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에서 만나는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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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에서 만나는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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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영미 /한경면 주민자치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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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미 /한경면 주민자치담당 ⓒ헤드라인제주
하늘이 파랗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도로에서 보는 노을지는 바다는 처연하도록 아름답다. 제주올레 13코스다.

제주의 바다와 들녘의 봄을 느끼며 걷다보면 고사리숲 쉼팡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잃어버린 마을-조수리 하동’표지석이 있다. 40여 가구 200여명이 모여살던 하동 주민들은 1948년 12월 토벌대의 방화로 인근 해안마을로 뿔뿔이 흩어졌다.

1956년께 하동마을 정착단이 재건돼 마을 재건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아 잃어버린 마을이 되었다.

낙천리 아홉굿마을을 지나면 만나는 저지리 수동마을회관 주변에서는 4·3당시 쌓은 성터를 볼 수 있다. 지금도 주택과 밭의 경계로 사용하는 ‘4·3성담’의 흔적이 길게 놓여 있다. 주민들은 “당시 토벌대의 방화로 소개됐다가 돌아온 뒤 움막을 지어 힘든 생활을 했다”고 한다.

어디 제주도의 비극적인 현대사만 있는가. 13코스의 끝자락에 있는 지난 2007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저지오름에서 제주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오름에 올라 제주 서부지역의 오름과 해안을 한눈에 보면 발걸음의 피로가 풀린다. 제주올레 14코스의 손바닥 선인장 마을 월령에서는 ‘무명천 할머니’로 불리는 고 진아영 할머니의 삶터를 만날 수 있다. 4·3 때 한경면 판포리에서 총에 맞아 턱을 잃어 한평생 ‘무명천 ’을 턱에 싸맨 채 살았던 할머니다.

제주올레 길은 4·3의 길이다. 1코스의 성산포 터진목에서는 국내 최고의 절경지에서 수없이 희생된 주민들이 오버랩되고, 10코스에서는 송악산 주변의 일제 강점기 군사시설과 섯알오름에서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 예비검속의 역사를 볼 수 있다. 17코스에서는 4·3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의 무대였던 관덕정을, 18코스에서는 일제 강점기 만세운동의 진원지인 조천을, 19코스에서는 4·3의 대표적 학살마을인 북촌을 만날 수 있다.

‘놀멍 쉬멍 걸으멍’ 가는 제주올레에는 자연만이 아니라 제주의 역사와 문화가 있다. 올해는 4·3 70주년을 맞는 해다. 제주도는 ‘2018 4·3 제주방문의 해’를 만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걷는 제주올레에서 4·3을 만나고, 제주사람들의 고난에 찬 삶을 생각해보길 권한다. 4·3은 어디에나 있다. <조영미 /한경면 주민자치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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