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갈등이슈, 원희룡 도정만 역할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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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갈등이슈, 원희룡 도정만 역할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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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뻘쭘해진 '담화문'과 도정 중재력 상실
도의회 결의안, 검토위 재가동...제주도는 '숟가락'만?

제주 제2공항 갈등문제가 악화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27일 파국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2건의 의미있는 진전상황이 있었다.

그 하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의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도출된 합의안 발표이고, 다른 하나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국토부의 기본계획 수립 중단을 촉구하는 대정부 결의안 채택이다.

이 두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 것은 아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제주도의회가 일단 국토부의 일방적인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우선 26일 비공개로 열렸던 민주당과 국토부의 당정협의회에서는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를 2개월 추가 연장 운영하기로 합의한 점이 가장 큰 성과이다.

국토부는 그동안 검토위원회를 파행적으로 종료시키고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강행하면서도 '문제 없음'만 강조해 왔는데, 민주당 차원에서 검토위 재가동을 강제시켜낸 것이다.

물론 검토위 재가동은 현재 강행되고 있는 기본계획 수립용역이 진행됨 속에서 하는 것으로 돼 있어 아쉬움과 함께 한계인 것은 분명하다.

검토위 추가 운영을 통해 만약 입지선정 과정의 문제가 사실로 드러나면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에 따라 그 결과는 무효가 될 수밖에 없음이 당연한데도, 기본계획 수립절차는 정상적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토부가 검토위를 운영하더라도 제2공항은 무조건 강행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도 그 뜻을 간과하면서도 결국 기본계획 수립절차는 용인해주면서 타협을 봤다.

또한 기본계획 수립에 반대주민들의 자문위원 참여 등도 합의했지만, 사실 이 부분은 사실 의미가 크지 않다. 성산읍반대위에서는 입지선정 타당성에 대한 의혹 해소가 선행돼야 함을 강조하며 기본계획 수립은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날 당정협의회는 검토위 재가동을 합의한 것은 일단 공개적 '의혹 해소'의 절차를 밟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어쨌든 불완전한 형태이지만, 검토위를 통해 의혹 검증의 기회는 갖게 된 것이다.

원희룡 도정까지 국토부의 독주에 가세하면서 자칫 제2 강정마을 사태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됐던 극한 상황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두번째, 제주도의회가 이날 본회의에서 채택한 '제2공항에 대한 갈등해결 방안 마련 촉구 대정부 결의안'.

결의안은 제2공항 입지선정 관련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중단시키고, 공론화 과정을 다시 가져 나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도의회는 지금과 같이 도민 공론화 부족과 의혹들에 대한 객관적 해소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제2공항 추진에 따른 갈등은 더 큰 파국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며 입지선정 과정의 모든 의혹들이 명명백백하게 객관적 검증을 통해 해소될 때까지 기본계획 수립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소통부재의 일방적 설명회, 반쪽 설명회가 아니라 찬성.반대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토론회 개최 등 공론화 과정도 적극적으로 행하라고 촉구했다.

도의회의 결의안은 '기본계획 수립 절차 중단'을 전제로 하면서, 당정협의회의 합의사항의 내용과는 골격을 달리한다.

그러나 이날 당정협의회 합의사항이나 도의회 결의안은 모두 제2공항 갈등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막바지 해결방안을 찾고자 노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다.

당정협의회를 통해 검토위 재가동을 확정시키고, 도의회에서는 최악의 갈등과 분열사태를 막기 위해 기본계획 수립절차 중단을 촉구하면서 모두 국토부의 '독주'를 제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최초 주민들도 모르게 행해진 입지선정을 비롯해 일련의 추진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상실 비판이 커지고 있음에도 국토부가 왜 제2공항을 강행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 반대의견을 묵살하고 사업을 강행하는 반민주적 작태를 보이는 가운데, 그 이유가 '공군기지'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과 도의회가 국토부의 일방적 질주를 막아선 것은 천만 다행인 일이다.

그러나 원희룡 제주도정은 상당히 민망하고 뻘쭘하게 됐다.

지난주 원 지사는 '담화문'을 통해 국토부의 주장과 논리를 그대로 따라하며 국토부의 편에 서서 사업 강행을 천명하는 해괴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당시 담화문에서는 제기된 모든 의혹은 국토부의 주장이 맞는 것으로 결론이 나온 것처럼 주장했다. 검토위원회에서 제기됐던 숱한 의혹에 대해서도 시종 국토부를 두둔하기에 바빴다.

의혹이 난무함에도 국토부에 의혹해소를 강력히 요청하지도 않았고, 정부의 일방적 추진으로 인한 절차적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항의하지도 않았다.

이젠 기본계획 수립용역이 발주됐으니 어쩔 수 없이 수용하자는 '굴욕적'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당정협의회 합의사항이 발표되니 원 도정은 상당히 민망할 수밖에 없을 터이다.

도정은 단 한번 요구하지 않았던 검토위원회 재가동이 현실화됐고, 도정은 사실상 포기상태에 있던 갈등문제 해결촉구 결의안이 도의회에서 채택됐으니, 모양새가 상당히 어줍게 됐다.

그럼에도 원 도정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듯 어줍은 변명으로 슬그머니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날 당정협의회 합의사항에 따른 입장을 통해 "협의결과를 환영하며 이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제주도는 검토위원회 추가 운영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국토부에 지난해 연말부터 전달한 바 있다", "제주도가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의해 도민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결정에 충실히 반영, 존중한다는 당.정 협의 결과에 대해서도 매우 바람직한 결정이고, 제주도도 이를 희망해온 일이다."라는 부언이 그것이다.

마치 '게임 오버'인 듯, 찬성 여론몰이를 작정해 설파하듯 담화문을 발표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와서 정부에 많은 촉구를 해왔던 것처럼 주장하는 모습이 참으로 의아스럽다.

국토부 두둔의 담화문의 '강행' 발표는 사실상 갈등문제 중재 '포기 선언'에 다름 없었다. 지금 갈등해결 방안 협의가 속속 진행되니 "우리도 같은 생각이오"를 주장하는 것은 슬그머니 숟가락을 얹혀 놓는 것에 다름없다.

그 마음이 진정이라면, 당정협의회에서 합의한 '도민의견 제출'이라도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

당정 협의에서는 제주도가 합리적.객관적 절차에 따라 도민 의견을 수렴해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 결정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 '의견'은 공론화 과정이 될 수도 있고, 도민투표가 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갈등문제 해결 부분에서 역할을 잃어버린 원희룡 도정이 지금 바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일은 '강행 선언'이 아니라 도민사회 다양한 의견을 진솔하게 수렴하는 일이다. '의견수렴 및 제출' 역할이라도 제대로 하라.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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