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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토해봐!' 했을 뿐인데?...검찰로 넘어간 '예산 특혜' 의혹

   승인 2019.04.24 0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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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직 공무원 5명 '업무상배임' 입건, 사건 실체는?
前고위직 '부탁'→ 現고위직 "검토하라"→ 실무진 "바로 실행"

공직사회 상.하 관계에서 '윗선'의 "검토해보라"는 주문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해 서귀포시 예산에 편성됐던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비가 전직 고위 공무원의 개인 민원 해결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에 연루된 전.현직 공무원 5명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서귀포경찰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및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된 제주도청 소속 A국장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A국장에게 민원 해결을 청탁한 전 제주도청 고위 공무원인 B씨, 사업을 추진했던 서귀포시 실무부서 담당계장이었던 C씨(현재 사무관)를 비롯한 다른 실무직원 2명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일단 이들의 행위가 모두 위법한 것으로 보고 '기소 의견'을 제시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는 위법성 입증 정도에 따라 기소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 결과에서 전해진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은 특정 개인 민원에 대한 '특혜 지원' 성격이다.

최초 발단은 전직 고위 공무원이었고 서귀포시 인사위원을 지낸 것으로 알려진 B씨가 2017년 12월 당시 서귀포시 고위직으로 있는 A국장에게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서귀포시 모 리조트 앞에 배수로를 설치해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 부탁을 받은 A국장은 당시 6급 실무담당 계장이었던 C씨에게 사업을 검토해볼 것을 지시했고, C씨는 실무직원들에게 업무를 하달해 추진했다는 것이 팩트다.

실제 서귀포시는 이듬해인 지난해 4월부터 5개월간 B씨가 부탁한 리조트 앞 도로 115m 구간에 폭 50cm의 배수로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 때 소요된 사업예산은 1억원.

이 과정에서 제기되는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부당한 업무지시(직권남용)이나 특혜지원 논란이고, 다른 하나는 도민 혈세인 예산의 편법적 집행이다.

첫번째, 직권남용 및 특혜논란에 있어 현직 공무원 상.하 간 주장이 달라 주목되고 있다.

B씨가 요청한 배수로 시설사업을 추진하게 된 이유에 대해 C씨는 당시 직속 최고위 결재라인에 있던 A국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 반면, A국장은 이를 정면 부인하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러한 민원사항을 검토해 보라고만 지시했을 뿐"이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토해보라'고만 했을 뿐인데, 사업이 그대로 추진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C씨는 "(A씨의 당시 검토해 보라는 말이 사업을 추진하라는) 지시로 알고 공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서 '직권 남용' 혐의는 이 부분에 대한 범죄 입증이 최대 관건이다.

상급자의 '검토해보라'는 의미가 공직내부에서 통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해라"는 의미와 동일하게 쓰인다고 판단될 경우, 부당한 업무지시 내지 권한을 남용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사업의 타당성을 냉철하게 판단하라는 의미로 '검토해보라'는 말을 했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B씨가 A국장에게 부탁을 하고, A국장이 C씨에게 지시하고, C씨가 부하 실무직원들에게 하달한 일련의 과정을 '청탁'으로 볼 경우, 또다른 형사적 책임과 함께 공무원 윤리강령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두번째, 개인민원에 지원된 1억원의 예산지원의 적법성 논란이다. 이는 '업무상 배임' 혐의의 쟁점이기도 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사업비 1억원은 지난해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의 주민숙원사업으로 계획됐던 배수로 정비 예산에서 빼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 B씨의 리조트 앞 배수로 시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귀포시는 사업 타당성 확인이나 사업계획서 수립, 예산요청 등의 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사업의 예산집행을 위해 공문서 내부 결재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서귀포시는 '1억원' 집행 과정은 예산편성 지침상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예산 전용'은 아니라고 밝혔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이 예산은 엄밀히 말하면 '풀 예산(재량사업비)'으로 특정사업에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 온평리 주민숙원 사업의 경우 지역 내부적으로 의견조율이 확실시되지 않아 미뤄졌던 것"이라며 "이 때문에 풀예산 중 1억원이 다른 사업에 투입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리조트 배수로) 사업 추진과정에서 내부 결재 절차가 확실히 이행되지 않아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 결재절차 없이 예산집행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예산 특혜지원 논란은 형사적 책임여부와 별개로, 전.현직 공무원간의 유착 관행, 나아가 공직내부 상.하 관계 속에서 '급행 민원'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청렴도 향상을 위해 공무원 윤리강령까지 개정했던 제주도 청렴감찰단은 이 문제에 대해 자체 감찰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감찰단 '무용론'도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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