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조사위, '불허' 권고안 제출...숙의민주주의 첫 사례로 논란 종지부
제주특별자치도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위원장 허용진)는 4일 오후 1시30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녹지국제영리병원 관련 숙의형 공론조사 결과 ‘녹지국제영리병원 개설 불허’로 제주특별자치도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권고안은 배심원단(도민참여단)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여부에 대한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됐다.
투표는 지난 3일 제주특별자치도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공론조사 숙의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의 전체토론회가 끝난 직후 이뤄졌는데, 투표결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에 대해 반대 58.9%, 찬성 38.9%로, 반대의견이 오차범위(95% 신뢰 수준에서 ±5.8%p)를 크게 벗어난 20% 포인트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7월 말 도민301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1차 조사 때 찬성 의견이 20.5%, 반대가 39.5%, 판단유보가 40.1%로 조사됐던 것과 비교하면 반대의견이 급속히 많아진 것이 특징이다.
도민참여단 오리테이션이 끝난 후 이뤄진 배심원의 2차 조사에서는 찬성 27.7%, 반대 56.5%, 판단유보 15.8%로 반대의견이 30% 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결국 '판단 유보'층이 반대의견으로 돌아서기 시작하면서 불허로 결론이 났다.
이번 마지막 투표결과, 연령별로는 19세부터 39세 사이에서 반대 의견이 69%로 가장 높았고 40세에서 59세 사이도 67.4%가 반대 의견을 냈다.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찬성이 57.7%로 반대 36.5%를 앞질렀다.
지역별로는 제주시에서 반대의견 60.4%, 서귀포시에서 54.3%로 모두 반대 의견이 많았다.
반대 의견을 표시한 배심원단은 다른 영리병원 개원으로 이어져 의료 공공성이 약화될 것 같다는 의견(66%)과, 유사사업 경험 및 우회투자 의혹 등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의견(12.3%), 환자 치료보다 이윤 추구에 집중할 것 같다(11.3%)는 의견을 개진했다.
위원회는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녹지국제영리병원 개설을 불허할 것을 권고했다.
또 개설 불허 의견에 따른 보완조치로 녹지병원을 비영리병원 등으로 활용해 헬스케어타운 전체의 기능이 상실되는 것을 방치함으로써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제반 행정조치를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이미 고용된 사람들의 일자리에 대해 도 차원의 배려를 검토해 줄 것을 주문했다.
위원회는 도지사에 권고안을 제출한 뒤 공론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시행착오와 위원회에 대한 오해 등을 정리해 백서를 발간하고 해산할 예정이다.
허용진 위원장은 "이번 녹지국제영리병원 공론조사는 제주 도민사회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던 정책을 제주도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도민의 참여와 숙의과정을 통해 정책결정을 내렸다는데 큰 의미를 지닌다"면서 "하지만 이번 공론조사 과정에서 행정절차의 적법성, 투명성 등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만큼, 앞으로 정책결정에 있어 행정절차의 적법성 및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다수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정책결정에 있어 공론조사가 만능은 아니다"라면서 "조사를 청구하는 도민이나 이를 결정하는 행정에서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둬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중국 녹지그룹에서 투자해 설립한 그린랜드헬스케어(주)가 시행하는 녹지국제병원은 서귀포시 토평동 헬스케어단지 내에 총 778억원을 투자해 2만8163㎡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의 연면적 1만7678.83㎡ 규모(47병상)로 건립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후 지난해 제주자치도에 병원 개설허가 신청서를 접수했으나 국내 의료법인의 '우회 투자'라는 의혹 등이 계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해왔다.
이날 공론조사 결과 발표에 따라 수년간 이어져 온 녹지국제병원 관련 논란은 숙의형 민주주의의 첫 실행사례로 꼽히는 공론조사 를 통해 종지부를 찍게 됐다.<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