의 경찰이 미군정 경찰로 변신하고 있었고, 미군정의 실정으로 인한 경제위기와 극도의 생활고는 큰 좌절감을 안겨주었다"고 지적했다.

강 주교는 "5.10 총선거에서 반대와 방해를 주도했던 세력은 남로당 당원들이나, 당시 도민들 상당수가 투표를 꼭 해야 한다는 의식이 부족했다"면서 "그럼에도 미군정은 제주도 밖에서 들어온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조종이라고 보고 군함을 출동시켜 북부 해안을 봉쇄하고 좌익세력 소탕을 지시했고, 8월15일 수립된 이승만 정부는 무차별 섬멸 작전에 나섰다"고 피력했다.

강 주교는 "4.3은 결코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고가 아니었다"면서 "민족의 해방,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 존엄과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모든 종류의 사회악과 불의로부터의 인간해방을 추구하는 도도한 역사의 에너지가 힘차게 분출되는 가운데, 이러한 역사적 동력을 멈추고 저지하려는 부정적인 역류현상으로 인해 그토록 많은 국민의 생명이 희생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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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열린 '제주4.3, 미국의 책임을 묻는다' 심포지엄. ⓒ헤드라인제주

그의 기조강연이 끝나자,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이 '제주4.3과 미국 ; 학살의 책임을 기억하기'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미국 책임'이 제기되는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양 실장은 "미군정은 미국의 이익에 충실한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세우고자 하는 목적을 성공적으로 이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전제하고, "(남한 5.10단독선거 저지투쟁을 목표로 내세운 제주4.3이 일어나자) 미군정은 겉으로는 침착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지만 곤혹스러워 했고, 선거감시 활동을 벌이는 유엔조선임시위원단을 안심시키는 한편, 다른쪽에서는 성공적인 선거를 위한 강경 진압책을 시작하고 있었다"면서 미국이 강경진압을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4.3 발발 직후에 이미 미 군정장관 딘은 강경진압을 주장했고, 제주의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방법은 초토화 작전 뿐이라는 의사를 자신의 정보 장교들을 통해 제주지역 책임자들에게 수시로 전달했다"면서 "제주에 대한 진압작전의 지역에 지휘권은 미군에게 있었으며, 브라운 대령은 강경진압 작전을 벌였다"고 강조했다.

또 "미군의 역할은 단독 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계속됐는데, 한국군에 대한 미군의 작전통제권은 군사고문단을 통해 제주 진압 작전에 투영됐다"며 "초토화 작전이 전개될 당시 제주에는 임시고문단원과 방첩대, 그리고 미군정 중대가 주둔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제주 해안에 괴선박이 출현했다거나 혹은 소련의 기지설 등의 허위 첩보를 유포해서 이승만 정부의 강경진압을 부추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양 실장은 이어 "1948년 10월 여순사건 이후 제주도의 진압작전은 초토화 작전으로 나타났는데, 이 작전은 미 군사고문단의 정책적 결정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면서 "미 군사고문단은 토벌대의 과도한 잔혹성을 보고하면서도 이를 막기 위한 어떠한 조치를 하지 않는 등 민간인 학살을 방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겉으로는 미국식 민주주의를 부르면서 한국인들의 야만적진 진압행위를 비판하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이를 방조하거나 부추겼다"며 제주 4.3에서 이뤄진 진압 작전이 사실상 미국의 의도대로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그는 "남한을 반공의 전초기지로 상정한 냉전시대의 미국으로서는 (강경진압 방조는) 당연한 결론이었다"면서 "물론 드러나지 않고 이면에서 움직이는 미국의 의도대로 제주4.3에 대한 진압은 한국인을 통해 이뤄졌고 학살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제주 섬은 고립된채 피와 눈물과 시체의 삼다도가 되어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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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열린 '제주4.3, 미국의 책임을 묻는다' 심포지엄. ⓒ헤드라인제주

한편 이날 두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정구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은 '피해자 중심의 진실 규명 및 인권.평화 증진운동의 과정과 의미 ; 참전미군에 대한 노근리 학살사건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하며, 6.25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이뤄진 민간인 학살 사건의 진상규명과, 미국이 노근리 사건에 대해 사과하며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희생된 모든 피해자 추모탑 건립과 장학사업에 대해 거절한 사례를 소개했다.

정 이사장은 "당시 (노근리)피해자대책위가 이렇게 결정한 것은 다른 유사 미군사건 피해자들의 인권회복과 피해구제 권리를 막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면서 "미국 정부가 자신만의 국익을 앞세워 불합리한 사후조치를 강행하려 했던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미국이 피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를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기조강연과 주제발표에 이어 백가윤 제주다크투어 공동대표와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처장이 참여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앞서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대행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오늘 우리는 제주4.3의 해결과정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미국의 책임을 규명하는 토론의 장을 열고 있다"면서 "그동안 미국의 책임을 규명해내고 그에 상응하는 후속조치들을 이끌어내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동안 명쾌하게 진행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심포지엄을 통해 미국의 원죄를 드러내고 그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으면 한다"면서 "그것이 곧 우리가 제주4.3을 정의롭게 해결하기 위한 숙명적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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