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공사 한다더니...", 당산봉 절대보전지역 심각한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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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공사 한다더니...", 당산봉 절대보전지역 심각한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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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붕괴위험지역 정비공사 논란..."환경파괴 공사"
"경사지 완전 훼손...쪼개기 공사로 환경평가 회피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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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괴위험 지역공사를 추진하면서 심각한 오름원형 훼손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당산봉 공사현장 모습.ⓒ헤드라인제주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평가받고 있는 고산 당산봉 경사면에서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 이 일대 절대보전지역 원형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는 지난 3월부터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3616-16번지와 산 8번지 일대 당산봉 경사지 4000여㎡에서 고산 3급 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공사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토석이 낙하하는 일이 발생함에 따라 붕괴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 일대 1만4500㎡ 구역은 낙석위험이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지난 2014년 10월 붕괴위험지역 D등급으로 지정 고시됐다.

오는 8월까지 진행될 예정인 이번 공사는 90도인 경사면을 계단식으로 45도 정도로 깎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결과 절대보전지역인 당산봉 공사구역은 완전히 파헤쳐졌고, 경사면에는 철근 500개가 박힌 채 시멘트로 고정됐다.

환경단체에서는 "이 공사는 당산봉 절대보전지역을 훼손한 환경파괴 공사"라며 제주시가 환경훼손 최소화 방안 마련없이 무리하게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2일 논평을 내고 "90도인 경사면을 무려 45도로 깎게 되면서 약 1만4000㎥의 토공량이 발생해 원래의 지형과 경관이 상실됨은 물론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당산봉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비구간에는 절대보전지역이 40%나 편입돼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자문은 이뤄졌는지는 의문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제주시는 절대보전지역 관리부서와 협의해 절대보전지역 내 정비사업에 대한 문제가 없음을 밝히고 있지만 이런 해명과 별개로 많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며 절대보전지역에서 무리하게 사업이 추진됐음을 지적했다.

이와함께, 제주시당국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쪼개기'식으로 공사를 발주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현행법상 보전관리지역이 5000㎡이상 포함될 경우 반드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이행해야 하는데, 공사구역을 축소 설정했다는 것이다.

▲ 붕괴위험 지역공사를 추진하면서 심각한 오름원형 훼손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당산봉 공사현장 모습.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이 단체는 "사업이 필요한 곳은 고산리 3616-16번지부터 산 8번지까지 이어지는 지역으로, 이곳의 전체면적은 8137㎡에 이르고 있으며, 이 지역은 절대보전지역, 경관보전지구, 보전녹지와 자연녹지 등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똑같은 붕괴위험지역 D등급을 받은 지역 중 상당부분을 제외하고 약 4157㎡만 편입해 사업을 추진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결국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이행하지 않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지저했다.

공사구역 일대에 대한 문화재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문제도 제기됐다.

이 단체는 "해당지역은 문화재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문화재보전영향 검토대상구역으로 지정돼 있다"며 "제주시는 매장문화재 표본조사를 진행하고 담당부서인 문화예술과와 협의를 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최근 공사 중에 이곳에서 연대를 특정할 수 없는 동물뼈가 발견되면서 이에 대한 발굴작업과 매장문화재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사로 인해 당산봉의 가치가 훼손될 우려도 제기했다.

이 단체는 "전문가 자문에서는 당산봉의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어 자연경관훼손 최소화를 요구했다"며 "실시설계보고서에도 이런 우려를 고려해 펜스와 안전망을 활용한 방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심지어 마을주민들도 안전펜스와 안전망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제주시는 전문가와 주민의견은 전혀 수렴하지 않고 편의적이고 관행적인 사업방식을 고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지역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펜스와 안전망 등을 설치하면 충분히 문제를 막을 수 있었으면서도 이를 배제한 것은 그만큼 환경보전에 대한 의지가 없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고 힐책했다.

이 단체는 "결과적으로 수려한 당산봉의 경관은 상당부분 훼손됐고, 지질학적 가치와 문화재적 가치 역시 파괴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면서 "남은 위험구간공사에 있어서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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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괴위험 지역공사를 추진하면서 심각한 오름원형 훼손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당산봉 공사현장 모습.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한편, 제주시 관계자는 "당산봉은 붕괴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고자 이번 공사를 추진한 것"이라며 "경산면은 45도 정도가 아니라 60도 정도로 했고,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절대보전지역에서도 자연재해위험 개선 지구정비나 재해복구계획 수립은 예외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이 부분을 검토해 공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할 목적으로 공사면적을 '쪼개기'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체 정비구역 면적은 1만4500㎡에 이르나, 실질적으로 공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곳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4000여㎡이다"면서 "이 외에는 추가적 공사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헤드라인제주>

▲ 붕괴위험 지역공사를 추진하면서 심각한 오름원형 훼손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당산봉 공사현장 모습.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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