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해군기지 유치 '여론조작' 사실로...해군이 직접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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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해군기지 유치 '여론조작' 사실로...해군이 직접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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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 "해군.경찰 부당행위 확인"
"해군, 투표함 탈취사건 개입...경찰, 반대주민 과잉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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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서귀포시 강정마을 공동체를 송두리째 파괴하고, 경찰 공권력을 앞세워 반대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짓밟으며 추진한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과 관련해, 최초 강정 해군기지 유치결정 과정에서 엄청난 음모가 있었던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2007년 당시, 해군 등이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결정을 위해 여론조작 공모를 한 것은 물론, 강정마을에서 실시한 주민투표의 투표함 탈취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위해 해군과 제주도, 정부 유관기관들이 모두 조직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유남영)는 지난 27일 회의를 열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7개월간 조사한 '제주해군기지 건설사건'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정부와 제주도, 여러 국가기관이 해군기지 반대측 사람들에게 보여준 부당한 해위에 대한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권고안을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진상조사는 2007년 강정마을에서 최초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할 당시 해군 등이 개입한 가운데 '여론 조작'이 행해졌던 충격적 사실이 드러났다.

그해 4월 26일 강정마을은 임시총회에서 소수의 주민이 향약을 위반하며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했고, 6월 19일 강정 주민들이 임시총회 결과에 반발하며 찬반투표를 하려 했으나 해군과 해군기지 추진위원회 측의 사전 모의로 투표를 무산시켰다는 것이 핵심이다.

◆ 해군과 찬성측 모의해 주민투표 무산...투표함 탈취에도 개입...경찰은 '묵인'

실제,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강정마을 임시총회는 향약에 따른 총회 소집공고와 안내 방송을 하지 않았고 총회 의제가 공식적인 절차 없이 변경돼 상정됐다.

제주도에서 실시한 해군기지 후보지 선정 여론조사는 해당 마을의 여론 반영이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6월 19일 강정마을 임시총회 주민투표에 대해서는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과 해군기지사업추진위 측이 사전 모의로 무산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주민투표 당일 해군기지사업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의 지시를 받은 해녀들이 투표함을 탈취했다.

또 당시 경찰은 강정마을 임시총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에 대한 예방 및 대처 차원에서 경력 340여명을 동원 및 배치했음에도 해군기지사업추진위 측의 투표함 탈취행위 등 불법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해 8월20일에는 강정마을 임시총회 및 주민투표가 예정됐는데, 해군과 해군기지 찬성 측은 주민들에게 투표에 불참할 것을 독려하는 전화를 하거나 투표 당일 주민들을 버스에 태워 관광을 시킨 후 투표가 끝난 시간에 귀가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기지 유치결정 과정에서 해군의 노골적 개입, 경찰과 제주도당국의 '방관' 내지 '묵인'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최초 입지선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강정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주장들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이다.

◆ 제주도정, 환경영향평가.절대보전지역 해제 그대로 강행...의회는 '날치기'

이번 진상위 조사에서는 입지선정 과정 뿐만 아니라, 이후 행정 절차 이행 과정에서도 부당한 행위들이 이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당시 제주도정은 제주해군기지 후보지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공유수면매립계획 동의과정 등을 진행하면서 절차적인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그대로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의회 역시 위법성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 등을 당시 다수당인 한나라당 의원들 중심으로 날치기 통과시키며 제주 의정사에 오점을 남겼다.

◆ 해군, 제주도, 경찰, 국정원 등 '반대위' 활동 약화 공작...강경진압 

해군기지 건설 결정 이후 제주도와 해군, 서귀포시, 국가정보원, 제주지방경찰청 등 경찰 및 유관기관들의 '유치 반대위'의 활동을 약화하기 위한 활동은 계속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9월 17일 제주시 소재 식당에서 국정원 제주지부 정보처장, 제주경찰청 정보과장,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 제주도 환경부지사 등이 모여 해군기지 건설 관련 유관기관회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논의 내용은 해군기지 건설 반대활동 측에 엄격한 법집행을 해야 한다는 것, 국정원과 경찰이 측면에서 지원하겠다는 것, 반대 측을 인신 구속해야 한다는 것, 걸림돌은 제거하고 가야 한다는 것 등 해군기지 반대 활동에 대해 공권력을 동원한 강경진압 대책이었다.

◆ 해군도, 해경도, 청와대, 경찰까지 나서 조직적 '여론 공작'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에 대한 경찰의 대응과정의 인권침해 사례도 수없이 나타났다.

이번 진상조사에서는 경찰의 해군기지 반대 측 사람들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폭행, 욕설, 신고된 집회 방해, 무분별한 강제연행, 특정 지역 봉쇄 등 이동권 제한, 장기간에 걸친 차량 압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시위대 해산, 종교행사 방해, 불법적인 인터넷 댓글 등 과잉진압과 인권침해 행위가 이어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군의 경우 해상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을 폭행하거나 보수단체 집회 지원, 해군기지 찬성 측 주민에게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경의 경우, 해상에서 해군기지 반대 측 사람을 폭행하거나 고의적으로 카약을 전복시키며, 해상의 불법공사 신고를 외면하고 신고자를 체포하는 등의 인권침해 행위가 드러났다.

청와대와 국군사이버사령부, 경찰청 등에서 인터넷 댓글 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강정마을에 대한 인권침해는 이어졌다.

지난해 열린 2019 대한민국국제관함식 개최 관련 경찰 및 유관기관 등의 대응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특히 관함식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3~4일 해군기지 정문에서 주민들이 신고된 집회를 준비하던 중 해군들이 방해했는데, 집회주최자들이 현장에 있던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경찰은 이에 개입하지 않고 방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10월 11일에는 경찰이 신고된 집회를 경찰이 차단, 봉쇄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당시 경찰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경호계획에 따라 집회.시위를 제한한 사실이 있다고 해명했다.

◆ 진상조사위, "정부.제주도 사과하고 진상규명 나서야"

진상조사위는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결정문을 통해 "정부는 해군기지 유치 및 건설과정에서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한 점 등에 대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또 "경찰 이외에 해군, 해경, 국정원 등 여러 국가기관의 역할 및 부당한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 강정마을회에 대한 행정대집행 비용청구 철회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치유책과 향후 공공사업 추진 시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제주도에 대해서는, "해군기지를 강정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하게 개입하고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모으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한 사실 등을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청에 대해서는 유사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경찰청장은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해군기지 반대 측 주민과 활동가에 대한 폭행, 폭언, 종교행사 방해 등의 인권침해행위를 행한 것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것을 권고했다.

또 집회현장에서 채증을 위한 촬영행위는 불법행위가 진행 중이거나 그 직후에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할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도록 경찰청예규인 채증활동규칙을 촬영행위의 요건과 방식 등을 제한하도록 개정할 것도 요구했다.

공공정책 추진과정에서 공정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경찰력 투입요건과 절차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방안을 마련할 것도 권고했다.

집회 및 시위의 해산시 장소의 특성, 시위형태, 용품 등 사고 위험요소를 충분히 고려해서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과, 국민의 일반적 통행권을 원천차단하는 경찰의 집회현장 봉쇄 관행을 개선하고, 비례의 원칙에 따라 국민의 통행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한편,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권침해가 발생했으며, 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을 했던 주민 등 697명이 경찰에 체포.연행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강정마을은 주민들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에 대한 극심한 찬반양론으로 인해 유구하게 지켜왔던 마을공동체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양분됐고, 2018년 해군 국제관함식 개최를 전후해서 찬반 주민들 사이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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