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확대 '이상한 논리'...명칭만 변경, 정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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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확대 '이상한 논리'...명칭만 변경, 정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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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국립공원 지정과 제주도정의 설득논리
"추가 규제 없음" "명칭만 변경"...그랬더니 '찬성 84%'?

제주 국립공원 지정에 대해 80%가 넘는 주민들이 찬성의견을 보였다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발표가 있었다. 제주도청 환경부서에서 올해 3월14일부터 5월24일까지 국립공원 지정 대상 지역 37개 마을을 순회하며 마을이장 및 마을공동목장 대표 등과 면담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데이터라고 한다.

정확히 84% 정도가 '긍정적 의견'을 보였다고 했다.

공공기관에서 국립공원 확대 지정에 대한 제주도민 여론추이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제주 국립공원 조성 기초연구'를 진행한 제주연구원이 제주도민 3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7.4%가 찬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응답자 중에서는 자신의 소유 토지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도 찬성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이들 조사의 결과 데이터가 신뢰성과 타당성이 검증된 것이라면 실로 '압도적' 여론이라 할 수 있다. 제주도정이 생각하고 구상한대로 그대로 밀어붙여도 큰 이견이 없을 듯 하다.

그러나 두번의 조사 결과를 두고 모두 말들이 많다.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표본설계 및 조사방법을 적용해 자신있게 내놓은 결과물이 없기 때문이다.

첫번째 설문조사는 표본설계의 적정성에서부터 문제가 제기됐다. 표본수 자체가 인구수 등에 비례해 지나치게 적게 책정됐고, 선정된 표본도 대표성 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 조사결과 데이터는 당시 "도민 87.4% 국립공원 확대지정 찬성"이란 타이틀의 보도자료로 만들어져 언론에 배포됐다.

이번에 발표된 '긍정적 의견 84%'는 엄밀히 말하면 사회조사의 성격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제주도정 간부공무원들이 읍.면.동 지역을 순회하며 주민들을 만나 정책설명을 하고, 의견수렴을 하면서 파악한 내용을 수치로 표기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두번의 '80% 이상 찬성' 언론배포 자료가 의도한 것은?

그럼, 제주연구원과 제주도정은 '무리'를 하면서도 '80% 이상 찬성률'에 방점을 두며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조사방법의 명백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이 내용을 보도하면, 이를 접한 도민들은 국립공원 확대지정이 압도적 여론으로 인식해 다수의견 쪽으로 자신의 입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여론몰이' 목적인 셈이다.

물론 지역사회에서 선의의 여론몰이가 필요할 때도 있다. 이를테면 사회적으로 충분히 공감될 수 있는 인식개선이나 생활실천과 같은 캠페인에서 그렇다.

그러나 이번 국립공원 지정은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공공적 정책 범주의 목적을 띄고 있으나, 도민들의 사유재산권 행사 문제와도 밀접히 관련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립공원 확대 지정에 대해 환경보호 측면에서 볼 때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중산간, 곶자왈, 습지, 천연동굴, 해안, 연안을 연결하는 거대한 '생태축'을 구축해 제주의 환경자산을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차별적인 난개발로 인해 제주 중산간이 시름시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국립공원 확대 지정은 난개발을 차단하는 마지막 보루의 조치이자 제주도 개발사(史)의 흐름을 일대 변혁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고,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목적 그 자체는 충분한 명분과 설득력을 갖고 있다. 필자 역시 국립공원 확대 지정에 찬성한다.

하지만 제주도정이 주민들을 만나며 설득하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는 진짜 이유는 뭘까?'라는 의문에 봉착한다.

현행 자연공원법에서는 "국립공원이란 우리나라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으로서..."로 명시하고 있다. 즉, 자연생태계나 자연.문화경관적 가치가 큰 곳에 한해 지정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제주도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주지의 사실이다. 이미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역 등 유네스코 3관왕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공원으로 지정받고도, 또다시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는 것은 보다 철저한 규제를 통해 환경보전을 도모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 자연공원법에서는 공원지구에서의 행위기준에 대한 제한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즉,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각종 개발행위는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가능한 부분도 있으나 현재보다는 더 극히 제한적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제주도정이 '제한'이나 '규제' 얘기는 쏙 빼고 지역주민 설득에 나섰다는 것이다.

◆ 제주도정의 이상한 주민 설득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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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특별자치도가 1일 발표한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 관련 언론 브리핑 자료.
제주도정이 1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그동안 지역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을 위하여 제주국립공원 정의, 지정의미, 지정효과, 지원정책이 포함된 영상물과 국립공원 용도지구와, 현행 법정 보호지역 내의 행위 제한 비교표를 이용하여 국립공원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되도록 설명한 후, 사실상 개발이 제한된 오름, 곶자왈, 습지 등 법정보호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명칭만 변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추가 규제가 없음을 강조하였다."

"특히 국립공원 지정은 △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마을의 인지도 향상 △국가예산 투입으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 가능 △지역문화, 자연과 연계한 생태휴양서비스 제공

△명품마을, 그린마켓 등으로 상생협력체계 구축 등의 효과가 있음을 설명하였다.이번 면담결과 제주국립공원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보인 마을은 전체 방문 마을 가운데 84%를 차지하였다."

국립공원이 지정된 후 공공적 자산 가치의 증대 등의 효과를 강조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사실상 개발이 제한된 오름, 곶자왈, 습지 등 법정보호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명칭만 변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추가 규제가 없음을 강조하였다"고 설명하는 부분은 매우 의아스럽게 다가온다.

"명칭만 변경하는 것과 마찬가지", "추가 규제가 없다"고 하면서, 그럼 왜 국립공원을 지정하려는 것일까.

자연공원법에서 정한 국립공원의 지정목적과, 제주도정의 지정목적이 뭔가 다른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명칭만 변경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 현재의 국제기구 인증이나 법정보호지역 명칭을 그대로 쓰면 안되는 것일까.

국립공원 확대 지정은 후손들에게 물려줄 제주의 자연환경을 잘 보전하기 위한 차원이 클 터인데, 제주도정은 이를 확고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명칭만 바꾸는 차원'으로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찬성 84%'라는 수치는 어쩌면 제주도정의 이러한 설득전략이 주효한 것일런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제주의 난개발을 차단하고 자연환경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국립공원 확대 지정은 분명 그 필요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문제는 도민사회 공감대 형성은 물론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한번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해제되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제주국립공원 지정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도민사회 합의가 이뤄진다면 국립공원 추가지정은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립공원 경계구역 설정 작업에 앞서 주민들에게 제대로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서둘러 추진하다가는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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