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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 '권고안' 줄줄이 폐기처분...도민은 안중에도 없나

   승인 2017.08.15 1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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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논단] 시장직선제 무산, 원희룡 도정에 나설 비판 이유
말로는 '도민의견 수렴'...실제로는 '불통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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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열린 '국정과제 연계 핵심현안사항 보고 및 점검회의'에서 원희룡 도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의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 불가방침을 밝힌 제주특별자치도가 강력한 책임론과 비판에 직면한 것은 스스로 자초한 상황에 다름 없다.

제주자치도는 14일 열린 원희룡 제주도지사 주재로 열린 '국정과제 연계 핵심현안사항 보고 및 점검회의'에서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 무산을 공식화했다.

원 지사의 직접적 언급이 아니라, 소관 부서장인 특별자치행정국장의 현안보고 형태로 해 발표됐다.

'시장직선제,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 행정체제 개편'의 경우 2018년 개헌 및 2019년 특별법 제정 등 정부의 지방 분권형 개헌 추진 로드맵에 맞춰 진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권고안인 '시장직선제'를 수용하지 않고 유보하겠다는 공식적 입장이다. 즉,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적용은 무산됐고, 앞으로 헌법개정이 이뤄져 이 부분이 재논의된다면 빨라야 2022년 지방선거 때를 기약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허탈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시장 직선제' 대안에 대한 호불호 차원의 허탈함이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구성한 공식적 논의기구인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구성해 오랜기간 도민사회 논의를 진행해 온 결과물이 한 순간에 무위로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시장 직선제 도입의 무산을 공식화한 이번 제주도정의 발표는 방법론적인 면이나 절차적인 면에서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권고안 수용 여부에 대한 발표를 '뒤통수'를 치듯, 꼭 이런 식으로 해야 했는가. 이건 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물론, 권고안이란 것이, 말 그대로 권고하는 성격의 내용이지, 강제성을 갖거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당연히 동의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권고안을 가벼이 할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공청회와 토론회,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쳐 만든 도민사회 논의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소중히 보듬어 안아야 할 '민의'의 성격이다.

하지만 제주도정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권고안 수용 여부에 대한 딱부러진 공식 발표문 형식조차 갖춰지지 않았다.

원희룡 도지사가 직접 발표한 것도 아니고, 국정과제 논의보고를 받다가 담당국장이 이 부분을 슬쩍 언급한 형태로 행해졌다

권고안을 수용하지 못하는 내용임에도, 도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내용 한 줄 없었다. 도정의 원론적 입장을 일방향적으로 통보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일각에서 도정의 '경솔함' 내지 '오만'을 꼬집는 쓴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권고안의 수용여부에 대한 입장발표는, 최소한 도정 책임자가 기자회견이든 서면발표이든 공식적 루트를 통해 당당히 밝혔어야 했다.

둘째, 내년 지방선거 적용을 왜 못하는지, 왜 권고안을 당장에 수용할 수 없는지에 대한 딱 부러진 설명조차 없다.

2018년 개헌과 2019년 제주특별법 전면 개정 등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시장직선제나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 도민들이 원하는 제주형 행정체제를 개편한다는 일방적 로드맵만 제시됐을 뿐이다.

왜 개헌을 지켜본 후 해야 하는 것인지, 그 논리는 정말 일리가 있고 타당한 것인지 구체적 설명이 없다.

다만, 담당국장이 보고회 자리에서 "제주도민이 스스로 행정체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기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이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며 "국회도 개헌과 지방분권 등을 지켜본 이후에 논의하자는 입장"이라고 피력한 것이 전부다.

이 부분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자기결정권' 공약이 지금의 '불수용' 결정과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것인지, 앞뒤가 맞지 않고 논리가 매우 어설프기 짝이 없다.

마치 '짜깁기' 식으로 조합해 자기 논리인양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셋째, 타당한 이유 설명을 못하는 문제와 관련해, '무소신'의 눈치보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강하게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원희룡 도정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에 대한 지나친 눈치보기를 한다는 것이다.

보고회 자리에서 담당국장이 '국회도 개헌을 지켜본 이후에 논의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한 것은, 이번 권고안 폐기 배경에 국회의원들의 뜻이 절대적으로 작용했음을 고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의원들이 '나중에 하자'고 하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나약한 도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고충석 위원장은 권고안을 발표할 당시 여러가지 이유를 들며 헌법 개정논의와 별개로 제주특별법 개정을 추진해 나가야 함을 강조했으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반론조차 없다.

지난달 12일 제주도의원 선거구획정 의정정수 조정방안 논의를 위해 열린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 및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이 참여한 소위 '3자 회동' 때 강창일 의원이 행정체제 개편논의는 개헌 이후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할 때에도 원희룡 지사는 공식적으로 가타부타 입장표명이 없었다.

강 의원의 발언을 두고 시장 직선제 도입이 무산됐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행정체제 논의 유보결정은 한마디로 '민의' 보다는 지역 국회의원 입장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운 눈치보기의 '무소신 행정'의 극치에 다름 없다. 젊은 도정의 변화와 혁신 기조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결국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후 도민사회 오랜 숙원이었던 기초자치권 강화 차원의 행정체제 개편 입법시도는 민선 6기 도정에서도 불발, 무위로 끝나게 됐다.

차기 도정에서 해야 할 몫으로 미뤄지게 된 것이다.

아쉬움이 크고,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남은 1년 임기의 도정이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권고안의 폐기는 이번이 두번째다.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의원정수 2명 증원' 권고안을 5개월째 방치시키다가 '3자회동' 합의란 미명 하에 슬그머니 폐기시켰다.

이를 폐기하는 과정에서도 도민에게 의향을 묻거나 양해를 구하는 과정 조차 없었다. 아무리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는 '3자 회동'이라 하지만, 기존 논의가 번복되거나 권고안을 무시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 예상됐다면, 도정 책임자는 사전에 도민에게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말로는 '도민의견 수렴' 운운하면서도, 지금의 모습은 '불통고집' 행정에 다름없다. 소신도 없고, 원칙도 실종된 듯한 모습이다.

도민사회 공론의 결과인 '권고안'을 잇따라 폐기시킨 행정체제 및 선거구획정 관련 업무 담당부서가 도민 소통을 제1의 기치로 내세우는 자치행정 부서라니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국회의원 눈치는 보이고, 도민은 안중에도 없나.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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